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노동부, 국토해양부는 악덕체불업체 처벌하라!”

건설노동자들이 군부대를 봉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8일 강원도 화천 군부대 정문을 봉쇄한 채 군인들 출입을 막은 100여 명 건설노동자들은 부대 내 병영생활관을 짓던 노동자들이었다. 넉 달 째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40일간 농성을 벌이던 중 급기야 군부대를 봉쇄해 자신들의 절박한 요구를 전달한 것.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용담리 328번지 27사단 78연대 사내병영생활관 BTL(민자시설투자) 신축공사장에서 철근공, 콘크리트공, 비계공, 형틀목공, 조공 등으로 일하던 건설노동자 400여 명은 10월부터 12월7일까지 일한 11억6천만원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군부대 현장공사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이송주 대표는 “요진건설은 ‘하청업체인 경상건설 김영준 사장이 4억3천만원을 들고 도망갔다’고 말하지만 지난해 12월9~10일 우리가 요진 본사에 가서 항의할 당시에도 하청업체 김영준 사장과 요진 측 임원들이 그 건물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당시 김영준 사장이 도망가는 것을 잡아 ‘왜 돈을 안주느냐?’고 다그치자 김 사장은 ‘요진과 협의해서 12월16일까지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역시 거짓말이었다”면서 “요진은 하청업체 사장이 도망갈 말미를 주기 위해 계속해서 우리를 기만하고 거짓말을 했을 뿐”이라고 분개했다.

군부대 건설노동자들은 임금을 못받게 됐다는 소식에 8일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이어 9일부터 서울 논현동 요진건설산업 본사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회사가 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16일까지 일단 농성을 접고 기다렸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임금을 지급키로 약속했던 12월16일 석달 치 임금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고 17일 노동자들이 본사를 찾아가자 용역도 아닌 조직폭력배 수십 명이 회사를 둘러싸고 있었다.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요진건설산업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일하던 공사현장으로 가서 군부대 농성을 시작했다. 건설노동자들이 임금을 못 받아 농성을 벌인다는 것을 알게 된 군인들은 노동자들 군부대 농성을 제재하지 않았다. 건설노동자들은 12월18일부터 31일까지 24일 간 군부대를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갔다.

요진건설은 새해 들어 조직폭력배 수십 명을 군부대로 보내 건설노동자들을 밀어냈다. 실랑이를 벌이던 끝에 노동자들이 원주경찰서에 가서 들은 이야기. 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요진은 원주 5공구 주공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체불이 생겨 난리가 났던 데다, 골치 아픈 업체다”라고 전했다.

이송주 대표가 알아본 결과만 봐도 요진건설의 악행은 화천군 군부대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포천 진접에서도 요진이 임금을 안줘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났고, 안산 주공아파트 현장에서도 인부들이 주공을 쳐들어가 돈을 받아냈다. 아산 대방 조양건설 부도 당시에도 노동자들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다.

이 대표는 “요진이 공사하는 현장마다 하도급업체를 죽이고 노무자들 피를 빨았다”며 요진건설산업 최준명 회장을 규탄했다.

건설노동자들이 지난 1월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논현동 요진 본사 앞에 집결해 항의행동을 벌이자 공중파 언론들이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꿈쩍도 않던 요진은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파격세일을 제안하고 나섰다. 50%만 주겠다는 것이다.

이송주 대표에 의하면 10월부터 12월7일까지의 임금 전체를 못받은 노동자가 대다수이지만, 건설현장 관행 상 팀제로 일하기 때문에 일부는 10월 임금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것을 감안해도 최소한 11억은 체불에 묶였다는 것이 이 대표의 전언이다.

이 소식을 접한 건설노조가 급히 알아본 결과 문제는 ‘요진건설산업’이란 악덕 원청 건설사 때문이었다. 요진 현장에서 임금을 떼어본 노동자들은 요진의 ‘요’자만 들어도 치를 떤다. 건설노조는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저마다 체불을 경험했지만 그 악랄함에 있어서 요진건설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전했다.

