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제일휴먼·장풍HR 즉각 퇴출하라! 연세대가 해결하라!”

▲ 27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앞에서 열린 '계획적 노조파괴 실체 드러난 연세대 용역업체 퇴출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봉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수석부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연세대 청소·경비 용역업체들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조합원 탈퇴를 강요하고 자신들이 개입해 복수노조 설립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세대에는 제일휴먼, 장풍HR, 대주HR, 캡스텍, 연학산업 등 총 5개 청소·경비 용역회사가 있다. 이들은 지난 4월26일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와 80여 개 조항에 달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협약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용역회사들이 공모해 노조를 파괴할 계획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던 7월1일을 기점으로 장풍HR은 노무사를 대동해 조합원들에게 복수노조 교육을 진행했다. 제일휴먼은 노조 행사가 열리는 같은 시간에 전 직원 교육 일정을 잡고 평소 하지도 않던 회식을 진행하며 노조 행사를 방해했다. 그 시점부터 조합원들 집단탈퇴가 시작됐다.

탈퇴한 조합원 모두 처음 보는 양식의 탈퇴서를 갖고 있었다. 근무하는 건물별로 집단적으로 탈퇴서를 제출했다. 노조에서 탈퇴자 명단을 한 번도 공식 통보한 적이 없는데 사측은 정확히 탈퇴일까지 계산해 조합비를 미공제했다. 연세대분회는 탈퇴과정에 사측이 개입해 관리하고 있는 증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조합활동을 열심히 하면 다른 현장에 취직할 때 불리하다거나 회사에서 복수노조를 만들면 그 노조만 밀어줄 거라는 식의 유언비어들이 횡행했다. 심지어 대주HR에서는 신규직원을 채용하면서 노조활동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 27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계획적 노조파괴 실체 드러난 연세대 용역업체 퇴출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제일휴먼은 며칠 전 조합원 1명을 해고했다. 두 명이 지각을 했는데, 탈퇴한 비조합원은 시말서를 작성하는 것에 그친 반면 조합원은 이미 만들어 온 사직서에 강제적으로 서명하게 했다. 조합원에 대한 표적탄압이자 부당해고다. 해고나 징계 관련 단체협약 상 합의사항이 있었지만 사측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분회가 이에 항의하기 위해 본사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충격적 내용의 문서를 발견했다. 바로 사측에 의한 복수노조 설립 계획이 적혀있는 노동조합 파괴문서였다. 이 문서에 의하면 제일휴먼은 노무법인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주도면밀하게 복수노조를 준비하며, 마치 탈퇴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복수노조를 설립한 것인 양 포장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러한 계획들은 업체별 미팅을 통해 제일휴먼 뿐만 아니라 모든 용역회사들이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또 노조에서 통보한 적 없는 노조활동과 회의내용, 앞으로 진행할 내용들까지 기입돼 있었다. 이는 실시간으로 노조활동을 밀착 감시하고 사찰했다는 증거다. 노조는 용역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연세대가 이를 몰랐다면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이며, 알면서도 방관했다면 더 큰 문제라면서 규탄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가 27일 정오 연세대 본관 앞 농성장에서 계획적 노조파괴 실체가 드러난 연세대 용역업체 퇴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는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함께 참가해 용역회사가 저지르는 폭력과 노조파괴 행태를 규탄했다.

▲ 27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계획적 노조파괴 실체 드러난 연세대 용역업체 퇴출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연세대학교 경비노동자가 유인물을 읽고 있다.이명익기자
김봉수 서경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계획적으로 주도면밀하게 원하청이 짜고 투쟁하는 민주노조를 파괴하려 한 실체가 드러났고 우리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분개하고 “급기야 15분 지각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해고했는데 지각 한 번 했다고 해고당하면 남아날 노동자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제일휴먼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사람장사해서 먹고 사는 것도 모자라 이제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하고 획책한다”고 규탄하고 “학교당국이 나서서 제일휴먼을 이 땅에 발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기원 연세대분회 조직부장은 “용역회사 소장이 15분 지각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한 평도 안 되는 곳에 감금해 놓고 떨기까지 하는 손을 강제로 잡아 서명하게 했으며, 방학을 틈타 조합원들을 억압하고 탈퇴를 종용했는데 복수노조는 해도 노동자들 의지에 따라 하는 것이지 누가 개입하면 불법이 된다”고 못박았다.

김정인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은 먼저 한진중공업에 대해 소개하고 “이곳 연세대 노동자들을 못살게 구는 장풍HR이 우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도 40여 일 간 상주하며 공권력보다 더 큰 권력을 갖고 무소불위 폭력을 휘두른다”고 전하고 “이제 깡패나라가 된 이 나라를 구하는 것은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할 수 없으며 오로지 우리 민주노조 투쟁만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준영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올해 3월 노동조합 총파업부터 이번 9월 투쟁까지 우리는 노조를 지지하고 연대했다”면서 “그것이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 투쟁에 힘을 모으고 연세대 모든 구성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서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은 분리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고 “적지 않은 학생들과 학교 본부는 총학생회가 할 일이 그거냐며 비난도 했지만 악질용역업체들이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탄압하며 부당해고까지 하는 것에 맞서 투쟁에 우리는 당연히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학생회장은 “우리 48대 총학생회는 학내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통한 인간다운 삶과 노동을 실현하는 길에 함께 할 것이며, 노동자 최소한의 권리조차 짓밟는 용역업체와 이를 방관하는 학교 측이 부끄러운 줄 깨닫고 하루빨리 사태 해결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경순 연세대분회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노조파괴 공작 실체가 드러난 만큼 연세대는 용역회사를 즉각 퇴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학교가 노조파괴를 추진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학내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방조하는 현실을 보며 대체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분회장은 “연세대는 법적 도덕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추악한 짓을 벌이는 용역회사들과의 계약을 즉각 파기하라”고 촉구하고 “만약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용역회사들 노조파괴행위를 방조하는 것을 넘어 이를 비호한다는 의심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연세대 당국에 경고했다.

▲ 27일 정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이 적혀있는 돌계단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연세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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