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5천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 월 100만원은 넘어야”

▲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012년 적용 최저임금 5410원을 요구한다'기자회견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 부위원장이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012년 적용 최저임금 5410원을 요구한다'기자회견에 참가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최저임금연대가 2012년 적용 최저임금 5,140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29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촉구하며 2012년 적용 최저임금 5,410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협상과정에서 4,320원이 최종 결정되자 사용자단체들은 반대성명을 내고 집단퇴장했는데 그것도 물가수준만 겨우 따라갔을 뿐 경제성장률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인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최저임금 협상 역시 사용자단체들이 동결을 주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저임금 노동자들은 정말 살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국민임투 3년차,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다단계 하도급과 하청업체 구조적 중간착취, 한국경제 근본문제를 제기하며 6월 생존권 투쟁의 중심에 최저임금투쟁을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인숙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우리는 월 100만원은 넘어야 한다는 소박하고도 절박한 요구를 내걸었다”고 말하고 “최저임금제도는 최소한 이 정도는 지급해야 한다는 국가의 명령이며, 임금이 최저라고 해서 우리 노동자 노동의 가치와 질까지 최저는 아니”라면서 “밥 한 끼 정도는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복지논쟁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하며, 우리는 최저임금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하고 “최저임금 위반사업장에 대한 적발과 형사처벌은 전혀 없고, 최저임금은 오를 줄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이 세종로의 높은 건물들에도  청소노동자들의 땀이 배어 있다”면서 “450만 이상이 절대빈곤층인데 선진사회니, 2만불, 3만불이니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되묻고 “최저임금 언저리 노동자들의 기본생활 보장을 위해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가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 진보연대 이강실 공동대표가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012년 적용 최저임금 5410원을 요구한다'기자회견에 참가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5410원이란 우리 요구는 절대 높은 것이 아니며, 최저임금 현실화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면서 “이 만큼도 들어주지 않는 정부를 우리는 정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427보궐선거부터 시작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성노조 인천지부 최성자 조합원은 “저는 인천지방법원에서 6년 간 일해왔다”면서 최저임금을 받아 은행대출이자와 남편 병원비, 약값 등 고정지출을 빼고 20여 만원을 갖고 한 달을 살아야 하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정재영 청년유니온 조합원도 “저는 군대갔다와서 가계부채 때문에 대학을 중퇴하고 주7일을 일하며 알바를 했지만 학자금 대출 이자와 생계비조차 벌기 어려웠다”고 말하고 “28살이 되기까지 그렇게 일하며 살았지만 이력서에 써넣을 내용이 없어 취업도 어렵다”면서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영미 전실련 사무처장과 박희진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최저임금은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상승됐다고 하나 그 수준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1/3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고 전하고 “현재의 시급으로는 제대로 된 밥 한 끼조차 먹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몇 대학의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저임금에 시달리다 못해 ‘월 100만원은 받자’며 파업 중”이라면서 “지난 2월에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일하다 하루아침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난생 처음 해본 점거투쟁을 통해 월 75만원, 밥값 300원이란 자신들 기막힌 현실을 사회에 알리고, 고용승계와 최저임금보다 130원 높은 시급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 정재영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012년 적용 최저임금 5410원을 요구한다'기자회견에 참가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최저임금연대는 “저임금 노동자들 임금수준 개선이란 목적으로 시행되는 최저임금제도는 실제 현실에선 최고임금으로 불리며 수많은 노동자들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고 “최저가 최고가 돼 버린 이들에게 임금수준 개선이란 최저임금 대폭 인상밖에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450만명에 달하는 저임금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까지 고려한다면 최저임금 현실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면서 “우리는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위해 2012년 적용될 최저임금 시급 5,410원을 요구한다”고 전하고 “이는 2011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최저임금제도 취지를 실현하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말했다.

제 정당,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늘 회견을 시작으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해 범국민적 운동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전국적 동시다발 캠페인, 각종 토론회, 최저임금 현실화 국민문화제, 투쟁사업장 지원 등을 통해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사회적 여론 조성사업을 4~5월 집중 진행할 계획이다. 또 최저임금 위반사업장에 대한 감시활동과 저임금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복지 확대 등 제도개선을 위해서도 나선다. 한 끼 밥값 5천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을 보장하기 위한 총력투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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