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인권, 보편적 복지에 대한 성찰

한국사회가 한 달 동안 들끓었다. 영화 ‘도가니’ 때문이다. 매일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는가 하면 쏟아지는 수많은 기사들로 도배됐다. 그 결과 영화의 실제 배경이 되는 ‘광주인화학교’는 폐지가 결정됐고 인화학교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 학생 22명은 빠르면 다음 달부터 새로운 장소에서 공부한다.

또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광주교육감이었던 안순일(66)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1급)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고,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에 대해 친고죄가 폐지된다.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인 ‘도가니 방지법’ 역시 발의됐다.

영화 ‘도가니’에 대한 사회적 반향은 다소 의외다. 그 동안 ‘살인의 추억’ ‘아이들’ ‘그놈 목소리’ 등 충격적인 실화 소재의 영화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 주목을 받진 못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비인간적인 처우도 최근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예슬이 사건과 같은 여아 유괴사건과 성폭행에 대한 범죄행위들도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해왔다. 그렇기에 영화 ‘도가니’에 대한 사회적 공분 현상은 뭔가 남다른 데가 있다.

우선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실제 배경인 광주인화학교, 그것도 장애인, 어린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의 이야기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정부 복지예산이 줄어들고,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정책에 대한 이슈가 제기돼왔다는 점, 또 서울시장등 보궐선거정국과도 맞물려있는 상황이다. 영화의 특별한 상황이 보편적인 우리들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이 영화는 한국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자존심을 건드리고 묻는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세계화로 참여지위가 높아진 한국의 밑바닥이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물음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노라면 정말 타협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져들고 만다. 완고한 가부장적 현실과 권력의 성벽이 여전히 너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탈출할 수 없는 도가니에 우리가 함께 속해있다는 서글픔과 분노가 섞여 나오는 이유다.

교육과 인권에 대한 시의적 문제의식도 깔려있다. 최근 공교육과 인권위의 추락이라는 현실과 맞물려있음이다. 교사와 인권활동가의 고민과 용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것이 그나마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민수가 박보현 선생을 끌어안고 열차에 뛰어드는 마지막 장면이 안타깝다. 그런다고 도가니가 진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가니’가 ‘냄비’로 끝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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