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 소홀 반성하고 노조법 개정 위해 야당 힘 하나로 모을 때"

정동영 국회 환노위 민주당 의원
17대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친노동 행보가 눈에 띈다. 상임위를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겼고 최근에는 민주당의 “5대 노동현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노동현장 방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의 유력 정치인 인터뷰 두 번째는 정동영 의원이다. 인터뷰는 4월 6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진행되었다. [편집자 주]

■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겼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참여정부와 국민의정부 10년 동안 그 중심에서 활동했다. ‘민주화가 밥 먹여 주냐’는 국민들의 평가를 들을 때는 참담했다. IMF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노동유연화·정리해고·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는 원죄의식을 안고 있다. 국민들의 노동조건과 삶을 개선하는데 의미있는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성찰을 했다. 이것이 환노위를 택한 이유다.”

■ 상임위 활동을 소개한다면?

“5대 노동현안이 첨예하게 불거져서 진상조사단 구성과 청문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민주당이 주도해서 노동문제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우리 당이 노동문제에 대해서 전면에 서지 못했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민주당이 진보적인 민주당으로 가는 길에서 노동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법 모색없이는 빈수레가 될 공산이 크다는 인식들이 깊어진 것 같다. 야당 환노위원들이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이다. 당의 지도부이고 최고위원이니 발언력이 더 크지 않겠나. 열심히 하겠다.”

■ 전주버스 파업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부담이 클 것 같은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 사실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고 본다. 노조는 업무에 복귀하고 회사는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는 것이다. 회사가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르렀다. 뿌리를 살펴보면 이 정권의 반노동정책에서 기인한다. 절차 목적 수단에서 정당한 쟁의행위를 노동청에서 불법시했다. 법원은 지난 4일 민주노총 버스노조가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두 버스회사는 기존의 한국노총 버스노조 외에 민주노총 버스노조와도 단체교섭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측을 설득해 교섭테이블이 열리도록 지원할 것이다.”

■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여당 아닌가? 의지는 확인되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력이 없는 것 아닌가?

“질책 달게 받겠다. 시장과 지사에게 큰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어려움은 있지만 반드시 풀도록 하겠다.”

■ 4월 임시국회에서 직업안정법 개정안이 상정됐다가 다시 철회됐다.

“직업안정법이 악법이라는 사실이 당내에 공유가 안 돼 벌어진 일이다. 등원 협상 과정에서 법안 상정이 결정됐는데, 솔직히 뭘 모르고 결정한 측면이 있다. 결국 사후적으로 당 최고위 회의서 ‘상정 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 직업안정법 개정안 상정을 둘러싼 해프닝이 노동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 수준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닌가.

“그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직업안정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한민국을 파견직 천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 고신대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원래 월급이 88만원인데, 도급업체가 바뀌면서 85만원으로 줄었다. 도급업체는 최저임금법에 걸릴까 봐 휴게시간을 늘렸고, 아주머니들이 하루 8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하루 7시간에 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임금은 줄고 노동강도는 높아진 것이다. 직업안정법 개정안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드러낸 법안이다.”

■ 최근 양대 노총과 야5당의 노조법 개정안 공동 발의가 불발됐다.

“지난 달 28일로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의 회견문 초안에는 타임오프·복수노조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나머지 6개 의제(산별교섭 법제화·노조설립 절차 개선·단체협약 일방해지권 제한·사용자 개념 확장·노조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 제한·필수유지업무 폐지)를 순차적으로 당론화하자는 것이었다.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필수유지업무를 폐기하자는 노동계의 요구는 절충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당론화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속도를 내서 노조법 관련 의제들의 당론화를 추진하겠다. 당에서 5대 노동현안해결 비상대책위를 만들어서 내가 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이 속도를 내겠다”

■ 당론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등 야5당이 당론화에 성공하더라도 한나라당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데.

“물론 한나라당과의 협상이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가 본질적인 해법이다. 국민들은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 줄 준비가 돼 있다. 문제는 야당들이 각개약진하다가 결국 또다시 어부지리격으로 정부·여당에 권력을 쥐어 줄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의석 구조로는 노조법 전면개정은 불가능하다. 야당들이 힘을 모을 때다.”

■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서 양극화가 구조화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주에 쌍용차 한상균 지회장 면회를 갔다.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의 십자가를 진 분이다.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노동자이자 가장이 징역을 살아야 하는 현실이 정치의 책임, 민주정부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채무감을 가지고 있다.”

■ 최근 행보를 일각에서는 ‘좌클릭 또는 노동계에 대한 구애’로 표현하는데 그렇게 봐도 되겠나?

