민주노총, 서울시에 진상규명·9호선 직영·해당업체 재계약 중단 촉구

▲ 지하철 9호선 청소현장에서 성희롱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회사의 강압에 못이겨 사표를 냈지만, 가해자는 멀쩡히 일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지하철 9호선 개화산역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사직서를 내고 그만뒀지만 가해자는 근처 가양역에서 또다시 청소반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성가장인 피해자는 성희롱을 당하고도 일을 그만둬야 했고 이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

청소용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을 당한 후 직장을 그만두고 생존권을 빼앗기는 사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에서 청소용역 일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5,6,7,8호선보다 임금도 20~30만원씩 적게 받는다. 서울시에서 직영으로 운영하지 않고 민간업체 위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희롱을 해도 사표를 써야 한다.

노조가 성희롱 진상조사를 요구하면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한다. 회사는 자료를 만들어주며 가해자 편을 들고, 심지어 회사 측 상무가 직접 노조 대표를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는 9호선이 공기업이 아니라 민영이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9호선 운영의 80% 이상이 서울시 예산이다. 9호선 지하철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인원이 부족해 휴일휴가조차 없이 심지어 하루 16시간까지 노동하며 성희롱과 저임금을 강요당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서울시의회에 대해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고 청소용역 계약연장을 반대하며 여성노동자들 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 가해자는 탈 없고, 피해자가 오히려 고통받으며 생존권까지 박탈당하는 현실. 이것이 이명박 정권 하의 한국사회다. 사진=노동과세계
‘9호선 민영화 중단! 청소용역업체 재계약 반대! 성희롱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16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민주노총 여성연맹과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찬배 민주노총 여성연맹 위원장은 회견 여는 말을 통해 “성희롱 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2번 했다는 이유로 9호선지부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했고, 여성가장인 피해자는 회사 강압에 시달리다 사표를 냈다”고 전하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비정규직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들은 성희롱을 당해도 말도 못하고 어디 호소할 곳도 없다”면서 “자기 시간을 내서 집회에 나와도 고소고발을 당해 경찰서에 불려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회견에도 목을 내놓고 나왔다”고 토로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현대차 아산공장 성희롱 사태에서도 피해자는 해고당하고 가해자는 멀쩡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하고 “지하철 현장에서 성희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해 온 서울시는 성희롱사건이 얼마나 더 발생해야 사태해결에 나설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내년에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를 파악해 노동부와 서울시에 대해 관리감독 의무와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가맹산하조직은 물론 여성단체들과 함께 성폭력과의 일대 전쟁을 선포할 것”이라면서 “서울시는 해당 민간업체와의 재계약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대숙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도 “성희롱 피해자는 회사에 강압에 사표를 내고, 가해자는 버젓이 일하며 다니는 이 억울하고도 분통 터지는 일이 2010년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맞느냐?”면서 “지난 99년 직장 내 성희롱문제를 법제화했으며 이에 따라 회사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게 해야 하며 1년에 한 번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민 사무국장은 또 “서울시는 즉각 진상규명에 나서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더 이상 여성 노동자들이 피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여성부장은 “건설현장 다단계 하도급 여성노동자들, 백화점 등 유통협력업체 여성 노동자들도 이같은 성희롱에 노출돼 있다”고 말하고 “노동조합 역할은 일하는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며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9호선지부장은 “저는 (주)영가의 지방훈 상무, 성희롱 가해자인 김종환 씨, 9호선노조 최옥선 위원장 등 3명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상황이며, 사유는 집회에서 자기들 명예를 훼손했다는 명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오늘도 서부경찰서에서 대질심문을 받으러 오라는데 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겠고, 함께 일하던 여성노동자가 당한 성희롱 문제를 밝히겠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8호선지부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9호선을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더 이상 민영화해선 안되며, 1~8호선 다른 지하철처럼 공기업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하고 “서울시의회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희생을 전제로 한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기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연맹은 “지하철 청소현장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문제는 9호선만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37년 째 수의계약을 하고 있는 1~4호선 성희롱 문제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전하고 “서울시의회는 우선 9호선 업체에 대한 성희롱 대책을 마련하고 인원부족, 근기법 위반,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고용불안을 없앨 대책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라고 인간성을 파괴당하고 성희롱에 노출돼 있는 9호선과 서울메트로에 대해 여성노동자가 직접 당당히 나설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회견 참가자들은 “성희롱 진상조사 대책마련! 재계약 반대!”,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민영화 중단하라!”, “서울시는 예산 낭비말고 지하철 9호선을 직영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울시에 대해 성희롱 진상조사와 대책마련, 지하철 9호선 직영전환을 촉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9호선 청소 미화원 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 1~4호선 역사에서도 청소 여성노동자들 성희롱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나이 먹어 잘릴까봐 어디 말 한 마디 못하고 피해자들만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

▲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2011년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를 조사해 노동부와 서울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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