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LG디스플레이 GS건설현장 건설노동자 과로사 산재보상 촉구

▲ 건설산업연맹과 플랜트건설노조 주최로 13일 오전 서울 강남 GS타워 앞에서 열린'파주 LG전자 GS건설현장 건설노동자 과로사 산재보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 김금철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GS그룹의 슬로건은 'Grow with uS, GS'(고객과 함께 성장하자) 였지만 작년 한해 최악의 살인 기업에 GS건설이 선정되며 사실상 죽음과 함께 성장한 건설사가 되었다. 이명익기자
건설노동자들에게 하루 17시간 중노동을 시킨 GS건설이 과로사한 노동자 산재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가장 많은 산재사망자를 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5월3일 40대 한 건설노동자가 죽었다. 사망하기 전 하루 17시간, 적어도 15시간을 한 달 이상 일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사망 장소는 현장 기숙사. 원청인 GS건설은 모르쇠고 일관하고, 하청업체는 “정상적으로 작업했으며 과로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경찰은 부검까지 해 놓고 자살이냐 타살이냐만 밝히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고용노동청 고양지청 산업재해예방과장은 조사할 게 없다고 한다. 노조가 조사를 요청했으나 대놓고 거부했다.

고 조명수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조합원(44세)은 포항의 플랜트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고숙련 용접사였다. 최근 포항에 일자리가 없어 그나마 일이 있는 파주까지 오게 됐다. 조명수 조합원은 지난 3월28일 파주 LG전자 GS건설현장에서 파라다이스산업 소속으로 취업했다. 그런데 파주 외곽에서 LG디스플레이 건물을 짓는 GS건설현장은 지옥같은 곳이었다.

취업 후 5월2일까지 한 달 간 일주일에 평균 4일을 아침 7시 일을 시작해 밤 9시30분, 심지어 밤 11시30분까지 장시간 중노동을 했다. 특히 4월11~22일에는 일주일에 4일은 밤 11시30분까지 일했다.

조명수 조합원은 5월2일 밤 9시30분 작업을 마치고 회사 기숙사에서 자다가 다음날 밤 9시30분 경 동료에 의해 발견됐고 그는 이미 사망해 있었다. 3일 아침 동료가 깨웠지만 코를 골고 있어서 그냥 놔뒀고, 팀장이 11시30분 경 전화했을 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5월6일 GS건설 산업안전담당부장과 파라다이스산업 현장소장 등 사측과 면담을 통해 산재보상을 요구했다. 원청인 GS건설과 파라다이스산업은 산재신청을 거부했다.

고 조명수 조합원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의료진은 잠든 상태에서 무호흡증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나친 음주를 했거나 피로가 극심한 상태에서 몸을 뒤척여 호흡을 트지 못해 사망했으리라는 것. 고인은 평소 술이나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일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 매우 건강했다고 한다. 고 조명수 조합원은 파주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고향인 포항에서 올라왔고, 모친과 부인, 그리고 15세 아들과 13세 딸을 부양하고 있다.

GS건설 하청업체인 파라다이스산업 현장소장 고만복은 유족들에게 찾아와 “정상적 작업만 했을 뿐 휴일은 다 쉬었고 과로한 사실이 없다”며 거짓을 늘어놓고 “유족보상 청구는 회사가 해줄 수 없으니 필요하면 유적이 하라”고 말했다.

GS건설 측 살인노동 강요와 노동권말살에 대해 전국건설산업연맹과 플랜트건설노조가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건설산업연맹과 플랜트건설노조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 GS타워 앞에서 ‘파주 LG전자 GS건설현장 건설노동자 과로사 산재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죽음의 건설현장을 강요하며 노동자 산재를 거부하는 GS건설을 규탄했다.

▲ 건설산업연맹 백석근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 GS타워 앞에서 열린'파주 LG전자 GS건설현장 건설노동자 과로사 산재보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여는 말을 통해 “GS건설이 진작에 사태를 파악하고 유족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했다면 우리가 이 자리에 올 이유가 없었다”고 말하고 “자기현장에서 사람이 죽었으면 응당히 대화를 하고 성의를 표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인데, GS건설은 서울 강남 땅에 재벌의 철옹성만 쌓을 줄 알았지 죽음 앞에 지켜야 할 도리마저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파주 GS건설현장에서 일하는 7000여 명 건설노동자 중 10명 이상이 이미 사망했다”면서 “조명수 조합원 사망 후에도 5월5일 2명의 노동자차 추락했고 그 중 1명은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지만 그 사고는 신고조차 되지 않았다”고 전하고 “이 사실을 GS건설의 경영진은 알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백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기자회견이 아니”라면서 “만약 이후에도 GS건설이 코빼기도 안보이며 이 사태를 외면한다면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건설현장의 죽음행렬을 멈추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금철 건설노조 위원장은 “깜깜해진 밤중까지 하루 17시간을 일한 조명수 조합원 사망은 누가 봐도 과로사임이 분명하다”면서 “건설사들은 공정을 앞당긴 것을 자랑하지만, 그것은 조명수 동지를 비롯한 우리 건설노동자들의 죽음과 피의 대가이며, 대부분의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의 ‘빨리빨리’ 관행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건설사들은 근기법, 산안법을 무시하며 공기단축에만 혈안일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면서 “조명수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GS건설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라”고 역설했다.