이번 군부대 시설 공사 체불문제 관련해 요진건설 관계자는 “조그만 회사에서 노임사고가 났는데 그런 부분들을 회사에서 다 부담하는 것도 손실이 크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9년 건설사 20곳을 상대로 하도급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요진건설산업 시공 건설현장에서 하도급업체가 망해 나가거나 건설노동자들 체불사태가 발생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요진건설산업는 하도급 업체에 부당한 방법으로 고통을 전가한 행위가 적발돼 1억3,900만원 상당의 법 위반 금액에 대해 지급명령을 받은 바 있다. 또 지난해 5월 요진건설산업은 편법 하도급 계약 방식 등으로 수억 원대 부당이익을 취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등으로 검찰에 피소되기도 했다.

건설노조가 취합하고 있는 체불 사례에 따르면 요진은 하청이 도급단가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노동자들 몫이 됐다.

2010년 1월14일 설 명절을 앞두고 28명의 덤프 노동자가 요진건설산업 본사를 찾았다. 밀린 임금 때문이었다. 덤프 노동자들은 2009년 3~5월 일한 임금 2,670만원을 받지 못했다. 하청은 문을 닫았다. 노동자들은 결국 임금을 떼인 채 설 명절 고개 숙인 가장이 돼야 했다. 당시 원청 업체였던 요진건설산업은 “우린 책임이 없다”며 노동자들을 외면했다.

충남 아산시 KTX 역세권 신도시 아파트 현장에서도 체불이 잇따라 빈축을 산 바 있다. 모두 요진이 원청이었다. 2009년 5월 터파기 공사를 벌이던 노동자 40여 명 임대료(임금) 5억원이 체불됐다. 이어 석 달 뒤 목수 노동자 40명이 8천만원에 달하는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해를 넘겨 2010년 3월에는 12억 가까이 되는 임금을 지급하라며 집회를 벌였다. 당시 설을 앞두고 임금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노동자들에게 들려온 소식은 하청업체 잠적이었다.

10년 전에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2001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체불을 당했다. 건설노동자들은 서울도시개발공사(현 SH공사) 농성, 타워 점거, 재판, 체당금, 공탁금 등을 거쳐 2004년에야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법정 다툼만 2년이 걸렸고, 전체적으로 보면 3년에 달하는 기간이다. 밀린 돈 받으려고 노동자들은 건설사도 찾아가고, 타워도 올라가고, 노동부도 쫓아가고 결국 재판정까지 가야 했다. 그 당시에도 요진은 ‘책임 없다’만 말만 되풀이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2월 체불대책을 발표하면서 악덕체불업체에 대해 공공공사 참여를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금융거래 등에서 불이익을 주며, 상습 체불 시 구속수사 하겠다고 발표했다.

개탄스럽게도 요진건설은 지난 7년 간 강원도 내 시공능력평가 1위를 거머쥐었으며, 우리나라 건설업계 100위 안에 드는 건설사다. 건설노조는 “악덕체불업체가 강원도 내 굴지의 업체라는 사실에 눈물이 날 지경”이라면서 “얼마나 많은 건설노동자들의 피와 땀, 눈물과 한숨이 시공능력평가 1위 뒤에 감춰져 있겠느냐? 이 얼마나 공정하지 못하냐?”고 토로했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의 등골을 빼먹는 건설사들은 대한민국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노동부와 국토해양부는 자신들이 공언한대로 악덕체불업체를 즉각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건설노동자들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7일까지의 임금 11억6천만원을 받지 못해 항의 중인 문제 관련해 원청인 요진건설산업 본사에 문의한 결과 “담당부장이 외출했다”, “회의 중이다”, “저는 평사원이어서 모르겠다”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화천 군부대 건설노동자들은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논현동 요진건설산업 본사 앞에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오는 24일 오전 8시부터 또다시 이곳에 모여 집회를 벌이는 한편 요진건설 측에 임금을 달라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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