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중심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주노총이 사회변혁 주체로 우뚝 서야

이강실 민중의힘 공동대표
진보민중운동진영 조직들이 최근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준)’이란 이름의 연대체를 만들어 출범을 선언했다. <노동과세계>가 민중의힘 공동대표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전국여성연대 공동대표)를 만나 연대체가 지향하고 이뤄야 할 과업과 민주노총에 주어진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준) 출범 관련해=민주노총이 진보연대 가입을 보류한 채 3년이 지났다. 진보연대는 이렇게는 가입이 어렵고 가입해도 민주노총 안에서 단결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상설연대체를 만들면 함께 하자고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결의해서 1년4개월 만에 상설연대체를 만들었다. 강령까지는 원치 않는 조직이 있어 사업목표로 했다.

민중의힘은 민생민주평화통일에 집중하는 운동을 펼칠 것이다. 다양한 사상을 가진 조직들이 모인 낮은 단계의 상설연대체다. 공통분모를 이끌어내 합의하는 수준이므로 정치방침을 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민중투쟁은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

민중운동조직들이 사업목표를 정하고 함께 일하는 진보적 모습이다. 과거에는 뭘 하던 이견을 존재했고 불신과 편견과 오해가 많았다. 진정성을 갖고 민중투쟁을 전개하다보면 신뢰가 구축돼 더 견고하고 높은 수준의 연대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민중의힘 출범에 즈음해 진보연대는 해소돼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민중의힘이 제대로 된 상설연대체가 돼서 위상과 역할을 갖게 되기 전까지는 진보연대가 존재할 이유가 있다. 무작정 해소하는 것은 우리 운동의 손실이다. 진보연대와 민중의힘이 서로 보완하며 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 우리는 민중의힘이 제대로 된 연대체로 모습을 갖출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노동운동 현주소와 노동계급 운동의 중심성에 대해=타임오프 전임자임금문제나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등으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을 위협당하고 있다. 이를 뚫고 나갈 방향이 무엇일까 고민이 많을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내 문제로 끌어안아야 한다. 정규직도 언젠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수 있고, 내 자녀는 비정규직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을 중심에 놓고 노동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고민해야 한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라도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는 임금과 대우를 받는다.

민주노총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 교육을 통해 비정규직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는 의식화 교육이 필요하다. 노동운동이 경제중심의 임금투쟁으로만 흐르니 사회변혁 주체가 되지 못한다. 노동자 의식도 갖지 못하고 노동조합이 임금인상 이상의 요구도 하지 않는다. 이 문제도 교육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교육문제와 조직력 복원을 고민해야 한다. 민주노총 조직은 공무원, 교사, 보건 등 다양한 직종 노동자들이 있다. 각 직종 노동자들의 다양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노동운동이 이뤄져야 한다. 각 산별조직별로 운동 방식과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인정해주고 특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서 그런 다양한 힘들이 모아져야 한다.

△진보정당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역할에 대해=진보정당 당사자들은 아직 통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독자파를 말하기도 한다. 대중은 진보정당 간의 차이가 뭔지도 모른다. 왜 함께 하지 못하는지 모른다. 진보정당 합쳐야 하는데 작은 차이에 집착하고 있다. 대의명분 속에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 그 과정에 민주노총이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합 선언운동과 예비당원되기운동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촉구하는 모든 시민사회가 총망라돼 ‘진보의합창’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10만 당원을 만들겠다는 자세로 함께 한다면 역사는 반드시 이뤄진다. 그만큼 민주노총 역할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그 일에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 정권 하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 결집해서 싸워야 하며 그 노력이 선거로 연결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노동현안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노동자가 진보적 정권교체에 앞장서야 하며 그러려면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 야권연대를 이루고 진보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민주노총에 주어진 사회적 책무에 대해=민주노총이 사회변혁운동의 중심적 조직이라고 한다. 외부에서 요구하는 만큼 내부도 그런 자세가 돼 있나 되돌아보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성찰과 자각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조합주의와 경제투쟁에 머물러 있다. 조합원들 스스로 사회변혁의 중심이 된다는 자세와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 민주노총 안에도 다양한 정파와 입장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로드맵을 제시하고 공유하며 사회변혁의 총체적 책임을 지기 위해 자기주도성을 가져야 한다. 많은 국민이 민주노총에 바라며 요청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만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노동운동 내 정파 갈등을 해결하려면?=정파와 입장은 어느 단체와 세력에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양성을 어떻게 통합하느냐다. 통합하지 못하면 갈등을 겪게 된다. 통합하려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며, 자기 것을 중심으로 끌어가면 갈등이 생긴다. 이해 폭을 넓히고 공감하며 합의하는 수준에서 운영원칙을 정립시키면 갈등문제로 번지지 않을 것이다. 상설연대체를 만들 때도 같은 문제가 도드라졌지만 소통하고 극복하며 민중의힘을 만들었다.

다양한 정파가 우리 운동을 풍성하게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 분쟁과 분열을 일으킬 뿐이다. 지도자들도 역량을 발휘해 소통과 통합을 추구하며 절충을 잘해야 한다. 정파의 다양성이 우리 운동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자기 정파조직이 아니라 대의명분을 중심으로 기준과 잣대를 세워야 한다. 민중해방세상을 중심에 놓고 정파적 이해와 견해를 생각해야 한다.

△민주노총 6기 지도부에게=민주노총은 시민사회 속에서 이익집단으로 생각돼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동시에 누구도 무시못할 막강한 대중조직이다. 김영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민주노총 이미지가 많이 젊어지고 부드러워졌다. 민주노총 하면 투쟁일변도의 경직된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었다. 위원장이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키는데 역할을 했다. 또 시민사회와 진보민중단체들 속에서도 민주노총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민주노총이 모든 운동의 중심에 서고 있다. 시대적 상황 속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민중운동 전체가 힘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중심적 역할이 중요하다.

김영훈 지도부가 상설연대체 관련해서도 치우침 없이 객관적으로 크게 결단했던 것처럼 균형잡힌 정세판단을 하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민중진보세력과 진보정치가 하나여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는 것이 진보정치가 집권하기 위한 관건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사회변혁의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지 않으면 사회변혁운동은 없다. 민주노총에서 언제부터인가 일상적 실천활동이 약화된 것 같다. 사업장과 노조를 떠나 집에 가면 노동자 의식이 사라지고 보수적인 사람으로 되는 것 같다. 노동자들은 임금투쟁할 때 외에도 사회 전반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 환경문제, 풀뿌리 지역조직 등에 함께 결합하며 노동운동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노동문제만이 아닌 다양한 면에서 균형잡힌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내면화시키며 민중을 사랑하는 품성을 길러 통합적 인간형이 돼야 한다. 노동운동은 열심히 하는데 임금투쟁만 중심적으로 하고 다른 사회변혁 과제에 무지하고 무관심하며 보수적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민주노총에 현안이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아울러 그런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민주노총 운동방식도 창의적으로 다변화돼야 한다. 우리 운동의 목표가 맞는지, 방식이 효과적인지 늘 질문해봐야 한다. 대중이 모른다고 화내거나 나무라거나 무시해선 안된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국민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대중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글=홍미리기자, 사진=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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