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탄압 분쇄, 민주노조 사수 결의 “故 박종길열사여 고이 가소서”

▲ 13일 오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민주광장에서 열린 '故 박종길 노동열사 영결식'에서 고인의 부인인 유화복 씨와 초등학교 6학생년 딸 박희정 양이 오열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13일 오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민주광장에서 열린 '故 박종길 노동열사 영결식'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개악노동법 타임오프 현장탄압에 맞서 죽음으로 항거한 고 박종길 현대자동차 아산위원회 노동안전위원 장례가 거행됐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장례위원회는 13일 故 박종길 노동열사 장례를 현대차지부 노동자 葬으로 치르고 경남 양산 솥발산 공원묘지에 고인 유골을 안장했다. 장례위는 이날 새벽 온양장례식장 발인에 이어 홍성화장장에서 화장한 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내 민주광장에서 영결식을 가졌다.

“타임오프 박살!”. “민주노조 사수!”, “11임단투 승리!”, “MB정권 타도!”, “현장권력 사수!”, “건강하게 일할 권리”, “열사정신 계승!”, “총단결 총투쟁!”, “심야노동 철폐!”, “현장탄압 분쇄!”라고 적힌 만장들이 휘날리는 가운데 고 박종길 열사 영결식이 진행됐다.

영결식에 참석한 고인의 부인인 유화복 씨와 초등학교 6학생년 딸 희정은 식이 거행되는 내내 오열하며 슬픔과 충격을 감추지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경훈 현대자동차지부장은 대회사 겸 추도사를 통해 “이 땅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늘 투쟁의 도화선을 만들었듯이 또 한 사람의 동지가 노동운동탄압을 규탄하며 우리 곁을 떠났다”고 말하고 “박종길 열사를 영결하는 우리 산자들이 부끄럽지 않게 투쟁해야 하며, 정권과 자본에 맞선 우리 투쟁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면서 “남은 우리가 현장을 지키고 노동조합을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자본과 정권이 입만 열면 노동귀족이라고 비난하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억울한 이 죽음 앞에서도 자동차 생산대수만 계산하는 당신들은 자신의 생명을 억만금과 바꾸겠느냐?”고 성토했다.

▲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13일 오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민주광장에서 열린 '故 박종길 노동열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이명익기자
이어 “망자의 한과 고통을 살피고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그의 마지막 절규에 귀기울이는 것이 사람이 할 일”이라면서 “당신은 죽어서도 노동조합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당신의 사랑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람이 살아야 노조를 지키고, 노조를 지켜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차별과 탄압이 없는 곳에서 부디 영면하시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16년 전 오늘은 양봉수 열사가 돌아가신 날”이라고 전하고 “해고자라서 정문출입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5월12일 분신하셨고 한 달 뒤인 오늘 돌아가셨다”면서 “이렇게 동지들을 떠나보내야 할 만큼 노동조합을 한심하게 만든 저와 우리가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에게 단협이 있고 다 있는데 그걸 지키지 못했다”면서 “타임오프를 빌미로 단협을 송두리째 쥐고 흔드는 사측에 맞서 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민중을 지키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으로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노동자이며 민주노조를 지키지 못하면 개취급을 받는 것이고, 비정규직을 철폐하지 못하면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것이며, 단결하고 연대하고 투쟁하지 못하면 인간취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2010년 새해 첫날 노조법 개악을 막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며 지캬본 결과가 오늘의 죽음을 초래했음을 통탄해하고 “남은 이들이 책임을 다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으니 지켜봐 주시라”고 다짐했다.

전승일 현대차 아산위원회 의장은 보내는 글 낭독을 통해 “인생살이, 세월이 흘러갈수록 힘들다며 현장탄압이 점점 심해진다며 걱정했던 동지, 살맛나는 일터를 만들고자 염원했던 동지, 이 한 목숨 던져서라도 노동탄압 분쇄하겠다고 외쳤던 동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노동조합을 사랑한다고 했던 동지의 유지를 산 저희가 받들겠다”고 말했다.

전 의장은 “산자의 양심으로 현장탄압 분쇄하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총단결 총투쟁으로 현장권력을 지켜, 노동해방, 혁명의 축제날 역사의 현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결의했다.

▲ 故 박종길 열사의 영정사진.이명익기자
이어 고인의 동생인 박종근 씨가 유족을 대표한 인사말을 통해 “형님이 한창 일할 나이에 그렇게 돌아가시고 나니 정말 기가 막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연락을 받고도 사실이 아니길 바랐지만 싸늘한 형님의 시신을 보니 할 말을 잃었다”면서 비통해하고 “평소 가족들에게는 회사 이야기를 하지 않아 우리 형님이 얼마나 힘든지 미처 몰랐다”고 전했다.

동생은 “노동탄압이란 건 뉴스에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형님이 그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랑하는 형수님과 초등학교 6학년인 희정이는 어떻게 하라고 하나뿐인 목숨을 버리셨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면서 “노동자들이 형님이 유지에 따라 살맛나는 현장을 만들고 노동조합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고인의 넋을 기리는 조가와 진혼굿에 이어 유족과 친인척들, 내빈, 현대차지부 간부와 조합원들이 차례로 헌화하며 고 박종길 열사를 추모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영결식을 마친 운구는 경남 양산 솥발산 공원묘지로 이동해 하관식을 갖는다.

고 박종길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조합원은 지난 9일 오전 8시35분 경 아산공장 현장에서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현장탄압을 규탄하는 유서를 남기고 항의자결했다. 아산공장은 이날 오후 2시20분부터 공장라인 가동을 중단했으며, 당일 고인이 자결한 지 사흘째인 11일 새벽, 대책위와 회사는 아산공장장 명의 사과문을 게시하고, 단체협약과 노사관계 합의서를 준수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는데 합의했다.

▲ 13일 오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민주광장에서 열린 '故 박종길 노동열사 영결식'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현대자동차 이경훈 지부장의 추도사를 듣고 있다.이명익기자
▲ 13일 오전 '故 박종길 노동열사 영결식'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추도사를 듣고 있다.이명익기자
▲ 13일 오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민주광장에서 열린 '故 박종길 노동열사 영결식'에서 고인의 넋을 기리는 진혼굿이 펼쳐지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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