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배달 알바생 또 교통사고 사망...30분배달제 폐지운동 본격화

피자업계 30분 배달제로 인해 배달 아르바이트 청년들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 모 군(19세)이 지난 13일 오후 6시30분 경 서울 영등포 문래 사거리 교차로에서 시내버스와 충돌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영등포 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김 군은 피자 배달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가던 중이었으며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려다 신호를 무시한 채 영등포역 쪽에서 신도림역 방면으로 달리던 버스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군이 지난 7일부터 하루 8시간 가량 오토바이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 왔으며, 오는 3월 한림대 중국학과에 입학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불과 두 달 전에도 서울 금천구에서 피자 배달을 하던 24세 청년이 신호를 위반한 택시차량에 부딪쳐 숨진 바 있다. 지난해 12월12일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최 모 씨가 서울 독산동에서 택시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사고 당시 뇌를 크게 다쳤고 급히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9일 만에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김 모 군과 최 모 씨 모두 신호가 바뀌자마자 급히 출발하려다 신호를 위반한 상대 차량들에 충돌해 발생한 사고에 의해 숨졌다. 고객이 전화한 후 30분 안에 배달해야만 하기 때문에 배달원들은 늘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속도를 내야 하는데다 도로환경도 위험한 상황에서 오토바이 면허를 이제 막 딴 10대 초보자들이 걸거리로 나서고 있어 인명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생은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연령대가 낮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종사하는 일임에도 이들에 대한 안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에 이어 또다시 사망 사건이 일어나면서 피자업계 30분 배달제가 본격적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죽음의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를 주장해 온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는 이번 김 군의 사망사태를 접하고 “배달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피자업계의 무리한 속도경쟁이 김 군의 죽음을 불렀다”고 공격했다. 업체 간 배달경쟁을 자제하고,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이 안전운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온라인에서 30분 배달제 폐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어제 저녁 버스기사의 신고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피자배달 학생의 명복을 빕니다. 대학입학을 2주 남기고 알바를 하다 참변을 당했네요.”라며 “피자 배달 30분제 폐지를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라며 30분제 폐지를 강조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도 “19세 피자배달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일 영등포 문래동에서 버스에 치여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피자 30분 배달정책으로 알바 청소년들이 죽고 있습니다. 전 오늘부터 30분 배달 피자는 먹지 않겠습니다. 트친(트위터 친구)님들도 함께 해요”라며 30분배달제 폐지운동에 동참하자고 권유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말부터 피자헛과 도미노피자 등 30분 배달제를 실시하고 있는 피자업체들을 대상으로 30분 배달제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고, 피자헛노조는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이를 폐지키로 했다. 맥노널드는 배달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안전장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30분 배달 보증제’에 대한 비난이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피자업체에서는 여전히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 도미노 홍보팀 한 관계자는 “주문에서부터 피자를 굽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2분에서 15분 정도다. 또 가맹점 허가 역시 12분 내에 배달이 가능한 구역만 받을 수 있다. 또 주문량이 폭주할 때에는 미리 배달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지하고 주문을 받는 등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라며 30분 배달제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미노피자는 물론이고 다른 중소 피자업체들도 암암리에 30분 배달제를 고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30분 배달 보증제 등은 업체의 영업이익을 위한 행위이므로 법적으로 제재가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산업재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음식 및 숙박업종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 사상자 수는 4,962명에 이른다. 또 해마다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578명에 불과하던 것이 2009년에는 1,395명이 됐다. 5년 사이 배달 오토바이 사고 사상자 수가 두 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음식·숙박업 가운데에서도 오토바이 재해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업종은 피자 등 패스트푸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동안 피자·패스트푸드점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 사상자 수는 총 1,890명으로 전체의 26.7%를 차지했다. 그 밖에 중국요리 음식점이 1,314명으로 18.6%, 치킨 전문점이 894명으로 12.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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