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금속노조 7기 위원장

▲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명익기자
“연설꾼 위원장 아닌, 조합원들 목소리 듣고 함께 싸우는 위원장 되겠다”

“저는 연설꾼이 아닙니다. 말 잘하는 위원장 되지 않을 겁니다. 현장에서 고통과 시련을 딛고 어렵게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싸워 승리하는 위원장이 되겠습니다.” 박상철 신임 금속노조 위원장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 과정에서 부산의 한 집회 무대에 올라 한 말이다.
 
“조합원과 소통하는 위원장이 되고 싶어요. 조합원들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실제 사업계획에 반영해 올바르게 집행하는 것이 조합원과의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해 금속노조 활동가들의 자기반성과 혁신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또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 신뢰가 바닥에 있는데 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해요.”
 
후보유세에 이어 당선 후 2주 간 현장순회를 하면서 그는 금속노조가 중병에 걸렸다고 느꼈다. 조합원들은 한결같이 “금속노조 이대로 가면 힘들어진다”, “금속노조 바닥이다”, “15만 금속노조라지만 깡통노조 아니냐?”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더 심각한 것은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내 노조로 느끼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자기 노조로 느끼지 못하면 금속노조가 조합원대중에게 희망으로 자리잡을 수 없죠.”
 
박상철 위원장은 당선되자마자 부산을 오가며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에 매달렸다. “후보 때 저는 위원장에 당선되면 한진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겠다고 조합원들과 약속했어요. 당선되자마자 국회 권고안이 나왔고 조남호 회장을 만난 것이 큰 계기가 됐죠. 정리해고를 완전히 철회하지 못해 아쉽지만, 노조와 회사가 양보했고 정투위 동지들이 만장일치로 지도부 결정에 따라줘 김진숙 동지가 땅을 밟을 수 있었어요.”
 
그는 한진중공업 투쟁이 힘을 모아 싸우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줬고, 다른 장기투쟁사업장에도 힘이 될 거라고 말한다. “희망버스가 트위터로 국민 공감대를 넓혔고, 무엇보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크레인 농성이 사태를 해결하는 큰 밑거름이 됐어요. 1년 후 돌아와 명예회복을 위해 싸워야죠. 이 싸움은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입니다.”
 
▲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명익기자
현대차지부 교육위원장 출신인 박 위원장은 임기 2년 간 교육사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생각이다. 조합원들 눈높이에 맞는 산별노조도 총력을 기울여야 문제다. 특히 간부교육을 필수교육으로 강화하고, 전체지부 순회 특별교육을 배치한다는 복안이다.
 
유명강사들과 공연, 공인강사제도를 도입해 금속노조 전체 사업장 교육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탄압에 기가 눌린 현장에 감동을 주는 교육시스템 마련을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겠다는 것. “관성화된 형식을 과감히 생략하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내용을 채우겠습니다.”
 
박상철 위원장은 본조 임원과 상집이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현장성을 잃지 않기 위해 3개월마다 전국순회를 정례화하고, 권역별 지회장 모임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한다. “관성이 오래되면 관료화되는 거죠. 형식을 파괴하고 단순한 조직체계를 유지하면서 상집이 조합원과 소통한다면 단결은 필연적으로 잘 될 거예요. 조합원들 의견을 듣는 위원장, 들은 의견을 사업에 반영하고 집행하는 위원장이 될 겁니다.”
 
현재 금속노조에 34개 장기투쟁사업장이 있다. 금속노조 위원장에게는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이라는 당면숙제가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얼마 전 부양지부 풍산마이크로텍에서 58명을 정리해고했다.
 
박 위원장은 주간연속2교대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신규 인력충원 문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법 전면재개정을 금속노조 세 가지 주요 의제로 꼽았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구호로 터져나온 주간연속2교대제는 노동자들 건강권을 지키고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합니다. 임금이나 생산성 문제에 집착해선 안 돼요. 애초 목표인 건강권과 인간다운 삶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는 살자고 일하는 것이지 죽자고 일하는 것이 아니에요.”
 
박상철 위원장은 노동시간단축 문제는 완성사와 부품사가 만나 의견을 조정하고 요구안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명박정권 들어 재벌들이 부를 축적해 곳간에 쌓은 것을 열게 만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신규채용 없는 사업장에 인력을 충원케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속노조는 내년 단협을 통해 주간연속 2교대제 확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내년 3~4월 총선투쟁, 6월 시기집중 임단투 과정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9월 이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노동법 전면재개정 투쟁에 금속노조가 중심이 돼서 민주노총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순회할 때 한 지역지부 동지가 ‘금속노조 4만일 때보다 15만 되니까 더 못 싸운다’고 했어요. 1998년 현대차지부 정리해고 투쟁 때 단사싸움으로 돌파 못한다면서 산별로 전환했죠. 그런데 쌍용차투쟁 때 금속노조가 정리해고를 막지 못했어요.” 박 위원장은 기업지부장들이 기업지부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품사-완성사 간담회를 마련해 완성사지부가 부품사 노동자들 고민을 들어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싸우게 하는 것이 금속노조 위원장 역할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박 위원장은 기업지부 역할을 높여 기업지부와 지역지부 간 소통과 연대를 강화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참이다.
 
▲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명익기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촉발된 불법파견 투쟁 관련해 박 위원장은 정규직지부가 비정규직 동지들을 끌어안고 함께 싸워야 한다면서 금속노조가 내년 단협효력 확장투쟁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한다. “일단 1사1노조가 정착돼야 하는데 그에 앞서 단체협약 효력을 확장시켜야 해요. 과장급 이상 회사 관리자들조차 똑같이 적용받는 단협인데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에게도 당연히 적용돼야죠. 차별이 존재하지 않으면 회사도 비정규직을 쓸 이유가 없어요.”
 
금속노조 신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아직 제 가슴 속에는 민주노총이 큰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어요. 다만 민주노총이 내셔널센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미FTA 저지투쟁도 더 주동적으로 싸워야 하는데 떠밀려가는 것 같아요.” 이어 그는 민주노총이 내셔널센터 위상을 되찾고 자기 역할을 높이려면 금속노조가 조직을 정비하고 더 힘내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철 위원장은 ‘한다면 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금속노조 전통구호를 상기했다. “15만이 결심하고 실천하면 세상은 바뀔 겁니다. 15만이 함께 하는 투쟁을 조직하겠습니다. 물이 가장 낮은 바다로 모이는 것처럼, 더 겸손한 자세로 조합원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조 역할을 다해서 금속노조 파란 깃발이 조합원들에게 희망이 되게 하겠습니다.”
 
글=홍미리기자/사진=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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