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진실 사이에 묻힌 노동자의 희망

기타가 없는 음악을 상상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한번쯤 기타가 꿈인 시절이 있었다. 알알이 뜯는 선율과 긁어내리는 코드 리듬이 묘하게 감정을 울렸다. 증폭된 일렉기타 사운드는 대중을 흔들어 깨웠다. 너도나도 멋을 부리기 위해, 때론 스타가 되기 위해 기타를 꿈꾸고 만졌다. 그 기타에 감춰진 노동자의 삶을 그린 영화 ‘꿈의 공장’이 스크린 앞에 섰다.

꿈의 공장은 일반적으로 영화의 메카 ‘헐리우드’를 의미하지만,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꿈의 공장’은 사장이 입버릇처럼 자랑하던 대전공장을 지칭한다. 박영호 사장은 인천공장을 ‘노동조합이 점령한 공장’으로, 대전공장을 노동조합이 없는 꿈의 공장으로 불렀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자랑하던 ‘꿈의 공장’은 힘겨운 노동과 저임금, 관리자의 폭언과 성희롱,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절망의 공장이기도 했다.

사실 꿈과 공장은 매치하기가 힘든 용어다. 척박한 생산 현장은 꿈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갉아먹는 장소이다.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기타를 만들기 위해 유기용제와 씨름해야 했다. 기관지 질환과 후두암은 고스란히 기타노동자들의 몫이었다. 후두를 잃어버린 출연자 프레드 왈레키(LA악기숍 주인/기타 장인)의 전기인공 목소리가 인상에 남는 이유다.

회사가 작곡한 콜트(cort)라는 곡목 아래 오선줄 악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쉼표만 가득하다. 바로 무기한 휴업, 쉬라는 뜻이었다. 노동자들에게도 꿈은 있었다. ‘꿈의 공장’은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의 어린시절 꿈 얘기로 시작한다. 그들 역시 발레리나, 수녀, 기술자 등의 꿈을 지녔던 청춘들이었다. 그 꿈은 흐르는 세월 속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기타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커져갔고, 지금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으로 남았다.

낭만, 자유, 흥겨움으로 포장된 음악산업의 표면을 한꺼풀 벗겨낸 ‘꿈의 공장’은 노동과 예술이 어울린 생음악 그 자체다. 단순히 감성에 머물지 않고, 원초적인 시선을 던짐으로써 ‘음악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로까지 확장시킨다. 매년 여름 세계 Rock매니아들이 밀집하는 후지락페스티발, 세계 3대 악기박람회에 속하는 독일 뮤직메쎄와 미국 NAMM쇼, 세계적 랩코어 밴드 RATM의 톰 모렐로 (Tom Morello)와 잭 드라 로차 (Zack De La Rocha), 60년대 펑크 락을 태동시킨 MC5의 웨인 크레이머 (Wayne Kramer), 미국 하드록 밴드 Kiss의 진 시몬즈 (Gene Simmons) 등 유명스타들과의 만남은 덤이다.

우리 모두의 꿈이 담긴 드림(Dream)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 연주하는 손과 생산하는 손이 다를 수 없다. 꿈을 연주하는 사람과 그 꿈을 생산하는 사람이 다를 수 없다. 모두 인간답게 살기위한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초국적 거대 기업의 마수가 어느새 꿈속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있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음악이, 기타가, 누군가의 눈물과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진실이 불편하기만 하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은 1,500일을 넘겨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고등법원은 2009년 8월 인천 콜트의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고, 11월 대전 콜텍에 이어, 드디어 2011년 9월 19일 대법원은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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