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영도·수빅 노동탄압 전세계 캠페인 등 공동대응키로

▲ 엠벳 유손 BWI사무총장이 국제건설목공노련 주최로 21일 정오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한국정부는 노동기본권 관련 ILO 권고사항을 이행하라!'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국제건설목공노련(BWI)이 한국 건설 노동자들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건설목공노련은 21일 정오 서울 마포 가든호텔 2층 무궁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건설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부산 영도와 필리핀 수빅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동탄압에 대해서도 공동대응키로 했다.

이들은 ILO가 수 차례에 걸쳐 한국의 특수고용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권고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국제기준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건설노조가 김금철 위원장을 대표자로 선출한 이후 지금까지도 대표자 변경신고 필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일부 사업주들은 이를 악용해 정부를 등에 업고 임단협을 해태하는 행태까지 서슴지 않아 노동계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다.

백석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BWI와 건설산업연맹, 민주노총의 관계 속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문제를 ILO에 제소했고 권고안이 채택됐지만 한국 정부는 특고노동자가 자영업자라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백 위원장은 “건설산업연맹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입법투쟁과 국제연대를 앞으로도 계속하고, 부도가 줄을 잇고 있는 건설업체 문제와 임단협 체결 등 조직 내부 노동문제도 BWI와의 공감대를 통해 대외적으로 알려내며 극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와다 BWI 아태지역위원회 의장은 “BWI는 전 세계 건설·목재·임업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세계적 연맹체이며 113개국 380여개 노조 200만 노동자가 가입했다”고 BWI를 소개하고 “한국 노동기본권 문제를 ILO에 제소했고 지난 3월 ILO는 한국 정부에 권고도 했지만, 아직도 한국 레미콘·덤프노동자들은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벳 유손 BWI 사무총장은 “전 세계 113개국 350개가 넘는 노조의 20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건설목공노련은 5년 간 서울에 올 때마다 ILO권고를 이행하라는 똑같은 메시지를 반복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한 채 국제절차와 기준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면서 “오늘 또다시 한국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기준을 준수하라는 호소를 전하다”고 밝혔다.

▲ 국제건설목공노련 주최로 21일 정오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한국정부는 노동기본권 관련 ILO 권고사항을 이행하라!'기자회견에서 건설산업연맹 백석근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있다.이명익기자
엠벳 사무총장은 “한국은 OECD에 가입하는 동시에 노동기본권 보장 의무도 갖게 된다”고 말하고 “만약 계속해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노동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면 한국은 노동자 권리를 지키지 않는 나라로 낙인찍힐 것”이라면서 “우리 모든 조직이 이 사건을 알고 있고, 전 세계 노조원을 총동원해 캠페인을 벌이며 한국조직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폴리나 토렌티노 BWI 아태지역 대의원은 “우리는 BWI 아태지역 2차 총회를 이곳 서울에서 개최하며 건설산업연맹과의 강력한 연대와 지원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오늘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전하고 “우리는 레미콘·덤프 노동자들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라는 ILO 권고를 이행치 않는 한국 정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노동조합법 개악을 통해 현재보다도 노동자 권리를 더 침해하려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토렌티노 대의원은 “그렇게 되면 건설노동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게고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BWI 등 국제조직은 법 개정을 비롯해 노동자들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할 것을 한국정부에 거듭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어 건설산업연맹 산하 조직 대표자들이 나서 한국 사회 건설노동자들이 겪는 노동탄압을 고발했다. 김호중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부는 지난 2009년부터 덤프·레미콘 노동자들을 위장된 자영업자라며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그들을 건설노조에서 쫓아내라고 하고, 선거를 통해 당선된 김금철 위원장에게 신고필증조차 발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노동부 설립신고필증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김금철 위원장과의 교섭이 적법하지 않다며 단체교섭을 문제삼아 무효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를 등에 업고 덤비는 사용자들 탄압을 정면돌파하고 특수고용노동자들 노동기본권 법제화투쟁을 승리할 것”이라면서 “ILO권고를 이끌어낸 BWI 동지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윤갑인재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이 국제건설목공노련 주최로 21일 정오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한국정부는 노동기본권 관련 ILO 권고사항을 이행하라!'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윤갑인재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플랜트건설노조는 전국 지역의 제철소와 발전소, 석유화학단지 등 국가 기간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조직”이라고 전하고 군산 소재 태양광 생산공장인 OCI 노조탄압 사례를 이야기했다.

윤갑인재 위원장은 “OCI가 3년 간 교섭을 해태하며 노동부 고소에도 불구하고 법 처벌을 받는 한이 있어도 교섭할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은 발주처와 원청의 개입과 비호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군산OCI 단협 체결을 목표로 끈질기게 투쟁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김욱동 건설기업노련 위원장도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성원건설 노동자들 상황을 전했다.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이 부실경영 책임을 모두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채 130억 임금을 체불한 채 미국으로 도피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고 전한 김 위원장은 “전 회장이 딸 계좌에 300억을 숨겨놓고 미국에서 한 달에 15,000불을 써대고 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잘못된 부실경영 책임을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떠맡겨도 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삼환과 벽산 등지에서도 체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BWI와 함께 미국으로 원정투쟁을 가서 전윤수회장 추방을 요구했으며 앞으로도 기업노련은 국제연대를 비롯해 모든 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견 참가자들은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국제적 공동대응을 약속했다. 아폴리나 토렌티노 BWI 아태지역 대의원은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지금까지 노동자 32명이 사망했고, 300명 이상이 산재를 당했다”고 전하고 “BWI와 건설산업연맹은 필리핀과 한국을 묶어 산재사망을 막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문제를 제기키로 했다”고 말했다.

토렌티노 대의원은 “먹을만한 음식을 제공하는 문제에서부터 구타를 방지하는 문제 등 여러 방안이 논의했고 이를 종합해 조화로운 노력을 모색 중이며, OECD에도 이 문제를 제기해 여러 노력을 펼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문제 관련해 엠벳 유손 BWI 사무총장은 한국 조선 자본의 부도덕성을 강력히 질타했다. 그는 한진중공업을 ‘무덤’이라고 표현하며 입을 열었다.

“한국의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서) 끔찍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한 엠벳 사무총장은 “이미 노동자 32명이 사망했고 그들 노동조건이 열악할 뿐 아니라 한국 노동자들 기숙사와 건물을 짓는 바람에 수빅만 어장은 파괴됐고 아름답던 농어촌 지역은 오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아폴리나 토렌티노 BWI 아태지역 대의원 국제건설목공노련 주최로 21일 정오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한국정부는 노동기본권 관련 ILO 권고사항을 이행하라!'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엠벳 총장은 “22,000명 이상의 젊은 노동자들이 정규직도 아닌 계약갱신을 통해 일하고 있는데, 한진은 노조 결성 자체를 반대하며 자신들은 직접고용주가 아니고 29개 하도급 업체가 한 거라고 주장한다”면서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제금속노조와 운송노조 등과 함께 논의해 국제수준을 요구한다”고 말하고 “수빅조선소에서 배를 선박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캠페인을 벌이며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BWI와 건설산업연맹, 필리핀건설노조가 오늘 저녁 모여 최근의 심각한 한진중공업 문제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는 지난 19일부터 사흘 간 서울에서 BWI 아시아/태평양지역 제2차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국제건설목공노련 지역 세미나, 여성위원회 세미나 등이 포함돼 있으며, 건설산업연맹 백석근 위원장과 백순애 부위원장이 BWI 지역위원회·여성위원회 명목위원에 각각 출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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