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지도위원·사수대 내려와 조합원들 얼싸안고 눈물 흘려

▲ 309일 마침내 김진숙 그녀가 땅으로 내려왔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2011년 1월6일 35m 높이의 85크레인에 올라 같은 해 11월10일까지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9일 만에 극적인 노사타협을 이끌어 낸 뒤 137일 동안 크레인 중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정홍영(김진숙 지도위원 좌측)과 박승호 조합원과 함께 영도조선소에 모인 한진중공업 조합원들과 가족들앞에서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0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본사 앞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소에서 마중나온 민주노총 지도부와 의원들 지지자들과 함께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후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이어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137일간 고공농성을 이어간 정홍영,박영제,박승호 조합원(김영훈 위원장 옆 왼쪽부터 꽃목걸이를 건 순)과 함께 서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제공)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0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본사 앞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소에서 마중나온 배우 김여진씨와 손을 잡고 감격의 재회를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배우 김여진씨를 힘껏 끌어안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임신한 김여진씨의 배를 어루만져주고 있다.이명익기자
2011년 우리 사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이 10일 승리로 귀결됐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 오후 3시20분 경 고공농성을 풀고 크레인에서 내려와 조선소 땅을 밟았다. 그가 지난 1월6일 새벽 혹한의 추위를 뚫고 홀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지브크레인에 오른 지 309일 만이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던 3명의 사수대 조합원들도 함께 내려왔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1,000여 명이 크레인 아래 모여 기다리다가 김 지도위원을 환영했다.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을 얼싸안고 눈물을 쏟았다. 김 지도위원도 눈물을 흘리며 조합원들을 다독였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일단 병원으로 이동해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는다.

크레인 중간층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키던 사수대 박성호 정투위 공동대표, 박영제 조합원,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조직부장도 지도위원과 함께 땅을 밟았다. 이들은 지난 6월27일 행정대집행 당시 크레인에 올라 오늘까지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농성을 이어왔다.

크레인에서 내려오자마자 이들은 한진중 정문 앞에서 간담회를 가진 후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이송돼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위원에 대한 체포영장이 이미 발부된 상태이기에 김 위원의 치료가 끝나는대로 곧바로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10일 오후 4시 정문 앞에 집결해 집회를 열고, 이어 오후 5시 사측과 조인식을 갖는다.

한진중공업 노사문제 타결은 사실 어제(9일)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오후 4시 경 조합원 설명회 도중 경찰병력이 공장에 들어와 85호 크레인을 에워싸는 바람에 조합원들이 달려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총회가 무산됐고 하루 뒤로 미뤄졌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정리해고자 94명을 합의한 날로부터 1년 내에 재취업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를 도출했다. 지회는 조합원들은 10일 오후 2시40분 경 총회를 열어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만장일치로 이 합의안을 가결시켰다.

양측은 94명 정리해고자에 대해 합의서를 체결한 날로부터 1년 이내 재취업시키되, 해고일 이전 근속연수에 따른 제반 근로조건을 인정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단, 재취업 후 퇴직시 근속기간 가산점은 재취업일로부터 개시키로 했다.

또 94명 정리해고자에 대해 1인당 생계비 2,000만원을 지급하되, 합의서를 체결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1,000만원을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3회(2012년 3월, 7월, 11월)에 걸쳐 분할 지급한다.

위 합의사항은 정리해고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청구소송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을 취하한 사람에게 적용한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합의서를 통해 형사 고소·고발, 진정사건은 쌍방 모두 취하하고, 지부와 지회 및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압류 포함)는 최소화하기로 했다.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지 309일 만에 극적인 노사타협을 이끌어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굳게 닫혀있던 85호 크레인의 문을 열고 나오기 전 승리의 V표시를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지 309일 만에 극적인 노사타협을 이끌어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85호 크레인을 내려오며 양손을 힘차게 펴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이명익기자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2011년 1월6일 35m 높이의 85크레인에 올라 같은 해 11월10일까지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크레인 밑으로 내려가기 전 화장품을 바르려다 말을 거는 조합원을 보고 미소짓고 있다.이명익기자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지 309일 만에 극적인 노사타협을 이끌어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크레인을 내려가기 전 짐을 정리하고 있다.이명익기자
합의서 효력은 85호 크레인 농성자 4명 전원이 퇴거한 날로부터 발생한다. 이상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서에 한진중공업 이재용 사장,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과 한진중공업지회 차해도 지회장 등 노사 양측이 서명했다.

