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절망의 끝이 아닌 경영정상화 새로운 출발...(청문회 참석문제)국회 결정 존중”

최근 비밀리 귀국한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대국민사과’ 자리를 빌어 정리해고 강행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회장은 1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위 ‘호소문’을 읽으며 한진 사태 관련 입장을 밝혔다.

그가 수많은 언론 카메라 앞에서 울먹거리며 읽은 호소문은 회사가 강행해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외부세력 개입과 불법적 압력으로 인해 정당하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졌다는 주장 일색이었다.

조남호 회장은 경영진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장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장문의 소위 ‘호소문’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벌여온 행태를 거듭 변명하는 한편 “한진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도와 달라”고 말해 일말의 기대를 안고 회견을 기다린 한진중공업 조합원들과 국민의 분노를 샀다.

조남호회장 "당사자 간 합의 무시하고 외부세력 개입해 경영 힘들어져"

그는 “당사자 간 합의를 무시한 외부세력들의 개입으로 불법 고공농성, 시위와 집회 등 불법적 압력에 의해 정당하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진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원칙을 저버리는 결과”라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희망버스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비난했다.

조남호 회장은 “노사 문제는 노사 당사자가 해결한다는 법과 원칙에 따라 회사는 대승적 노사합의를 이룬바 있지만 그 후에도 크레인 불법점거는 계속되고 있고, 노동단체 등의 적극적 개입으로 더 이상 진전 없이 정체돼 있다”고 말해 ‘6.27노사합의’가 조합원들 의사를 정면으로 거스른 기만적 야합이었음을 은폐했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미래와 함께 1400명 직원들과 수많은 협력사들 생존이 걸린 문제가 일부 세력의 구호나 선동의 문제가 돼선 안된다”면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해 온 해고당사자들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그리고 희망버스를 질타했다.

한진중공업 회장은 호소문 전문을 통해 구조조정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구조조정이 절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고 임직원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또다른 출발이라고 믿고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해고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희망퇴직자 학자금, 지역 발전기금 조성 운운, 정리해고 철회요구 희석하려
국회 청문회 참석여부 관련 "국회 결정 존중한다" 출석 뜻 시사

조 회장은 구조조정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택이었고, 수빅조선소 수주 몰아주기 또한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거듭 말했다. “8만여 평에 불과한 영도조선소 규모에 따른 구조적 한계와 선박 건조비용의 차이 등을 고려한 선주 측의 결정이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 조남호 회장은 선심쓰듯 희망퇴직자 학자금 지원과 지역 주민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을 운운했다. 그는 협력사에 대해 동반성장 정신에 부응해 매년 경영성과에 따른 실질적 보상이 이뤄지게 하겠다며 정리해고 강행으로 인해 회사 측에 등 돌린 민심을 돌려보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학자금 지원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이 아니다. 정리해고 철회만이 한진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조 회장은 오는 17일 개최예정인 청문회 참석여부 관련해 “그동안 많은 분들이 왜 제가 이번 상황의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느냐며 국회 청문회를 비롯한 공개석상에 나타나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해 증인으로 출석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희망버스기획단 긴급기자회견, 조남호회장 몰래귀국 규탄
김진숙 지도위원 증인 전제로 한 청문회 참석의사 밝힌 조회장 비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지난 8일 귀국해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희망버스 기획단이 이날 9시 대한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 해고자들 입장을 전했다.

먼저 오늘(10일)로 29일째 단식농성 중인 심상정·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조남호 회장이 도피행각을 벌이다 극비로 귀국한 사실을 규탄하고 조 회장이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하는 것을 전제로 청문회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난했다.

심상정 고문은 “조남호 청문회지, 김진숙 청문회가 아니”라면서 “조남호 회장이 언제부터 김진숙을 파트너로 존중했느냐?”고 되묻고 “국회는 사회적으로 부도덕하게 탐욕스럽게 이윤을 추구하며 노동자를 해고한 한진자본의 행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고문도 “온국민의 걱정과 김진숙의 217일에 이르는 목숨 건 고공농성, 세 차례에 걸친 희망버스 등이 오만방자한 조남호 회장을 국내에 불러들이는 데까지 이르렀다”면서 “국회는 한진중공업 관련 청문회를 통해 5대의혹 진실을 밝히라”고 역설했다.

