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차량 돌진 조합원들 13명 심각한 상해...노동자들 점거현장 공권력 투입 임박

▲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유성기업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유성기업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현대차 주요 부품사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현대차 자본과 유성기업 자본의 노조파괴 정황이 드러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성기업 노사가 이미 합의한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놓고 특별교섭을 벌이던 중 사측의 일방적 교섭해태와 공격적 직장폐쇄로 인해 사태가 악화됐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지회는 지난 18일 유성기업 사측이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자 즉시 파업에 돌입해 공장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회는 “19일 새벽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자동차로 조합원들을 덮쳐 13명의 동료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을 때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현실인가 싶었다”면서 회사가 기획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핵심내용을 공개했다.

유성기업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관련 2009년 합의내용에 근거해 최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특별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회사는 교섭을 해태하는 동시에 뒤에서 노조를 파괴할 시나리오를 작성해 단계를 밟았다. 사측은 조정위원회 결정여부와 노조의 파업을 전제로 사전 조기진압을 기획했다.

지노위 결과 13일 ‘조정중지’가 결정되자 회사는 지난 3월부터 일상활동을 포함한 모든 노조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해 채증하고 이를 근거로 직장폐쇄를 계획했다. 조합원들은 사측이 예상한 파업도 점거도 하지 않았다. 시설물을 파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측이 만든 ‘파괴공작시나리오’와 살인위협, 상해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회사의 무리한 직장폐쇄가 불상사를 낳았고 조합원들은 안전을 위해 공장에 남아 스스로를 방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유성기업의 배후에는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있었다. 노조를 파괴할 구체적 방법과 탄압시나리오를 만드는데 있어서 원청인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사관계에 직접개입해 주도한 정황, 그리고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까지 명시한 대외비문건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유성기업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한 유성기업 임정철 조합원이 '공권력 투입 반대'손피켓을 들고 있다.이명익기자
현대차는 지난 시기 원청회사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하청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하는 불공정 행위를 일삼았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은 한국사회 고질적 폐단인 원하청 불공정 거래를 넘어 유성기업을 비롯한 부품사 전반의 노사관계에까지 현대차가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유성기업은 현대차의 요구에 따라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작성해 얼마 전부터 유성기업에 상주해 있던 현대차 관리이사에게 전달했다.

사측이 용역을 고용해 정문을 물리적으로 봉쇄하고 대포차 돌진이 이뤄진 직후 현대자동차 총괄이사 본인과 경찰 측 요구로 사내에 세워져 있던 제니시스 차량을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사측의 대외비문건이 발견됐다. 이 문서는 유성기업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으며 외부유출이 안되도록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며 유출될 경우 유출 당사자를 강력조치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경총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등 자본가 단체들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유성기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요구했다. 살인미수 행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더 큰 인명 피해와 최악의 노사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는 폭력을 부추기고 나선 것.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진보신당 관계자는 유성기업에서 상경한 노동자들과 함께 2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기아차 그룹의 불법 부당한 하청기업에 대한 압력과 지배개입, 그리고 이에 조응하며 노동조합 죽이기에 나선 유성기업의 탄압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민주노총과 진보양당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엄청난 불상사가 예상되는 유성기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 계획을 중단할 것과 현대차의 노-사에 대한 지배음모를 철저한 수사해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 유성기업, 현대기아차 그룹에 대해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노동부는 공격적 직장폐쇄, 용역투입, 공권력 투입 유도 등 노조파괴행위를 기획한 유성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 △경찰과 국회는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의도적 차량돌진 인사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사고재발 방지를 위해 범죄집단인 용역회사를 철수시킬 것 △경찰과 국회는 현대차 총괄 이사의 노조파괴 개입과 지시 여부 등 현대차 그룹의 부당한 개입과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또 △유성기업 사측은 즉각 직장폐쇄 철회와 사과 및 모든 피해의 원상회복, 그리고 유성지회와 정상적 교섭을 통해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를 즉각 수용할 것 △현대차 그룹은 유성기업에 대한 지배개입을 즉각 중단하고, 현대기아차 지부와 합의된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합의사항을 이행하라고 전했다.

▲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유성기업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은 △직장폐쇄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불법소지가 다분한데도 신고서를 반려하지 않은 부적합한 행정당국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함께 문서에 언급된 것처럼 노동부·경찰·검찰 등 관계기관과의 유착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하며 이명박정부는 무리한 공권력 개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만약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공권력을 투입해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갈 경우 이 야만적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양노총을 포함 모든 민주세력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언론은 유성기업 사태 관련해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지엠대우와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결품사태가 발생할 경우 5개 고객사에 시간당 18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도록 돼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가 도산할 수도..."
"노조의 점거에 따른 생산 중단으로 20일 기준 피해액은 약 1111억원에 달해..."

위 내용이 오늘(23일) 뉴스 헤드라인이다. 노조의 파업과 점거로 인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리라는 내용 일색이다. 회사와 원청인 현대가 사전에 노조파괴를 기획한 것이나 직장폐쇄 과정에서의 사측의 불법행태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직장폐쇄 엿새째인 5월23일 오후 현재 유성기업 아산공장에는 아산, 영동, 대구지역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집결해 사측에 대해 직장폐쇄를 해제하고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하며 공장을 지키고 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는 유성기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 중단, 사측의 노조파괴 중단과 성실교섭 등을 촉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유성기업에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지역의 연대대오가 아산으로 달려가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