오늘 회견에는 고 조명수 조합원의 동생과 매형이 참석해 유족 입장을 전했다. 고인의 동생은 “평소 술담배도 전혀 안하고 축구를 좋아했던 형님이 파주 현장 기숙사에서 돌아가시게 돼 정말 가슴 아프다”고 말하고 “회사는 이제까지 어떤 성의있는 답변도 대화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고향에서 큰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와 우리 유족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GS건설 측이 하루속히 성의있게 답변하고 보상합의에 나서줌으로써 형님이 고향에 가서 어머니 곁에 머물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신용 플랜트건설노조 수석부지부장(포항지부장)은 조명수 조합원 사망 이후 GS건설의 거짓말과 사건 은폐, 고용노동부 고양지청 관계자들의 사측만 편드는 발언과 행태 등을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 수석부지부장에 의하면 GS건설은 “잔업, 연장근무, 휴일근무가 전혀 없었다, 과로사일리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조명수 조합원 사망 후 노동조합이 고인과 함께 일한 동료 14명에게 물어보니 3월28일 첫날 오자마자 밤 12시까지 일했고 새벽 5시 일어나 현장에 가서 밥 먹고 아침 7시 아침점호를 시작으로 밤 12시까지 하루 17시간 중노동에 시달렸다.

▲ 13일 오전 서울 강남 GS타워 앞에서 열린'파주 LG전자 GS건설현장 건설노동자 과로사 산재보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신용 플랜트건설노조 수석부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8명이 한 방을 같이 쓰게 돼 있는 숙소에 들어가 씻고 나면 새벽 2시가 되더라”는 것이 고인과 함께 일한 현장노동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니 잘 수 있는 시간은 겨우 3시간이었다. 이렇게 일하는 것이 반복되자 건설노동자들은 “이렇게는 못하겠다, 죽겠다”고 항의했다. 그래서 조금 나아진 것이 겨우 2시간 줄어든 밤 10시까지였다.

노동조합이 이같은 사실을 항의하자 고용노동청 고양지청 산재예방과장은 “17시간을 일하면 며칠 안가 죽는다, 그럴 리 없다, 회사에 전화해보니 안 그랬다더라”며 사측을 비호하기에 바빴다. 그는 “현장 밖에서 죽었으니 산재가 아니”라며 노조와 유족의 분노를 샀다. 지청의 근로복지과장 역시 공록을 먹는 공무원인지, GS건설의 직원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의 발언만 일삼았다.

박신용 플랜트건설노조 수석부지부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40대 가장인 한 용접사의 죽음은 명백히 장시간 중노동에 대한 과로사이며, 산재사망인데, GS건설은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산재보상 책임을지지 않기 위해 유족들에게 하루 8시간씩 정상적으로 일을 시켰다는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소식을 접한 플랜트건설노동자를 비롯한 전국의 건설노동자들이 GS건설의 후안무치하고 추악함에 분노하고 있다”면서 장시간 중노동 과로사 잘못을 유족에게 사과하고, 고 조명수 조합원 죽음이 산재사망임을 인정하고 민사상 산재보상 책임을 다하고, 장시간 중노동에 의한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과로속에 죽어간 조명수를 살려내라!”, “끝까지 싸워서 망자의 한을풀자!”, “개처럼 부려머고 죽고나니 나몰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건설노동자 사망사고 GS건설 사죄하라!”, “유족에게 사과하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외치며 GS건설을 규탄했다.

조명수 조합원이 사망하기 전 지난 4월에도 50대 여성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날인 5월5일에도 건설노동자 2명이 개구부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파주 LG전자 GS건설현장은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7시간씩 살인적 장시간 중노동이 판을 치는 극악한 노동환경이었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하루 8시간 노동과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만들도록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이 현장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 LG전자 GS건설현장에서 수많은 산재가 은폐됐다. 5월5일 2명의 건설노동자가 중대재해를 당했지만 고용노동부는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 건설산업연맹과 플랜트건설노조 주최로 13일 오전 서울 강남 GS타워 앞에서 열린'파주 LG전자 GS건설현장 건설노동자 과로사 산재보상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플랜트건설노조 간부가 회견시작 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고향에서 큰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와 우리 유족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GS건설 측이 하루속히 성의있게 답변하고 보상합의에 나서줌으로써 형님이 고향에 가서 어머니 곁에 머물게 되길 바란다”(고 조명수 조합원의 동생 조00씨의 발언 중).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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