“ 작년부터 담대한 진보, 진보적 민주당, 역동적 복지국가로 당의 색깔을 재정립하자고 주장해왔고 실천하고 있다. 강령과 당헌을 진보적인 것으로 바꾸었다. 보편적 복지를 당의 목적으로 명기했다. 민주당 역사의 다른 페이지를 열었다. 중도개혁주의라는 어정쩡한 정당이 아니라 진보적 생깔과 내용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09년 용산참사를 보면서 반성문을 썼다. FTA수용 잘못했다. 용산참사는 국가권력의 횡포이다. 미국 민주당이 대공황기에 전국적 정당으로 도약한 것도 노동기본권과 복지확대를 내걸면서였다. 한국경제가 어려 운건 내수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노동권 보호와 사회보장의 완비이다.“

■ 2012년 정치적 격돌에서 핵심 의제 쟁점은 무엇일까?

“평화체제와 통일, 복지국가로의 전환이다. 복지국가는 국가운영 원리이다. 보수진영의 복지 논리는 시혜, 선별, 잔여이다. 그와 달리 저는 복지를 헌법적 권리로 보며 보펀적 복지, 진보적 복지로 가자는 것이다. 복지에 대한 철학이 경합하고 있다. 산업화 30년과 민주화 30년을 거친 한국사회는 이제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 2012년을 대전환기로 만들어 보자. 그것이 노동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 경제의 몰락은 토건지출의 확대와 지속적인 감세정책이 근본요인이다. 이 정권의 경제철학은 틀렸다. 부자증세와 복지확대가 답이다. 정치권이 요구하기 전에 국민이 요구하고 있다. 서구나라들은 GDP 6000불 시대에 복지국가의 틀을 완성했다. 2만불 시대에 복지국가로 전환은 당연한 것이다“

■ 유럽의 경우 장구한 노동운동의 역사가 사회적 복지 확대의 기본 동력이었다.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는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복지국가로 가야 하는 근본적 이유다. 한국형 복지모델을 만들어 복지국가로 전환하면 오히려 노조 조직률이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다. 복지국가를 염원하는 세력들이 힘을 합치자는 것이 복지국가단일정당론이다. 진보개혁 세력이 분열하면 제2의 MB정권을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역사적 결단이 필요하다.”

■ 복지담론이 활발하다. 증세 논란도 있는데, 증세를 통한 복지는 민주당 지지층에게서부터 저항을 받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계에서는 1차 분배를 통한 노동복지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실현할 힘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나?

“야당은 말로 정치를 할 수 밖에 없다. 정책과 철학을 구현하는 것은 권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 정권교체하는 것이 해법이다. 지난 10년에 대한 반성은 노동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이 일정정도 진척되긴 했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했다. 격차사회를 어떻게 줄여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5대 불안(일자리,교육,주거,건강,노후)으로부터 국민들이 벗어나서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권을 추구할 수있게 해야 한다. 3년전 대선에서 내가 걸었던 가족행복 시대와 한나라당 후보의 국민성공 시대를 대비해 보면, 성공은 경쟁을 전제로 하고 행복은 연대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식 정글자본주의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통일부 장관 출신으로 작금의 남북관계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으실텐데.

“정권을 바꾸면 당장 해야 할 것이 대북 적대시정책의 폐기와 6.15  10.4  9.19의 즉각 복원이다. 평화체계가 구축되면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민주정부 10년동안 길을 다 닦아놨다. 노무현 대통령이 10.4 합의할 때 제2개성 공단을 만들기로 했는데 거기가 이번 연평도 사건에서 포사격을 한 개머리진지가 있는 황해남도 강령군이다. 같이 공단을 만들어 협력할 수 있는 곳에서 포사격이 벌어진 것이다. 개성공단 2-30개 만들 수 있다. 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미국과 중국에 맡기나.“

■ 4.27 보선과 내년 총선-대선까지의 전망은?

“4.27에서도 보이듯이 단일화 협상이 쉽지만은 않다. 총선에서는 연대연합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대선에서 복지국가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하나의 당으로 가보자는 거다. 5월에 정책협의체를 만들고 9월쯤에 추진체를 만들고 연말쯤에는 ‘연합정당’을 띄워보고 싶다. 잘 되겠냐고 하지만 회의론자가 역사를 바꾼 적이 없다. 역사는 확신범에 의해 발전해왔다.”

■ 노동과세계 독자, 그리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이고, 야당은 정치적 약자이다. 약자의 연대를 얘기하고 싶다. 정치의 목적이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아닌가. 민주당을 너무 미워하지 말고 연대의 대상으로 열어달라.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더 친노동적으로 바뀔 거다.”

<대담>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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