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노조, 정권과 경찰총수의 경찰독재 막는 첨병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영국의 경우 경감이하는 경찰노조, 총경은 총경연합회, 자치경찰청장 계급은 자치경찰청장연합회를 통해 권익대변을 기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역경찰총수끼리는 별도의 회의체를 갖고 경찰정책을 결정하는데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두 나라는 지역경찰총수 아래 계급에 속하는 모든 경찰이 경찰노조 가입대상이다. 호주연방경찰노조는 현직 경찰은 물론 전직경찰까지 망라하며 경찰이 고용한 모든 문민직원까지 가입대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문민직원을 조직대상으로 삼는 공무원노조(6급이하)에 준하여, 경감까지 노조가입대상으로 하자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없는 경정계급을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는 점에서, 경정계급이 폐지되기 전까지 경찰노조 가입대상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실적이다.

한편 각국의 경찰노조 국제연대는 1996년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경찰노조연합’(ICPRA)이 효시이다. 처음엔 캐나다, 영국(잉글랜드-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등이 주축이었다.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남태평양 국가들 경찰노조가 가입하였다. 이 기구는 격년제로 총회를 갖고 있으며, 작년에는 덴마크에서 개최되었다. 이 기구는 스와질랜드 경찰노조준비모임 측에게 전략지도, 법적자문, 재정지원을 통해 경찰노조설립을 지원한 바 있다. 또한 스페인정부가 경찰노조를 금지하는 ‘민병경찰대’ 측에 대해서도 경찰노동권 획득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유럽의 28개국가 33개경찰노조를 망라한 ‘유럽경찰노조연합’(EUROCOP)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 기구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경찰노동자의 기본권 확보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서구 각국의 경찰노조는 정부측과 단체협상을 원활하게 진행하며, 쌍방 합의는 잘 이행하고 있다. 물론 경찰노조, 정부, 지휘부 삼자가 언제나 서로 포용하며 조화로운 관계만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경찰노조라는 게 역설적으로 ‘평온과 질서’를 중대하게 무너뜨릴 가능성도 있으며, 또한 지휘부 권한에 대해 근원적인 도전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하여 서구에서도 경찰노조에 대해 걸핏하면 분열세력이라며 폄하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경찰노조란 경찰서비스 제공을 좌우하는 ‘진정한’ 거버넌스구조 개혁을 추구하기보다는, 거꾸로 개혁에 저항하며 방어적인 자세를 탈피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하지만 경찰노조 전문가인 제니 플레밍과 모지크 막스에 따르면, 이런 회의적 평가나 시각이란 것도 실상은 경찰노조의 존재 그 자체에서만 기인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경찰노조가 과거 경찰조직에 잔존해있는 군사문화를 일소해왔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경찰정책 결정과정에서 핵심축이 차지했다는 엄연한 현실에서 나온 평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노조가 있는 나라들은 경찰지휘부와 정부 모두 경찰노조와 ‘합의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경찰형사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유력한 ‘대주주’가 된 경찰노조와 영향력은 법질서 정책 분야에서 핵심요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국 경찰노조는 지역사회로부터 변함없이 매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경찰노조 측이 공론화한 입장은 정부나 지휘부라도 함부로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게 되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작년 경찰노조추진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승수의원 질문에 우리나라는 남북분단 상황이라서 경찰노조가 시기상조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실소만 자아냈다. 경찰노조가 ‘정권의 하수인’ 아닌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서 조청장의 실적주의가 강요한 고문수사를 반대하는 반면, 구태의연한 조현오청장은 정권 편에 서있으면서 경찰정책결정권을 경찰노조와 분점해야만 할 것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끝내 거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탤런트 장자연 성상납 사건처럼 정권과 돈 가진 자들의 외압을 받고 온갖 사건들이 불공정하게 은폐 조작되고 있는 현실에서, 조현오청장은 검찰과 더불어 그런 의혹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경찰노조는 바로 이런 잘못된 현실을 바꿀 미약하나마 올곧은 일선경찰의 몸부림이다.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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