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총 151개국 노조, 이집트대사관 항의서한 전달 등 직접행동

▲ 8일 서울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집트 노동자-민중봉기 지지를 위한 국제공동행동의 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이 이집트 항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8일 서울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집트 노동자-민중봉기 지지를 위한 국제공동행동의 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집트인 칼리드 알리 씨가 어두운 표정으로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이명익기자
이집트 30년 친미독재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노동자민중 항거가 보름째 계속되고 있다. 국제노총(ITUC)은 2월8일을 ‘이집트 노동자투쟁 연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로 정했고, 전 세계 회원국 151개국 노동자들이 각국 이집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등 공동행동을 벌였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이집트 노동자-민중봉기 지지를 위한 국제공동행동의 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 성원들이 참가해 이집트 독립노총 등 이집트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정당함을 확인하고 이집트 항쟁에 적극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민주노총 등은 특히 이집트 민중의 중심에 서서 투쟁하고 있는 이집트 독립노총(Egyptian Federation for Independent Unions)과 청년단체들의 완강한 항거에 강력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회견 여는 말을 통해 “신자유주의 끝에서 수십년간 독재정권으로부터 고통받아온 북아프리카 민중들이 자유와 권리와 생존권을 위해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들고 일어났다”고 전하고 “저는 이집트 상황을 보며 87년 6월 항쟁이 떠올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민중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미래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이집트 노동자민중들이 용기를 내서 변혁과 희망을 열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이집트 투쟁을 끝까지 예의주시하며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국민인 칼리드 알리 씨는 “지난 1월25일 이집트에서 30년 간 철권통치를 한 무바라크에 맞서 민주주의 투쟁으로 일어난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 직접선거와 일자리, 인권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고 말하고 “무바라크 정부에 의해 300여 명이 사망, 실종되거나 부상을 입었지만 이집트민중은 포기하지 않고 싸운다”고 전했다.

알리 씨는 “무바라크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 제국주의가 개입해 내전상황을 조장하고 공중파를 통해 거짓말을 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지만, 광장에 100만명이 모여 투쟁한다”면서 “한국민들도 군사독재에 맞서 싸워 이겼듯이 이집트의 승리를 원할 테니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세균 민교섭 공동대표는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까지 확산된 아랍민중들의 투쟁은 정치적 민주화와 신자유주의 지배체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에서 미완으로 반쪽짜리에 그쳤던 그동안의 혁명이나 민주화물결과는 전혀 다른 역사적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 8일 서울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집트 노동자-민중봉기 지지를 위한 국제공동행동의 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집트인 칼리드 알리 씨가 어두운 표정으로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이명익기자
▲ 이집트 정부가 8일 전세계적으로 열린 이집트 노동자 민중봉기 지지를 위한 국제공동행동의 날 행사의 모든 항의서한을 거부하기로 한 가운데 경찰병력이 한남도 이집트 대사관을 지키고 있다.이명익기자
김 대표는 또 “이제까지의 모든 혁명과 구분되는 이 혁명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연대하자”면서 “이집트 민중들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정환 공무원노조 대협국장도 “이집트 투쟁에 대해 미국이 자신들 이익에 반하는 정부가 설까봐 두려워 개입하면서 현 정부를 인수받기 위해 과도합의체를 구성하려 한다”고 말하고 “이집트 민중들과 우리는 당장 무바라크가 내려오고 그와 관련된 모든 세력을 응징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의 공무원노동자들도 정치적 자유를 박탈당해 싸우고 있는데 이집트 민중투쟁이 승리한다면 우리도 자신감을 갖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라는 이집트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한국노동자들 요구와 다를 바 없으며, 장기간 계속된 긴급통제권을 해제하라는 요구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를 경험한 한국인들에게 남다른 공감대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 또한 무바라크 강권통치에 등을 돌렸고 무바라크 정권의 즉각 하야와 민주주의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패권을 위해 이집트 반민주 통치를 수수방관하던 미국 역시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미국의 행태를 비난했다.

정 수석부위원장은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에 역사적 뿌리를 둔 민주노총은 관변단체에 불과한 이집트노총에 맞서 최근 자주적 조직을 결성한 이집트 독립노총 투쟁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노총은 4.6청년운동을 비롯해 노동, 청년단체들과 함께 강력한 투쟁을 펼쳐왔고, 이번 이집트 민중 대투쟁을 통해 탄생했으며, 지배계급의 탄압과 회유를 뚫고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고 말한 정 수석부위원장은 “이들 요구는 노동기본권 보장과 최저임금 인상, 무상교육과 실업수당 지급 등 이집트 민중의 생존권적 요구에 부응해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또 “세계는 지금 이집트를 주목하고 있으며, 우리는 무바라크 일당의 야만적 탄압과 미국의 공작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민중이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민주노총은 오늘 주한 이집트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 봉기가 궁극적 승리에 이를 때까지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의 항의서한과 이번 민중봉기를 계기로 조직돼 투쟁하고 있는 ‘이집트 독립노총’ 측 성명서도 공개됐다.

회견을 마친 후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집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대사관 측에서 받기를 거부했다. 무바라크 정부는 각국 대사관에 어떤 항의서한도 받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수석부위원장은 항의서한을 갈갈이 찢어 이집트 대사관 담 안쪽으로 던져넣음으로써 무바라크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 등의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이집트 혁명을 지지하는 이집트 사람들’과 한국 진보·민중·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11일 오후 3시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무바라크 퇴진과 이집트 자유를 위한 2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8일 서울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집트 노동자-민중봉기 지지를 위한 국제공동행동의 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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