합의서에 담긴 내용 외에 노사는 △희망버스 관계자에 대한 형사고발 취하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취하 △1월 11일 및 6월 27일 퇴거 및 출입금지 등 가처분 결정에 대한 간접 강제신청 취하 등도 별도회의록에 담아 합의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10일 오전 정투위에서 이미 의결된 사항을 다시 찬반투표를 거칠 필요는 없겠다는 판단에 따라 별도의 투표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조합원들은 이번 합의안이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더 이상 자신들이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사수대가 1년 가까이 고통스러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 합의안을 수용하는 배경이 됐다는 분위기다.

한편 김진숙 지도위원은 9일 사태 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만감이 교차한다. 제 작은 시위로 말미암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동지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무차별적 정리해고 풍토가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병원에 가서 종합진단을 받아봐야 알겠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10개월 넘게 버텼기 때문에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고 현재 몸 상태를 설명한 김 지도위원은 “기침이 계속 나와 지난 여름부터 동료가 한의원에게서 지어온 한약을 먹고 있지만 멈추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진중공업 사측이 생산직 노동자 400명을 일방적으로 정리해고한 후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완강한 투쟁을 벌여왔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십 수 차례 부산으로 달려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벌였으며, 연대하는 노동자와 시민들도 다섯 차례 희망버스를 통해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10일 논평을 내고 “오늘 합의는 투쟁과 연대, 희망의 승리로 기록돼야 한다”면서 사측은 성실하게 합의를 이행하고 조합원들 복귀 후에도 문제가 없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308일을 사투해 온 김진숙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조합원 및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들, 희망버스로 함께 해준 각계 시민들, 진보정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이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라고 전하고 “이제 남은 것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크레인 농성자들 건강을 우선 살펴야 하고, 투쟁 과정에서 상처 입은 이들을 서로 치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309일 만에 처음으로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 밑 땅을 밟고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이명익기자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지 309일 만에 극적인 노사타협을 이끌어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굳게 닫혀있던 85호 크레인의 문을 열고 나오고 있다.이명익기자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걸고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지 309일 만에 극적인 노사타협을 이끌어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자신의 직접 잠궈놓은 85호 크레인 문을 열고 나와 세상밖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고 있다.이명익기자
▲ 김주익 열사가 열고 들어와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 내려왔던 문을 김진숙 지도위원이 스스로의 힘으로 밀고 나왔다. 하지만 노동의 이름이 아닌 투쟁의 이름으로 이 문이 다시 열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끝까지 지켜낸 건 결국 희망이니 우린 그녀와 함께 이 희망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이명익기자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 경과

