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의 황제’가 경찰청장에게 협박문자를?

[연재/ 경찰노조의 길 14]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 소장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개입했던 조직폭력배와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서울지방경찰청의 내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백원우의원이 관련자료를 요구했으나 조청장후보측은 “혐의없어 내사종결했다”며 자료제출은 거부했다. 물론 더 이상 보도된 게 없다. 하지만 그 조폭이란 ‘룸살롱의 황제’ 이경백이며, 조선일보기자를 통해 도피생활 중 사실상 조현오청장에게 더 이상 건들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되는 협박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출신으로 알려진 이경백은 1990년대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삐끼’로 출발해 2000년 그곳에서 유흥업소를 개업했고 당시 나체쇼, 유사성행위 같은 변태 서비스를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 확장을 거듭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자기 아들에 대한 보복 폭행을 했던 곳이 바로 이경백이 운영하던 유흥업소였다. 당시 순경출신 오영승 경위라는 분이 외압을 이겨내고 끝까지 수사해 이택순청장이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오영승 경위는 밉보여 파면 당했다. 그러다가 대법원까지 가는 파면취소 소송으로 복직했다.

이경백은 강남으로 진출해 대대적인 사업을 벌였으며 ‘룸살롱의 황제’ ‘유흥가의 제왕’으로 불리며 성매매까지 풀코스로 한다는 이른바 풀살롱을 13개까지 운영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2월 19일 한 가출소녀가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어. 구해줘 엄마’라고 문자를 보내면서 수사하게 되었으며, 핵심인물이 바로 이경백이라는 사실이 비로소 드러난다. 이경백은 지난해 6월 21일 구속됐는데 5년간 룸살롱 매출액이 밝혀진 것만 해도 3600억원에 달하고 그 중 3백 6억원 정도를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포탈된 세금이 43억이었다.

그는 보석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지난해 12월 30일 마지막 재판이 있던 날 출석하지 않은 채 도피했다. 그렇게 8개월여 도피 생활을 하다가 올해 7월 서울 강남의 청담동 한 보리밥집에서 붙잡힌다. 이번에 붙잡힌 것도 경찰이 아니라 검찰의 수배령에 의해서 체포되었다. 경찰은 솔직히 잡고 싶은 의사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경백에 대한 비호세력이 관청을 비롯해 경찰, 검찰, 법원 두루 포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이 부분에 대해선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이경백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 8만4000여건의 통화내역을 조사했는데 63명 정도가 현직경찰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6명은 파면하고 33명은 감봉처분을 받았다. 모두 경위계급 이하였다. 나머지 24명에 대해선 혐의 없다며 내사 종결하였다.

최근 바로 이 24명과 플러스 알파 중엔 조현오청장과 통화한 내역도 들어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경찰대출신 홍위병들이 이를 덮었으며, 파면까지 당하는 고초를 겪어야했던 오영승경위와는 정반대로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면 현정권에서 검찰은 고사하고 특검으로도 밝혀내기 쉽진 않다고 봐야 한다.

검경수사권조정이 논란이지만, 내사에 대해 검찰로부터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다면 영영 묻혀버린다. 청장까지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 ‘룸살롱의 황제’ 사건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기 전에 경찰의 내사권을 제대로 통제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자치경찰전환이라는 외부의 민주적 경찰통제제도는 물론이고, 경찰노조라는 내부의 민주적 통제제도를 함께 실현하여 선진민주경찰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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