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원 면담요구 노동자 집단연행...1인시위·몸벽보=‘불법집회’

민주노조와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박근혜의원과 면담하려던 노동자들을 경찰이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영남대의료원과 골재원노조 소속 노동자 11명이 오늘(4일) 오전 9시30분 경 박근혜의원 집 앞에서 자신들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구하다 경찰에 불법적으로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은 대구시 달성군 본리동 소재 박근혜의원 자택(구 화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영남대의료원지부 조합원 2명과 몸벽보를 하고 다른 조합원들을 기다리던 골재원 노동자 9명 등 총 11명을 강제연행했다. 이들은 ‘영대의료원 노사관계 정상화와 골재원 노동자들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면담을 요구하려던 참이었다.

영대의료원지부 간부 2명은 피켓 1개를 번갈아 들며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또 골재원노조 조합원들은 몸벽보를 한 채 서 있었을 뿐이다. 경찰은 “미신고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조합원들을 폭력연행했다. 1인시위도 불법집회, 몸벽보를 한 것도 불법집회라며 어처구니없이 우기는 경찰에 의해 체포된 11명 노동자들은 현재 달서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영대의료원과 골재원 노동자들은 박근혜의원이 3일부터 5일까지 지역구인 대구에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면담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지역구 관리차원에서 매년 새해 초 대구에서 며칠 간 일정을 보내며 지역구를 관리해 왔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박근혜의원이 유력한 대선주자라지만 지역구 노동자들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 요구에 오히려 강제연행하는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대구본부는 박근혜 의원과의 면담을 요구한 지역노동자들을 불법연행한 사실에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박의원 일정을 따라다니며 면담투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영대의료원과 골재원노동조합은 오늘 오후 3시30분 도정보고를 받기 위해 경북도청을 방문한 박근혜의원에게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에 봉쇄당했다. 노동자들 40여 명이 오후 3시 경 경북도청에 집결하자 경찰은 훨씬 많은 병력을 동원해 몇 미터 간격으로 도청을 에워싸다시피 했다. 경찰은 박근혜의원을 기다리는 영대의료원지부와 골재원노조를 향해 “차량을 막을 경우 전원 연행하겠다”고 위협했다. 박근혜의원은 도정보고를 받고 나오면서 노동자들이 도열해 선 정문을 피해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영대의료원과 골재원노조 조합원들은 오늘 오후 7시 박근혜의원 사무실(달성중학교 건너편)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어 계속해서 면담을 촉구할 예정이다.

영남학원은 구 박근혜재단이 복귀하면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박근혜의원에게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영남학원을 운영하던 박근혜재단은 지난 1987년 불법비리문제가 불거지면서 재단에서 쫓겨났다. 이어 관선이사가 들어와 학교와 의료원을 관리했지만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후 사실상 박근혜재단이 다시 복귀했다. 재단이사 7명 중 4명이 박근혜의원 심복이며 나머지도 별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영대의료원노동조합이 지난 2007년 파업을 전개한 이후 사측은 노골적으로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고 간부들에 대해 해고와 징계를 일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원은 단체협약을 두 차례나 해지하는 등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가 영대의료원노사관계를 해결해 보려고 박근혜의원 면담을 이미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골재원노동조합 문제도 심각하다. 박근혜의원 지역구(달성군) 군민이기도 한 골재채취 노동자들이 이명박정부의 4대강사업으로 인해 평생을 일해오던 일터에서 쫒겨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골재원노동조합은 생존권 방안 마련을 요청했으나, 박근혜의원은 지난 면담 이후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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