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여성위 수련회를 다녀와서>

지난 4월 22일 민주노총 여성위 수련회를 가려고 휴가를 냈다. 당진에서 출발해 천안, 청주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청천까지 세 시간 여를 달려간 수련회 장소는, 물 좋고 산 좋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한 펜션이었다. 옆으로 계곡과 얕트막한 산이 조화를 이뤄 너무나도 아담하고 예쁜 곳이었다. 도로엔 벚꽃이 예쁘게 활짝 피었고 나무엔 새순들이 파릇파릇 비를 머금어 더욱 푸르게 보였다. 역시 우리나라엔 좋은 곳이 많다. 다들 왜 외국으로 못나가 난리인지.
 
비가 오는 중인데도 여성들이 속속 오기 시작했고, 서로 인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련회 시작 전에 ‘나의 리더쉽 스타일 분석’을 체크해 서로 모둠조를 정했다. 쉬운 말로 성격유형체크다. 민주노총 노우정 부위원장의 인사말로 수련회를 시작했고, 바로 사회진보연대 정지영 사무처장의 ‘역사 속의 여성혁명가들’ 강의를 들었다. 선배 여성 혁명가들의 치열했던 삶을 들으면서 지금 우리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고, 또 아직도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에 잠겼다. 또한 모둠 토론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정리해 발표하는 자리도 가졌다.
 
이어 여성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과제 등을 둘러싼 모둠 토론을 했다. 임신 6~7개월쯤 되는 총연맹 최성화 여성담당이 사회를 맡았는데, ‘사회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겠죠?’라는 애교 섞인 ‘협박’과 이상한(?) 지시로 각 모둠조의 사회자와 서기를 정했다. 머리가 젤 긴 사람이 사회자고 젤 짧은 사람이 서기라니... 그렇지만 열띤 토론과 발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역시 무얼 시켜도 척척 너무나 잘해낸다. 여성영화 감상과 뒷풀이로 첫 밤을 마무리 했는데 특히 뒷풀이 땐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었다.
 
2일차 프로그램인 생태체험! 펜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낙영산 공림사로 가는 길을 걸으며 생태체험을 시작했다. 반기문 유엔 총장의 친척뻘인지 이름이 비슷한 반기민 전 충북생명의 숲 대표가 함께 했다. 반 대표로부터 우리 산, 들에 나고 자라는 풀, 나무들에 대해 설명을 곁들어줘서 생태 체험이 더 의미 있었다. 마냥 걸으며 쑥도 뜯고 꽃향기, 나무 내음을 맡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이 때 자주 볼 수 없는 할미꽃 한 무더기를 발견하고는 옹기종기 모여 들었다. 어릴 적 할미꽃만 해도 여기저기 묘지 근처엔 흔했는데, 지금은 수목원에나 가야 볼 수 있어 안타까웠다. 그래도 아직 이곳엔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좋다는 해설가의 얘기를 들으며 내려왔다. 이곳저곳 너무나 많이 파헤쳐진 자연, 다시 제자리로 돌리려면 너무나 힘이 든다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파헤쳐 놓은 4대강은 도대체 어찌할 것인가.
 
아쉬움을 뒤로 내년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오는 길엔 날씨가 쾌청했다. 이런 날씨처럼 우리 여성노동자들의 삶도 항상 이렇게 좋았으면 좋겠다. 당당한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그리 녹녹치만 않겠지만 우리 여성들이 먼저 주체로 나서 서로에게 힘과 격려,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면 바뀌지 않을까 싶다. 내가,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당당한 여성 노동자로 살기, 나부터 시작이다.
 
화섬노조 KT세라믹지회 정진희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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