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시민사회 경악, 병원·CJ시큐리티(용역업체) 강력 규탄

▲ 경산삼성병원이 고용한 용역업체 관계자가 작성한 문건 일부. '경상병원 의뢰=>3명처리방안-신은정, 박원표, 김헌주→음주운전, 점유이탈물 횡령, 교통사고, 폭행, 성매매, 강간, 방화(구급차)’ 라고 적혀 있다. 사진=미디어충청
경산삼성병원(구 경상병원)이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사주해 노조 간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강간과 방화, 교통사고까지 계획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병원측이 고용한 용역경비업체 ‘CJ시큐리티’ 한 간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서 경산삼성병원과 관련된 내용이 8일 미디어충청에 보도됐다. 보도에 의하면 이 문건에는 경상병원분회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와 조합원 실명과 함께 그들에 대한 ‘처리’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경상병원 의뢰 => 3명 처리방안 - 신은정, 박원표, 김헌주
→ 음주운전, 점유이탈물 횡령, 교통사고, 폭행, 성매매, 강간, 방화(구급차)’

신은정 경상병원분회장은 9세, 13세 된 초등학생 딸 둘을 둔 엄마다. 김헌주 경북일반노조 부위원장은 두 아이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다. 박원표 경상병원분회 조합원은 한 집안의 귀중한 아들이다.

병원 측이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것인지 이 메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소각작전’, ‘음주작전’ 등을 실행하려 한 계획도 발견됐다.

6월9일 현재 382일째 경산삼성병원 앞에서 컨테이너농성을 벌이고 있는 신은정 공공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경산병원분회 분회장은 지난 6월 첫주 미디어충청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 사태의 대강을 알게 됐으며, 8일자 ‘3명 처리방안’ 관련 보도기사를 읽고 경악했다. 그의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신은정 분회장은 <노동과세계>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조를 하는 것이 이런 취급까지 받을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두 딸의 엄마를 상대로 이런 식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행태를 일삼는 것이 병원을 운영하는 이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말 끔찍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그럴수록 아이들을 위해서나 저 자신을 위해서나 이 싸움 끝까지 해서 반드시 승리해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병원이 노조를 인정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등 약속을 지키고 원만히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경산삼성병원이 지난 1월 말 CJ시큐리티와 계약을 맺은 이후 용역업체는 집회신고 대행을 시작한 날짜부터 노동조합의 모든 투쟁일정과 동향을 감시해 기록했다. 사진=미디어충청
▲ '경상병원 인건비 정산, 68,600,000원(337명)'이라고 적힌 글씨가 선명히 보인다. 병원 측은 이 문건에 적힌 것만 해도 용역업체에 1억원 넘는 돈을 줬다. 사진=미디어충청
미디어충청 8일자 기사에 의하면 노조파괴 전문용역업체로 알려진 ‘CJ시큐리티’가 경산삼성병원 개원 전인 올해 1월부터 병원 노사관계에 개입해 각종 행위들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문건에는 집회신고 대행을 시작한 날짜를 비롯해 노조의 각종 투쟁일정은 물론 용역직원 배치 인원수까지 빼곡이 적혀 있다. 게다가 용역비로 추정되는 돈을 받은 기록도 있다. ‘경상병원 인건비 합산’이라는 메모를 보면 적힌 금액만 해도 무려 1억원이 넘는다. 이밖에 3월2일부터 10일까지 9일 간 숙식비로 사용한 돈은 4백여 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경산삼성병원은 노동조합과의 대화에는 일체 나서지 않고 용역을 동원해 불법적 폭력과 채증을 일삼았다. 그들은 법적 제기를 통해 노조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노동조합은 병원 측이 원만한 사태 해결보다는 애초부터 노조를 없애겠다는 목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미디어충청이 병원 측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구하자 여기에 연루된 경산삼성병원 강OO 직원은 모든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고 한다. 문건에는 분명히 경산삼성병원 강OO 직원 실명과 함께 미팅한 날짜와 시간까지 적혀 있다. ‘거래업체 관리자’ 강OO 직원 생일에 맞춰 CJ시큐리티가 30만원짜리 백화점상품권을 준 것도 기록돼 있다.

CJ시큐리티는 최근 주간연속 2교대제 노사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였다가 공격적 직장폐쇄와 공권력 침탈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유성기업사태에도 관여한 노조파괴 전문용역업체다.

▲ 민주노총 경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준), 경상병원시민대책위는 9일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용역업체와 병원의 노조파괴공작을 규탄했다. 사진=경상병원분회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는 공공운수노조(준), 경상병원시민대책위와 함께 8일 오전 11시 경산삼성병원 앞에서 경산삼성병원 노조 파괴공작 실체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 간부를 ‘강간, 성매매, 교통사고’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도를 가진 누구의 발상이냐?”며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그들이 ‘처리’ 대상으로 표현한 당사자 3명은 지금 이 기자회견에 함께 하고 있으며, 이들이 문건을 접한 후 느꼈을 공포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입에 담기도 힘든 발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명백한 범법행위이인 만큼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등은 “‘강간, 성매매, 방화, 교통사고, 음주운전’이라는 반인륜적이고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행동들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그들의 발상은 너무나 충격적”이라면서 “이 계획들이 경산삼성병원이 아닌 CJ시큐리티의 단독 계획이라 하더라도 부도덕한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경산삼성병원 역시 그 책임을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진실을 덮기 위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무릎꿇고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분개하고 “그들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 죄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북지역본부 등 시민사회는 경산삼성병원에 대해 지금이라도 사태 해결에 나서 이번주까지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동자들은 공투본과 시민대책위를 가동해 이번 사태를 전국적으로 알려낸다는 방침이다.

▲ '경상병원 노숙농성 대응 공간 인력 배치 50명'. 윗부분에 '재능교육' 관련 내용도 등장한다. 사진=미디어충청

▲ 사진=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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