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입양, 모성, 사랑에 대한 근원적 성찰

‘엄마’ 하면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엄마란 희생의 대명사다.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 가장 먼저 얻고 느끼게 되는 사랑의 근원지가 엄마다. 낳는 것에는 선택이 있지만 태어나는 것에는 선택이 없다. 하지만 때로는 자의든 타의든 그 희생을 포기하는 부모도 있다. 영화 ‘마더 앤 차일드’가 모성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14세 때 딸을 낳고 입양을 보내 37년 동안 보내지 못할 편지만 적는 엄마, 카렌(아네트 베닝). 37년 동안 한 번도 부모를 본 적 없지만 이지적인 외모의 전도유망한 변호사로 홀로서기 한 딸, 엘리자베스(나오미 왓츠). 아이를 낳고 죽은 엘리자베스의 아이를 입양한 불임의 여자 루시. 이들 세 여성의 독립된 이야기가 모두 연결된 관계로서 끝맺는 과정이 섬세하고 저릿하다.
 
‘당신이 어떤 자리에 있든, 몇 살이든, 유부남이든 아니든, 너의 사랑을 실험하겠어. 변하는지 변하지 않는지 실험해줄게. 어차피 사랑은 순간의 장난이고 쾌락이잖아….’ 버려짐과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차갑고 감정이 메말라버린 엘리자베스가 아기를 낳은 후 공허하고 쓸쓸한 눈빛으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멍울지게 한다.
 
이 영화는 완전히 여성의 영화다. 어쩌면 너무 어리거나, 남자들이라면 공감을 얻기 어려운 영화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딸-손녀로 이어지는 여성의 입장에서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잡은 인물들도 모두 여성들로, 모든 남성은 주변인이고 장식일 뿐이다. 모든 사건의 전개는 여성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며, 욕망과 갈등을 보이는 캐릭터도 여성들뿐이다. 그럼에도 37년간 눈을 맞추지도, 안아볼 수도 없었던 엄마와 딸의 아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남성 관객들에게도 모성에 대한 감성적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기승전결이나 선악구도의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구조가 아니고 악역도 존재하지 않아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여성들의 섬세한 감정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 구석에 와 닿아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 저만치 서있는 장님 소녀의 포커스가 감성을 자극한다.
‘엄마’라는 말처럼 가슴을 움직이는 말도 없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엄마와 딸이 보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영화 ‘마더 앤 차일드’. 자식도 낳아보고 친정어머니와의 관계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여성들에게 더 깊은 교감을 줄 것이다.
 
영화 ‘킹콩’으로 유명한 ‘나오미 왓츠’(엘리자베스)는 전라의 노출을 감행했고, 실제 만삭의 모습으로 뱃속 아이와 교감을 하는 리얼한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강상철 ksc000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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