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은 부도덕한 재벌들의 사회적 범죄”

도급순위 58위, 시공능력평가 54위 중견 건설업체였던 성원건설이 겨우 25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고 퇴출등급을 받은 건 지난 2010년 3월이다. 4조 3천억원에 달하는 부채규모, 9천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이 모두 공중분해될 위기에서 회사는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세간은 성원건설 규모의 50위권 중견 건설업체의 연쇄부도와 금융권의 부실 대출을 우려했지만 성원건설 600명 노동자들에게는 무관심이었다.

이미 퇴출등급을 받기 1년 전부터 유동성 악화를 우려하며 부도를 피하기 위해 각종 대안책을 제시한 것은 성원건설노동조합이었다. 임금체불 규모가 수십억원으로 불어나는데도 기업 회생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한 노조가 있었지만 사주인 전현수 회장은 기업 자산으로 묶여있던 골프장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을 갖고 해외로 도피해버렸다.
 
결국 노조의 주장대로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최근 기업회생이 결정됐지만 그 사이 600명에 달하던 직원은 150명으로 줄었다. 임금체불액과 미지급퇴직금액수는 200억원을 넘어섰다. 남아있는 직원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저당잡혔고 장기간에 걸쳐 체불된 임금의 여파는 그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덕래 노조위원장은 “2009년 기업재무상태 조사 당시 성원건설은 B등급을 받아 살아남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사측은 상시적 임금체불을 하고 있었다”며 “매달 수억원대의 임금을 체불하는 회사를 B등급을 준 것은 부실조사이거나 노동자의 임금체불은 회사 신용에 중요한 판단이 아니라는 이 정부의 친기업 정책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원건설은 1년 후인 2010년 조사에서 결국 퇴출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이미 성원건설 직원들의 체불임금이 100억원을 넘어선 이후다. 정부는 왜 이런 조사 결과를 냈을까. 이 위원장은 “성원은 이미 적자를 감수한 무리한 국내 사업 확장, 리비아 진출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였다”며 “당시 노조가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제시한 대안만 받아들였어도 지금같은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조 혐오주의가 여전하다는 걸 성원건설 사태로 여실히 느꼈다”며 “노조의 생산적인 대안 제시도 사측이나 언론들은 마치 노조가 회사를 장악하고 휘두르려는 것으로 느낀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우리가 이정도인데 새로 노조를 만들려는 곳은 오죽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성원건설의 임금체불은 기록적이다. 단일기업으로는 최대 규모. 그러나 전현수 회장 일가는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해결의 열쇠를 쥔 전 1대 주주 전현수 회장은 미국 망명생활 중 경찰에 체포됐지만 보석으로 석방된 후 한국으로의 강제소환을 거부한 채 미국에서의 공판 기일만 계속해서 연기하고 있다. 성원건설 노조 집행부가 원정투쟁까지 감행하며 미국 법원에 조속한 강제소환을 촉구했지만 별 무소용이었다.
 
성원건설의 경영방식은 전형적인 족벌경영체제였다. 전 회장의 부인과 처남이 부회장이었고 사장은 사위, 자금상무는 첫째딸, 기획실장은 둘째딸, 계열사 감사는 셋째딸이 맡았다. 기업의 경영과 이를 견제해야 할 감사의 역할까지 한 가족이 모두 맡는 ‘도덕적 해이’가 결국 성원건설의 최악의 벼랑 끝으로 내몬 셈이다.
 
이덕래 위원장은 이런 족벌경영 체제를 “병을 알면서도 병원에는 절대 가지 않아 모든 구성원들을 막다른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기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그들의 도덕적 해이와 기업이라면 어떻게든 비호하는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 아래서 기업들의 부실경영과 임금체불이라는 사회적 범죄 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우리사회가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당당하게 댓가를 받는 것, 노동자가 주인되는 사회가 되려면 임금체불을 단순히 특정 노사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의제로 봐야 한다”며 “성원건설 사태는 시작일 뿐이다. 민주노총이 임금체불에 한정짓지 말고 노조의 건전한 경영참여를 위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정부에 목소리를 내달라”고 말했다.
 
최병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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