- 2010. 12. 15 한진중공업(주) 생산직 400명 구조조정 계획 통보
- 2010. 12. 20 한진중공업지회 오전 8시부터 파업돌입
- 2011. 1. 6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크레인 고공농성 돌입
- 2011. 1. 12 한진중공업(주) 290명 정리해고 노동부 신고
- 2011. 1. 26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조-민주노총 결의대회(2천 여 명)
- 2011. 2 .14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과 한진중공업지회장 크레인 고공농성 돌입
- 2011. 2. 14 한진중공업(주) 각 행정기관에 직장폐쇄 신고
- 2011. 2. 15 한진중공업(주) 172명 정리해고
- 2011. 3. 8~22 금속노조 ‘정리해고규탄ㆍ희생자추모주간’ 투쟁 한진중 문제 여론화
- 2011. 3. 9 한진중공업 규탄 및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1천 2백 명 집회
- 2011. 3. 10 야5당 한진중 문제해결 등 노동문제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
- 2011. 3. 18 정리해고 철회 공동투쟁단 한진중공업 주주총회 저지 투쟁
- 2011. 3. 22 한진중 정리해고 뒤 부산지방노동청 중재 노사 첫 교섭 개최
- 2011. 3. 29 한진중공업지회 총파업 1백일
- 2011. 4. 25 한진중공업(주) 지회 조합원 상대로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 2011. 5. 6 부산지노위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 결정.
- 2011. 6. 11 희망의 버스 1차 행사 1천 2백 명 한진중공업 진입투쟁
- 2011. 6. 13 부산지법 “직장폐쇄 정당, 농성자들 퇴거하라” 판결
- 2011. 6. 16 고용노동부 이채필 장관 한진중공업 방문 노사정 간담회
- 2011. 6. 17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과 한진중공업 지회장 단식농성 등 돌입
- 2011. 6. 22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불참
- 2011. 6. 24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사회원로-중진 시국선언 기자회견
- 2011. 6. 27 한진중공업-지회 노사협의이행합의서 서명 -> 금속노조 인정하지 않음.
- 2011. 6. 27 부산지방법원의 가처분 결과에 따른 농성조합원 ‘퇴거’ 강제집행
- 2011. 6. 29 국회 환노위 한진중 청문회 조남호 회장과 한나라당 의원 불참으로 무산
- 2011. 6. 29 '정리해고철회, 85호크레인 공권력투입 중단' 금속노조 영남권 대회(1천명)
- 2011. 7. 1 한진중공업지회 비해고 파업농성자들 1백 여명 현장복귀
- 2011. 7. 6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조합원 파업집회(7백명)
- 2011. 7. 9 희망의 버스 2차 행사 1만여 명 부산역에서 영도까지 행진
- 2011. 7. 11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서울 도심서 정리해고철회 촉구 ‘희망단식’ 돌입
- 2011. 7. 13 금속노조 영남권집회 1천명 한진중공업까지 행진
- 2011. 7. 23 민주노총 서울 도심집회 3천 여 명 운집, 3차 희망버스 결의
- 2011. 7. 30 희망의 버스 3차 행사 전국 58곳 1만 5천 명 부산집결
- 2011. 8. 4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희망단식 중단
- 2011. 8. 5 고용노동부 중재 금속노조-한진중공업 노사간담회 개시
- 2011. 8. 8 고용노동부 중재 금속노조-한진중공업 2차 노사간담회
- 2011. 8. 10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 입장발표
- 2011. 8. 11 금속노조-한진중공업 3차 노사간담회. 금속노조 순환휴직 등 방안제시
- 2011. 8. 12 금속노조-한진중공업 4차 노사간담회. 사측, 노조 제시방안 거부
- 2011. 8. 17~27 한진중공업지회 정리해고자 전국순회 상경투쟁
- 2011. 8. 18 조남호 출석 한진중공업 청문회
- 2011. 8. 20 전국노동자대회 및 희망시국대회
- 2011. 8. 27 희망의 버스 4차 행사 7천 여 명 서울 집결
- 2011. 10. 7 국회 국정감사 ‘1년 내 재취업, 생계비 2천만 원’ 권고. 조남호 회장 수용
- 2011. 10. 8 희망의 버스 5차 행사 4천 여 명 부산 집결
- 2011. 10. 11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회동
- 2011. 10. 11~12 한진중공업 본격교섭 불발. 사측 “지회 선거 끝나고 협상재개” 주장
- 2011. 10. 14 한진중공업지회장 차해도 당선
- 2011. 10. 20 국회 권고안 이후 한진중공업 첫 노사교섭
- 2011. 10. 21 한진중공업 노사교섭 사측 강경입장 제출 뒤 일방적 퇴장
- 2011. 10. 26 중앙노동위원회 “한진중공업 노사교섭 더하라” 권고
- 2011. 10. 31 한진중공업 노사교섭 재개. 사측 입장변화 없음
- 2011. 11. 2 한진중공업 노사교섭 재개 역시 회사입장 불변
- 2011. 11. 4 중앙노동위원회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기각
- 2011. 11. 8 한진중공업 노사교섭 재개. 정리해고 관련 노사협상 의견일치.
- 2011. 11. 9 한진중공업 노사 잠정합의안 도출. 조합원 설명회 중 경찰 투입, 총회 무산 
- 2011. 11.10 한진중공업 노사 잠정합의안, 조합원들 만장일치 가결
                      김진숙 지도위원과 사수대 조합원 3명 고공농성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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