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법·근기법 위반, 청소담당직원 패악...노조 만들자 계약해지

▲ 동국대학교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29일 오후 대학 본관건물 1층 로비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사진=민주노총 조직실
동국대학교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불법적 부당노동행위를 견디다 못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원청인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동국대에서 청소 등 시설관리를 해 온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에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노동에 시달려 왔다. 또 학교 측 청소담당 직원의 온갖 치졸한 횡포와 농락을 두 눈 뜨고 당해야 했다.

먼저 노동자들 임금부터 위법하게 지급됐다. 2010년 주 40시간 시행 사업장 법정 최저임금은 월 기본급 만으로 858,990원(최저임금 시급 4110×209시간)이다. 그러나 동국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주 40시간 노동에 기본급 758,990원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10만원이나 적은 임금을 받았다. 여기에 시간외 수당 41.010원, 식대보조금 100,000만원을 합해 총 90만원을 받았다. 시간외 수당과 식대보조금은 최저임금법에 의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

또 1일 3시간씩 일주일에 5일의 잔업을 하는 경우, 한 달 꼬박해야 10만원의 잔업수당만을 지급받았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의 경우 통상시급의 50%를 가산해 지급케 돼 있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통상시급을 계산해도 한 달에 39만원(6165원×3×5×4.3) 정도가 지급돼야 한다.

더구나 65세 이상 노동자의 경우에는 법정 퇴직금의 70% 정도만 지급받았다. 연차휴가 등도 회사에서 허락하지 않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여름철에는 청소업무 외에도 잡초제거 등에 동원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아왔다.

이렇게 열악한 근무여건을 견뎌내면서도 그동안 별다른 불만 없이 일해 온 동국대 청소노동자들. 이들이 분노한 것은 원청인 학교 측 청소 담당직원의 횡포 때문이었다. 동국대학교 소속 청소 담당직원인 모 씨는 청소미화 노동자들을 이용해 학교 예산을 착복했다.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방학 동안에는 잔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잔업을 한 것처럼 꾸몄다. 청소미화 노동자들에게 방학 동안 잔업한 내용을 회사에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잔업수당이 청소미화 노동자들 급여 통장에 입금되면 그것을 현금으로 바꿔 자신에게 가져오도록 시켰다.

청소 담당직원의 횡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동국대학교에는 2~3개 건물 단위로 조장이 있으며, 10여 년 가까이 조장에게 직책수당조로 조장수당이 지급돼 왔다. 올해 조장 수당은 5만원. 어느 날 청소 담당직원 모 씨는 “조장수당이 필요없다”며 여성조장 4명 분 조장수당을 남성반장 수당을 증액시킨 것처럼 남성반장 급여통장에 입금케 했다. 이어 남성반장에게 초과입금된 여성조장들 수당을 인출해 자신에게 현금으로 갖고 오라고 했다. 남성반장들은 그 지시대로 5만원씩을 그에게 갖다 줬다.

원청인 학교직원임을 이용해, 힘없는 청소 미화노동자들을 착복하고 개인 치부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 그는 미화 노동자들에게 일상적으로 폭언을 일삼는 등 온갖 패악을 부려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워 왔다.

동국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지난 10월29일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회사는 11월8일에는 근로조건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명분으로 노조 와해를 시도했다. 이어 학교가 나서서 조합원들이 모이는 장소에 학교 직원들을 배치하는 등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한 동아리회장 등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해당 용역회사와 학교 측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안착되자 “노조 때문에 학교가 재계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회사 관리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인원 보충을 할 수 없다’는 말을 학교가 계속 한다”며 조합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학교는 노조 설립 후 인원배치가 필요한 건물에 인원을 전혀 보충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동국대학교는 지난 11월30일 청소용역 회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계약한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동안 청소용역 회사들은 학교와 계약한 후 최소한 2년 이상 용역업무를 유지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1년밖에 하지 않은 회사를 계약해지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일반노조 박문순 법규부장은 “학교가 극히 이례적으로 1년 밖에 되지 않은 용역회사를 계약해지한 것은 노조 설립을 막지 못한 문책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가 재입찰을 통해 신규업체를 선정하면, 그 업체는 현행법상 현재 노동자들 고용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재입찰을 통한 신규업체 선정은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는 합법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동국대학교가 계약해지를 통보한 후, 노조는 매주 수요일 집회, 시기별 1인시위, 매일 조별 피켓팅 등 고용승계를 위한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동국대시설관리분회가 학교에 청소미화 노동자 고용승계 여부 관련 공문을 세 차례나 보내 질의했지만 학교는 답변하지 않았다.

노조는 청소미화 노동자들 고용승계를 위한 학내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단 일주일 만에 학생, 교수, 스님 등 9,362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 학생 수가 12,000~13,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대다수 학생들이 서명한 셈이다. 학생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이 청소미화 노동자들 고용승계투쟁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편 기존 용역회사는 “재입찰 과정에서 학교가 우리를 안 부른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새로 선정된 용역업체 ‘센추리온이십일’은 먼저번 회사인 ‘씨큐어넷’과 결합된 회사였다. 두 회사가 같은 건물에 있으며, 센추리온이십일 대표이사가 씨큐어넷 사내이사로 등록돼 있었다.

동국대학교는 용역회사를 선정할 때 공개입찰로 해 왔지만 노조가 만들어진 올해에는 유독 지명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했다. 센추리온이십일은 12월28일자로 채용공고를 냈으며, 30일 면접을 본다. 새로 선정된 용역회사는 기존에 일하던 청소미화 노동자들 고용승계 여부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채 묵묵부답이다.

동국대시설관리분회 조합원들은 29일 낮 1시부터 동국대학교 본관 로비를 점거한 채 민주노조 인정,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청소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총 116명이며, 이중 100명 정도가 조합원이다. 동국대시설관리분회 조합원들은 50대 중반부터 72세 가량의 고령자들이다.

2010년 세밑에도 노동기본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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