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성 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보장은 민주주의의 핵심 중 하나이며, 이를 실질적으로 지켜주는 제도 중 기본은 경찰이다. 그런데 경찰이 민주화된 경찰이 아니고서는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켜주기 힘들다. 이때 경찰관 스스로 자기 몸으로 자신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켜보는 체험을 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킬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바로 경찰노조이다. 요컨대 경찰이 경찰노조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도 지키기 힘들며 민주경찰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연유로 민주화 이행기에 있는 나라들이 경찰노조야말로 민주주의의 상징인 것처럼 간주하며, 국가가 먼저 나서서 경찰노조 설립을 지원한다. 요컨대 어떤 나라의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는 의회제도나 언론의 자유가 있지만 최근엔 전세계적으로 바로 이 경찰노조의 존재 유무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33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 나머지 30여 개 국가가 모두 경찰노조가 있고, 터키를 포함하여 동유럽이나 중부유럽 국가 등이 EU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 것처럼 경찰노조도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유럽연합에 속해 있는 수십 개 나라 경찰노조는 노동3권을 다 가지고 있으며, 영국만 파업권이 없는 경찰노조가 있다. 브라질 룰라대통령 재임시 연방경찰은 총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이때 범죄인 호송업무와 공항경비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연방경찰 1만 여명이 거의 전원 파업에 동참했다. 대부분 나라 경찰노조는 준법투쟁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노조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보장받아도 상당한 성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처럼 경찰노조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 맞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거꾸로 경찰공무원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경찰관서에 근무하는 일반직이나 기능직 주무관 등이 노조를 만들어 마치 “경찰노조”인 양 오해의 소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정규경찰에게 경찰노조를 금지하는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주의가 아니며 경찰파쇼국가라는 말을 들어도 항변하기 힘든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외국도 경찰 구성원은 극우가 많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고 더더군다나 해방 전후 격동과 한국전쟁 및 남북분단 상황에서 경찰은 반공에 앞장서야 했다. 이런 역사로 인해 경찰관 스스로 노조를 기피하는 속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민주노조가 강력한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온 지 벌써 한 세대가 다 되었으며 따라서 경찰 내부도 내부민주화의 요구가 강하게 분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한민국 무궁화클럽이란 단체를 만들어 경위근속을 쟁취한 게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경찰노조의 필요성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도 허다하다. 4조 2교대 환원이나 경찰대폐지 외에 수사권독립만 해도 그렇다. 경찰이 만약 수사권을 갖게 된다면 경찰 내부에서 간부가 수사지휘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절대다수 일선 경찰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인사권이라든가 감찰, 징계권, 인사고과권을 쥔 간부가 수사지휘권까지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일선 경찰관에 대해 수사지휘하게 되면 의도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외부의 청탁과 잘못된 외압 수사를 거부하기 힘들다. 국민들에게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이때 일선수사경찰은 지금은 검사 지휘를 받는다고 핑계를 대며 내부의 그런 외압을 물리치고 있다. 그래서 일선 경찰관들은 수사권 조정문제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반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노조를 먼저 허용하고 난 다음에 비로소,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넘겨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경찰 전락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성 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