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증 수사방법 허용되면 SF소설에서 본 경찰국가나 마찬가지”

▲ 집회시위자유 탄압하는 반인권적 신체검증, 강제수사 규탄 기자회견. 사진=노동과세계
유성기업 사태 관련해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노동자들 정당한 집회시위를 원천봉쇄하고 출석요구서를 남발하며 농성장과 민주노총 지역본부를 압수수색하던 경찰이 이번에는 ‘신체검증’을 하겠다며 노동자들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채증된 사진에서 경찰이 당사자들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면밀한 사진촬영에 응하라는 검증영장이 발부됐다는 것. 경찰은 오는 22일까지 출석해 검증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까지 발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노총과 인권단체연석회의, 유성기업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민변 노동위원회는 18일 오전 9시30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유성기업 신체검증 강제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 신체검증을 자행하는 경찰은 인권을 말하지 말라”고 밝혔다.

회견 참가자들은 “집회시위 참여자를 특정하기 용이하도록 검증영장에 발부됐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이는 명백한 과잉수사이며 인권침해”라고 규탄했다. 또 “국민 신체에 대한 강제적 검증은 그 자체로 모멸적 수사방식이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식별편의를 위해 노동자들이 줄줄이 출두해 샅샅이 사진 촬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통했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지역연대 대표는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 자체가 위법이었던데다 공권력과 용역을 투입하는 등 지난 90여 일 간 유성기업 노동현장에는 반인권적 탄압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전하고 “16일 법원 조정으로 사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그 내용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 막바지인 지금 경찰의 신체검증 행위는 과잉수사를 넘어 가공할 문제성과 폭발성을 담은 것이며 마약사범이나 조폭, 동물대상 실험인 영역을 사람에게 노동자에게 적용하려 한다”면서 “이 사태를 묵과한다면 이후 얼마나 반인권적 수사를 더 자행할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또 “유성사태는 법원의 어정쩡한 조정결과 이후에도 부상자 문제와 파업의 위법여부 등 수많은 미해결문제가 남았으며, 개별적으로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용역 앞에서 ‘나는 개다’라고 복창케 한 참담한 현실 등 해법을 찾지 않으면 그런 것들이 선례가 돼 더 참혹하고 참담한 노동현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유성공대위를 해소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영섭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집회 참석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진실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신체기본권을 침해해선 안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원칙에 따라 임의수사와 불구속구사를 원칙으로 하고 강제수사는 수사기관 청구와 법원 발부를 전제로 예외적으로 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최근 경찰력을 행사하는 행태를 보면 경찰의 숫적 우위와 집회현장에서 채증조가 별도로 구성돼 사진과 동영상 등 과도한 채증이 일반화됐고 그야말로 힘의 균형이 깨져 경찰력을 최소한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너졌다”면서 최근 경찰력이 폭력사태 원인을 제공한 후 체포를 남발하는 등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몇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또 “특히 수사기관이 다각도에서 사람 형상을 찍어 관리하며 자신들이 불법화하는 범죄발생 시 연루가능성을 들이대려는 신체검증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노동자와 시민이 그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해 더 이상의 위법적 수사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도 “이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08년부터 디지털, 통신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수사방법들이 목격되고 있다”면서 “7년치 이메일을 압수하거나 자신들 타깃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기지국수사, DNA수사를 벌이는 등 디지털과 통신영역 발달된 기술을 가져다 자의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인권원칙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이 유죄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신이 무죄라면 유죄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수사를 받으라는 식”이라면서 “채증과 안면인식기술 등을 통해 지난 2008년부터 무수한 촛불시민들이 소환장을 받았는데 이제 경찰은 CCTV와 안면인식기술을 연계해 수사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전하고 “경찰이 채증결과에 대한 식별을 이유로 광범위한 수사방식을 동원해 그것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면 SF소설에서나 보던 경찰국가와 다를 바 없는 나라에게 살게 될 것”이라고 경각심을 높였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이런 황당하고 무리한 수사방식은 결국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집회시위를 억압하는 반인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경찰의 편향적 노동사건 수사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채증 남발 문제점이 여러 가지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제 채증 식별을 위한 신체검증까지 강제로 하려 한다”고 말하고 “만약 이런 수사방식이 허용된다면 경찰국가가 이미 도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는 유성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모든 시민의 인권에 대한 문제이고 반드시 저지해야 할 경찰권 남용 문제”라고 지적하고 “우리는 시민사회 각계각층과 연대해 반인권적 채증과 강제적 신체검증을 규탄하며 이번 사건에 강력히 대응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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