전기원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은 “조남호 회장이 비밀리 귀국해 무급처리 운운하는데 우리는 해고자 전원이 원직복직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말하고 “쌍용차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이 한진중공업에서 또다시 발생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조남호 회장이 청문회 물타기를 하려 한다”면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국회 청문회 증인 참석을 고집하는 조남호 회장의 행태를 규탄하고 “민주노총은 재벌체제 하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양산과 정리해고에 맞서 오는 20일 전국노동자대회와 희망시국대회를 위력적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218일째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 "정리해고 철회하면 내려가겠다" 

오늘로 217일째 영도조선소 85호 지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과 전화를 연결해 현 상황에 대한 김 지도위원 입장을 들었다. “한진중공업에서는 이미 그동안 비정규직을 비롯한 3000여 명 노동자가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전한 김 지도위원은 “이제 조남호 회장께서 귀국하셨으니 국회는 한진 청문회를 열어 해고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오늘로 218일째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고 "정리해고를 철회하면 내려가겠다"고 거듭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더 이상 노동자를 울리서도 죽여서도 안되며, 아빠 복직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눈물을 외면해선 안된다”면서 “저를 비롯한 5명의 노동자가 이 크레인에서 무사히 내려가고, 이 땅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염원이며 소원”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조남호회장 몰래귀국에 따른 긴급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조남호 씨는 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해고자들과 수많은 시민들에게 끼친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 그동안 발생한 모든 상황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다시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한다고 약속하라고 강조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 국회에 대해서도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가 직접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조남호를 감싸는 행위를 중단할 것, 특히 한나라당은 국회청문회 김진숙 지도위원 출석을 요구하며 정리해고 철회 요구 상징이 된 김진숙 지도위원이 내려오게 만들려는 꼼수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부도덕한 기업인 조남호 씨를 즉각 처벌하고, 기업 고유권한이란 이유로 다른 이들 삶을 짓밟는 정리해고 제도에 대해 책임있는 논의를 시작하라고 회견 참가자들은 강력히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오전 오만한 조남호 회장과 그를 감싸는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국회청문회 출석을 피하기 위해 지난 6월17일부터 해외도피행각을 벌여온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8월8일 몰래 귀국해 오늘(10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고, 이러저러한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정리해고는 철회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만을 재확인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조남호회장과 정부여당 강력 규탄..."한진 사태 해결시까지 투쟁할 것"
20~21일 희망시국대회, 4차 희망버스 대대적 개최 예고

이어 “이는 ‘희망버스’로 호소했던 부당한 정리해고에 대한 국민적 철회 요구를 거듭 무시한 것이며, 해고자 자녀들에 대한 학자금 지원이란 것도 정리해고 과정에 있었던 강제적 희망퇴직 압박과 다름없는 수단”이라면서 “17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자신에 대한 의혹은 모두 오해라고 공언하는 것 역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일갈했다.

민주노총은 “한나라당 고위관계자가 조회장을 설득해 귀국시켰다는데, 이는 정부여당과 조회장 측이 치밀한 사전조율을 거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음이며, 조회장의 오늘 호소문 내용도 9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집권여당이 국민 지탄을 받는 재벌기업인을 비호하고 협잡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면서 정부 여당에 대해서도 규탄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또 “국민은 더 이상 재벌기업 횡포와 그들을 비호하는 정부여당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민주노총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오는 20~21일 희망시국대회와 27~28일 4차 희망버스를 대대적으로 개최해 오만한 재벌기업과 그 대리인을 자처하는 정부여당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금속노조가 한진중공업 조남호회장의 호소문을 규탄하며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노동과세계
금속노조가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대국민 호소문’ 내용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10일 오후 2시 노조 4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남호회장이 오늘 오전 부산시청에서 발표한 ‘호소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진중공업 조남호회장은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조남호회장은 영도조선소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내용을 해결책이라고 내놨지만, 한진중공업 노사 간 가장 핵심쟁점인 ‘정리해고 철회’ 입장은 없었고 알맹이 없는 미봉책만을 제시했다”고 말하고 2007년 필리핀 수빅조선소 관련 노사 특별합의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당시 △현(2007년) 수준 적정인력을 유지하며, 경영상 이유로 국내공장 축소 및 폐쇄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회사는 해외공장이 운영되는 한 조합원이 정리해고 등 단체협약정년을 보장하지 못할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한진중공업은 2009년 말부터 인위적 구조조정을 일삼아왔다. 2010년 2월26일 “인위적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을 중단한다”는 노사 간 합의를 또다시 했지만 이 합의 역시 1년도 안 돼 휴지조각이 됐다.

