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쿠데타 그냥 놔둘 수 없었다”

 “환호작약하며 서민 꿈과 희망 짓밟는 의회쿠데타 놔둘 수 없었다”

▲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과세계'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터뜨린 최루탄에 국회의원들이 인상을 쓰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그들이 민중생존권과 서민의 꿈을 짓밟는 의회 쿠데타를 환호작약하며 히히덕거리며 처리하게 놔둘 수 없었습니다. 저는 22일 본회의가 무산되길 바랐고, 날치기가 강행돼도 한미FTA 때문에 우리 서민들이 흘릴 피눈물을 의원들에게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미FTA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국회 본회장 의장석에 최루탄을 터뜨렸다. 그 정도면 회의가 산회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르르 몰려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결국 한미FTA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제가 순진했습니다. 고작 20여 분밖에 저지하지 못했어요. 그들은 눈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하면서도 다시 들어와 독하고 집요하게 날치기를 강행했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한미FTA를 온몸으로 저지해주기를 바란 서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면목 없습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본회의장 의장석에 터뜨린 것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서민들의 마음이었다고 말한다. 억지로라도, 비록 가짜로라도 그들이 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미FTA로 인해 희생되고 짓밟힐 서민 생존권과 피눈물을 천만분의 일이라도, 날치기를 강행한 의원들이, 대한민국 국회가 느끼기를 바라며 최루탄을 터뜨린 것이다.
 
“저보고 국회를, 본회의장을 모욕했다고 합니다. 민의의 전당이자 대의기관인 국회를 모욕한 것은 이명박-한나라당이예요. 국리민복을 포기한 국회는 더 이상 권위를 가질 수 없어요. 그들은 본회의장을 날치기 현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세력이 테러 운운하며 김선동 의원에 대한 처벌을 이야기한다. “저는 제 행동에 대해 언제든 기꺼이 무한책임을 질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서민의 생존권을 짓밟으며 날치기를 일삼은 이명박-한나라당은 저를 단죄하거나 처벌할 자격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역사의 심판이 받을 것이며, 서민이 그들을 단죄할 것입니다.”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현장서 온몸 던지다
민주노총, 한미FTA 전면 무효화 투쟁 나서야
 
“잊지 말라, 당신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속기록과 기자들도 없이 비공개로 한미FTA 비준안을 날치기할 때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향해 끝까지 손바닥을 펴 큰소리로 단죄해 회의록에 남겼다. 다른 의원들이 이제 통과된다고, 다 끝났다고 주저앉을 때도 그는 계속해서 외쳤다.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25일 <노동과세계>를 만나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날치기 강행한 22일 본회의장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한나라당 일당독재 모습, 여야 합의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날치기현장에서 또다시 목격했다.
 
▲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후 국회 경위들에게 끌려나오고 있다.이명익기자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해서 처리하자고 했기에 그는 당일 예산안만 처리하고 한미FTA는 다루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구 예산 문제로 소위원회 회의실과 의정지원단을 오가던 중 무심코 창밖을 보니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지난 10월28일 국회진입투쟁 같은 때나 있는 일이었다. 본회의장으로 달려가자 이미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여들어 비준안 처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의장석을 보니 정의화 부의장이 이미 경위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더군요. 오늘 날치기 하겠구나 직감했죠.” 야당이 시간을 벌기 위해 전원위원회를 요청했지만 한나라당은 거부했다. 분개한 김선동 의원이 의장석으로 뛰어오르자 경위들이 우악스럽게 밀어버렸다. 그는 떨어져 부상을 입었다.
 
“물리적으로 몸싸움을 해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것 뿐이었죠. 4시에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는 의장석으로 달려가 최루탄을 터뜨렸다. 폭발의 위험을 자신이 감싸 안겠다는 생각에 최루탄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바람에 최루가루를 김 의원 자신이 거의 뒤집어쓰다시피 했다.
 
그는 자신의 옷에 묻고 바닥에 흩어진 최루가루를 모아 정의화 부의장에게 던졌다. “의장단 위에 앉은 정 부의장이 너무 멀쩡해 보였어요. 저는 ‘당신 그렇게 멀쩡하면 안 된다, 억지로라도 울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최루가루를 뿌렸습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독하고 집요하다고 했다. 그 정도면 본회의를 산회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불과 20여 분만에 그들은 본회의장으로 다시 들어와 결국 한미FTA 비준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렇게 한미FTA 비준안은 최루가루가 흩날리는 속에서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재채기를 내지르며 날치기로 통과됐다.
 
김 의원은 “날치기는 그 자체로서 위법이며 무효”라고 말한다. 또 한미FTA 협정문이 비준동의돼도 국내 법률의 지위를 갖는데 온갖 헌법정신은 물론이고 명문 헌법규정을 위반한다. “1996년 말 당시 김영삼정부와 신한국당이 안기부법과 노동법을 날치기 개악할 때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온국민이 투쟁으로 무효화시켰죠. 그 연장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뤘고요. 이번에도 그럴 수 있어요. 그래야 합니다.”
 
김 의원이 지난 4.2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이틀 뒤 의원선서를 하고 불과 일주일도 채 안된 5월 초 한-EU FTA가 처리됐다. 이 모습을 본 그는 애초 문방위를 선택하려다 외통위로 결심을 굳혔다. 그가 외통위로 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폭탄이 들어왔다”며 경각심을 내보였다고 한다.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김 의원은 한미FTA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해 야당공동정책협의회를 통해 정책과 노선을 내오고, ‘한미FTA전면폐기를위한국회의원비상시국회의’로 행동과 실천을 담보하며 야당 대표 회의를 열어 큰 흐름을 만드는 등 원내전선을 이끌었다. 시기마다 국회 밖에서 투쟁하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원내외 투쟁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켰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시절 한미FTA 반대투쟁을 하면서 원내외가 함께 움직이지 못해 한계를 겪었어요. 그 경험과 교훈을 살려 저로서는 이번에 여한 없이 최선을 다했죠. 이후 무효화투쟁도 야당이 공조하고 원내외에서 국민과 함께 한다면 승리할 수 있어요.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선동의원은 “노동자 부모가 농민이고, 노동자 형제가 도시서민이고, 노동자 가족이 서민”이라면서 “이제 그 누구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결심해 나설 때”라고 말한다. “노동자, 농민, 서민대중이 작은 차이를 버리고 한미FTA 무효화투쟁과 총대선 승리를 위해 떨쳐 일어나야 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