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차그룹은 정규직화계획 당장 내놔라!”

▲ 16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불법파견 정규직화 관련 금속노조 대(對) 현대차그룹 입장 발표'기자회견에 참가한 현대차비정규지회 이상수 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도 여전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법원의 잇따른 판결에도 아랑곳없이 오히려 대법원 상고와 헌법소원 제기 등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비정규직지회가 2차 투쟁을 결정하자 현대자동차는 최근 지난해 25일 간 파업 투쟁에 참가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300여 명에 대한 징계를 겁박하는 상황이다. 각 공장 별 징계위원회 개최공고를 붙이거나 개별 출석을 통보했다. 뿐만 아니라 공장에 철문을 세우고 경비대를 배치해 출퇴근 시 노동자들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며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그룹에 대해 당장 정규직화계획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회견 여는 말을 통해 “불법파견 문제는 법원 판결이 없어도 현대차가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 요구를 수용하고 사정했어야 할 문제”라면서 “지난 2005년 주무관청인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을 때 열린 특별교섭을 통해 정규직화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고 제기했다.

이어 “대법 판결이 난 상황에서도 또 상고하는 작태를 보이며 최병승 조합원 개인문제에 한한다고 우기는 것은 굴지의 대기업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고 “농성을 정리하며 교섭국면이 열렸지만 회사는 지도부 전부를 해고하겠다는 등 비정규직 요구를 관철하기는커녕 노동자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상수 지회장이 이곳에서 단식을 벌인지 8일째이고, 양재동에서도 두 동지가 고공농성 중”이라면서 안타까움을 표하고 “현대차가 즉시 정규직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로 조계사에서 단식농성 8일째를 맞은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은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정규직화는 돈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경직성의 문제’라며 노동자 존엄성을 말살하고 있다”고 전하고 “그 자본의 논리대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예의 삶을 살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지회장은 “회사가 정규직화 계획없이 지금까지처럼 탄압으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오는 19일 전 조합원 총회를 통해 인간답게 살기 위한 2차 파업을 선택하고 결의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자여러분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성을 이해해 현대차의 잘못을 낱낱이 폭로해달라”고 주문했다.

▲ 16일로 단식 8일차에 들어간 이상수 지회장의 텐트 앞에서 열린 '불법파견 정규직화 관련 금속노조 대(對) 현대차그룹 입장 발표'기자회견.이명익기자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도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부산과 서울 양재동에서 지상 40~50m 높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면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과 노덕우 전 수석부지회장은 현대자본에게 고소고발당하고, 경찰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이니, 단식이 한계에 도달하면 병원을 거쳐 경찰서로 가게 될 것이고, 노덕우 수석도 경찰이 침탈해 끌어내리면 곧바로 구치소로 가게 될 텐데 이들이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느냐?”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 KBS, MBC, YTN 카메라가 와 있지 않은 것은 많은 언론들조차 이런 현실에 입을 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현대차가 법원 판결을 거부하고 항소한 것은 대법원을 협박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투쟁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금속노조는 법마저 무시한 채 시간을 끌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규탄하며,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계획을 당장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고 “2008년부터의 법 흐름을 요약하면 ‘고등법원 파견법 적용 불가→대법원 파견법 적용→파기환송심 파견법 적용’ 등으로 최종 정리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파기환송심 결과를 보자며 시간을 끌던 사측은 지난 10일 파기환송심 뒤 그 판결이 최 조합원 개인에게만 해당된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면서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사내하청노동자 생산작업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점 △현대차 시설과 부품을 사용해 현대차가 교부한 작업지시서로 일한 점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와 변경결정권을 가진 점 △현대차가 노동·휴게시간, 근무교대와 작업속도를 결정하는 점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 근태·인원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점을 파견법 적용근거로 들었다”고 말하고 “열거된 사실근거에 해당되는 노동자가 단지 최 조합원뿐이라는 말에 수긍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파업을 벌인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고소고발·징계해고 등 탄압을 거두고 글로벌 대기업 명성에 맞게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화 계획을 당장 제출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것이야말로 현대차가 글로벌 탑3에 오르는데 필요한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지적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결단을 거듭 촉구하며 “회사가 노조의 정중한 요구를 묵살한다면 지난해 회사를 당혹케 한 25일 간의 파업투쟁에 버금가는 2차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17~18일 잔업을 거부하고 파업출정식과 사업부별 보고대회를 열어 조합원 전원이 2차 파업을 결의한다. 이어 19일에는 전 조합원총회를 개최해 토론을 거쳐 2차 파업투쟁을 결의할 예정이며, 25일부터 닷새 간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벌인다.

▲ 16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불법파견 정규직화 관련 금속노조 대(對) 현대차그룹 입장 발표'기자회견에 참가한 현대차비정규지회 이상수 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