박유기 위원장은 “조남호회장이 ‘회사와 임직원들 회생을 위해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진정한 의미의 회생이라면 끝까지 희망퇴직하지 않고 일하겠다는 조합원 94명에 대해 우선 해고를 철회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170명 정리해고 후 수백억을 나눠가졌고 아들 조원국상무는 연봉을 2억에서 3억으로 1억이나 인상했다”고 고발했다.

‘지역경제 일원으로서... 지역주민을 위한 발전기금을 조성한다’는 조회장의 약속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부산 영도조선소 자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사회공헌기금을 내놓는다는 앞뒤 안맞는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복직시켜 일하고 임금을 받는 정상적인 상황을 만들라”고 일갈하고 “‘당사자인 노사가 직접 해결한다는 상생의 협력적 관계’를 말했는데 한진지회와 금속노조가 회사에 대해 수 차례 요청한 교섭을 거부하면서 노사 직접 해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공격했다.

박 위원장은 또 희망퇴직자 학자금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기만적 술수라고 말했다. “근로관계를 해제해 회사에서 완전히 퇴출된 사람에게 학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묻고 “2003년 이후 한진중공업에서 희망퇴직한 사람과 해고자가 수천 명인데 2011년 희망퇴직자에게만 학자금을 줘 그 전 해고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걸면 어떻게 할 거냐”고 재차 반문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금속노조는 조남호회장의 오늘 호소문은 217일 간의 크레인 고공농성으로 온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한진자본의 부도덕한 모습이 국회 청문회로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가장 핵심 쟁점인 정리해고에 대한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회장이 진정으로 지금 상황을 해결하겠다면 ▲정리해고 철회 ▲2009~11년 3년 간의 임단협 재개 ▲민형사상 고소고발·손배가압류 철회 ▲영도조선소 장기적 발전전망에 대한 노사 간 본격교섭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전화통화를 통해 청취한 조남호회장 호소문에 대한 김진숙 지도위원 입장을 전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85호 크레인에 오른지 217일 째를 맞은 김 지도위원은 조회장 호소문에 대해 “그동안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고 걱정하는 것이 정리해고 문제인데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않고 희망퇴직자 자녀 학자금이나 지역발전기금 등 엉뚱한 내용만 나와있다”면서 “알맹이 없는 기만책일 뿐이며 진정으로 호소하려면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전했다.

이어 한나라당에서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나를 끌어내리면 사태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7월 청문회를 무산시킨 전례가 있는 한나라당 모습은 부도덕한 재벌을 비호하는 정당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조남호회장이 국회 청문회 참석의사를 비쳤다는데 결국 한나라당이 나를 핑계삼아 청문회를 열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면서 “나는 특정 조직 대표도 아니고 한 조합원일 뿐이며, 정리해고가 철회된 후 국회에서 부른다면 내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지회 전기원 조합원은 “한진자본은 그동안 용역을 동원하는데 60~70억을 썼고, 지금도 영도조선소에 용역 150명이 상주하고 있다”면서 “조회장이 준다는 학자금이 170억이라는데 그 200억 넘는 돈이면 노동자를 원직복직시킨다고 해도 몇 년 치 임금이 되는데 그런 쉬운 방법을 두고 왜 어렵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3년에 걸쳐 회사를 정상화한 후 다시 부른다는 것도 쌍용차 경우를 볼 때 눈 가리고 아웅하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한진중공업 노사가 2007년 3월14일 체결한 ‘해외공장 관련 특별단체교섭 합의서’와 2010년 2월26일 합의서 사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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