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4년 넘게 군사기지 저지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강정마을의 요즘 분위기다.


시설물 반입을 막는다는 핑계로 마을 진입로 곳곳에 경찰들이 검문을 하며 진을 치고 있고 며칠 후면 행정대집행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돈다.


제주경찰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경찰이 지원 온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마을주민들이나 연대하기 위해 달려온 이들까지 대집행이 이뤄지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에 빠져 있다.

중덕 해안으로 향하는 진입로에는 범대위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몸에 쇠사슬을 묶고 방어하고 있다. 경찰이 쳐들어왔을 때 실제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길을 순순히 내어줄 수는 없다는 비장한 결의이다. 또 중덕으로 향하는 마을 곳곳에는 범대위 회원과 주민들이 24시간 경계를 서고 있다. 한밤의 열기와 모기에 시달리면서도 혹시 모를 침탈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강정이 제2의 대추리가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수백명의 부상자와 연행, 구속이 이뤄졌던 대추리의 상황이 이 땅 평화로운 제주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음울하게 강정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급박하고 위급한 상황이지만 연대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단위의 단체 활동가들이 속속 방문을 하고 있고 제주 종교계에서도 강정에 머물며 행정대집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범대위 참가단체도 각 단체별 일상활동에 우선해 강정사수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연대의 기운 때문인지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강정을 직접 방문하고 제주도정이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정치권도 일단 공사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과연 실효를 거둘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결국 현장에서의 굳건한 사수투쟁이 행정대집행을 비롯한 군사기지 건설을 실질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힘이다. 특히 중앙단위 단체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제주도민의 연대와 참여가 직접적으로 공사중단, 백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기본 동력이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강정 군사기지 저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주요단체를 소개한 적이 있다. 민주노총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개척자들에 이어 세 번째로 주요한 단체로 소개되었다. 역설적으로 민주노총의 힘을, 노동자들의 연대의 힘을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권력이 두려워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노동자의 연대는 다소 미약하다. 이미 강정 군사기지 저지투쟁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투쟁이 되어가고 있다.


김진숙 동지의 크레인투쟁에 이어 전국적인 관심이 강정으로 모아지고 있다. 부산으로 출발하는 희망버스를 돌아올 때는 강정으로 가는 평화버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라도 강정으로 가자!


한 줌의 힘이라도 모아내자!


연대와 지지의 말을 전하고 현장을 잠시라도 함께 지키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힘이고 저들에겐 두려움이 된다. 저들에게 권력이 있다면 우리에겐 연대가 있다.


또 다른 희망의 대오를 제주에서 만들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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