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

 요즘 노동문제를 통해 드러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의 모습이 남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희망버스’하면 떠오르는 일군의 사람이기도 하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희망버스 탑승을 요구하고 각계 지도층 300여 명을 꾸려 ‘희망시국회의200’을 열어 다시 주목을 받았다. 대형마트 아르바이트 대학생 산재사망 현장에도 가장 먼저 달려가 기자회견, 법률대응 등 이것저것을 챙겼다고 한다. 요즘만 같아서는 보수정당 국회의원인지 진보정당 국회의원인지 분간이 어렵다. 모 진보정당의 당직자는 영입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한다. 그러나 그는 보수정당인 민주당 의원이다. 때문에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어디까지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는 없다.

- 용역깡패 대책 입법발의
 
그런 그가 소리 소문 없이 또 하나의 일을 추진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다시 문제로 떠오른 용역깡패의 폭력과 노조파괴에 대한 대응을 논의 중에 있다. 그러나 당장에 쓸 이렇다 할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용역경비를 규제하는 법인 경비업법은 더 이상 손 볼 여지가 없다는 의견도 있던 터였다. 그런데, 지난 22일 정동영 의원은 파업ㆍ철거현장에 고용된 용역들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어, ‘경비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안은 무허가 경비업자에게 경비를 의뢰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 등이 골자이며, 경비업법의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는 것을 막고자 유성기업처럼 경비업체 직원을 원청회사가 임시 관리직으로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도 함께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등으로 금고이상의 실형을 받은 사람은 경비원으로 쓸 수 없고, 용역경비들은 소속회사를 표시하고 이름표가 달린 복장을 입어야 하며 사업장을 벗어나서는 어떤 물리력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물론 이러한 표면적인 조치들이 용역깡패를 근절시키는 근본적인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지만, 정동영 의원 측은 폭력행위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기대하고 있다.
 
- 용역폭력, 단순 입법규제 이전에 철저히 규명해야
 
그러나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용역깡패의 폭력은 물론 공권력 등 그 어떤 폭력도 노사갈등에 개입해서는 안 될 것이며, 공권력은 노사 간에 있어서 절대적인 공정성을 기할 수 있게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용역깡패의 문제는 과거 자유당 시절의 정치깡패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 뿌리 깊은 사회병패로서, 현재 자본은 뒷골목 폭력배들을 사실상 사병으로 고용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의 집창촌 철거문제에 개입해 야비한 폭력을 휘두른 용산역전 ‘식구파’라는 조직폭력배들도 경비업체를 설립해 운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게다가 또 용역깡패의 활동이 기록된 그들의 수첩이 발견돼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 그 내용에는 역시 정상적인 경비업무를 수행한 기록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폭력적 노조파괴를 모의하고 관련 행위를 위해 여러 당국에 로비한 기록까지 있었다. 이런 일들이 노동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노동부나 경찰 등 관련 당국들은 의도적인 방관을 하고 있는바, 국회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을 통해 철저히 실체를 규명해 뿌리 뽑아야 마땅하다.
 
- 민중을 겨눈 거대한 흉기
 
이러한 문제는 우리 사회의 돈과 권력 그리고 폭력의 결탁 혹은 공생관계를 규명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생관계는 그 자체로 민중들에겐 거대한 흉기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공권력은 ‘보호’라는 미명으로 국유화된 폭력으로서 단 한 번도 노동자를 보호한 적이 없다. 전쟁이 발발하면 노동자는 권력자들의 총알받이로 전장에 끌려가고 평상시에도 혹독한 노동환경에서 한 해 수백 명, 수천 명씩 죽어가는 또 다른 전쟁, 산업재해에 노출돼 있다. 노사 간의 갈등이 발생되면 제 몸밖에는 가진 것이 없는 노동자들은 보호받을 것이 없는 반면 자본가들의 주체 못 할 돈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은 늘 자본의 편에 서기 마련이다. 이도 모자라 자본은 폭력배들을 사병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노무관리를 일삼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사회는 또 다시 폭력적인 이윤축적의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그나마 노동자들은 개인으로서 개별적인 범죄로부터 보호받고는 있지만, 이는 통치자들의 지배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떡고물의 수준이며, 정작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기업들과 사기조직, 이권단체들의 경제범죄들로부터는 이렇다 할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가 그 자체부터가 폭력의 행위자인 경우도 매우 종종 발생하고 있는바, 폭력의 근절은 어쩌면 혁명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식으로 폭력의 문제를 확장하지 않는 한, 제 아무리 담대한 진보를 앞세우고 실천하는 정동영도 민주당 정동영일 뿐이다. 과연 그는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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