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 기술과 서사의 집대성

인류에겐 피하지 못할 서사가 있다. 바로 조상 유인원에 관한 얘기다. 어쩌면 창조론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대목이다. 영화 ‘혹성탈출(진화의시작)’이 이에 대한 일말을 공개한다. 기성세대들에겐 1968년 ‘혹성탈출’이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인간이 미래에 침팬지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설정은 충격이었다. 입장이 뒤바뀌어 인간이 노예 취급을 받으며 흡사 가축이나 애완동물로 전락해버린 모습이었다. 인류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가 2011년 새로운 기술과 메시지로 진화한다.

이 영화를 보노라면 그동안 봐왔던 SF물의 총망라된 느낌을 받는다. 주인공 침팬지 시저가 거대한 나무에 올라 문명의 도시를 바라보는 장면(트와일라잇), 남문교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동료 침팬지의 껌벅이는 눈(킹콩), 빌딩을 오르내리고 옮겨다니고 뛰어내리는 장면(각종 좀비물), 가로수와 숲속 나무 심지어 남문교 밑을 두 팔로 건너다니는 액션(스파이더맨, 타잔), 감옥을 탈출하는 장면들까지 이 영화는 모든 부문을 섭렴, 총망라해 보여준다. 아바타의 감정이입 기법은 물론 화학, 물리, 휴머니즘 등 모든 기술과 콘텐츠가 가미됐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침팬지의 모습과 표현력이다. 실제 동물원의 침팬지와 구분이 될지 의심이 갈 정도다. 영화 ‘킹콩’이 한 마리에 집중했다면, ‘혹성탈출’은 수많은 킹콩을 만들어냈다. 가히 침팬지 집단의 모습은 원시사회 인간의 공동체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 같다. 침팬지 시저가 인간의 말을 하는 장면은 엄숙함까지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의 압권은 금문교의 전투 장면이다.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대서사적인 전투를 묘사한 이 장면에서는 헬리콥터와 수많은 자동차, 엑스트라 배우들을 비롯해 거대한 폭발 씬 등으로 불타는 금문교와 파괴된 샌프란시스코를 영상에 담아냈다. 인간의 탐욕을 위해 유인원을 이용하고 지능이 높아진 ‘시저’가 인간의 잔혹함을 경험한 뒤 유인원들과 반란을 일으키기는 서사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휴머니즘에 대한 접근법도 남다르다. 인간 과학자 ‘윌’과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찰스’, 침팬지 ‘시저’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이들을 통해 관객들은 뭉클한 감동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반성 등 여러 가지의 감정을 느끼고 만다.
 
1968년 작품도 그랬지만 이 작품 역시 배경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장엄하면서 뭉클한 내용을 전달해주는데 손색이 없다. 영화 ‘127시간’에서 대자연과의 강렬한 사투 연기로 인상을 남긴 제임스 프랑코(과학자 윌)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최첨단 웨타 디지털의 영상 혁명은 아바타의 모션캡처 촬영기법보다 더 섬세한 완성도를 높였다. 정말 진화의 시작이다.
 
강상철 ksc00013@nate.com / 노동과세계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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