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치경찰연구소 문성호 소장

종로서장의 자해자작극 논란과 경찰인권유린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11월 26일 한미 FTA 폐기 집회에서 일어난 종로경찰서장 폭행 논란은 사건 전후 박건찬 종로서장의 석연찮은 행동 때문에 자해자작극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더더욱 경찰인권 유린까지 서슴지 않았다.

첫째, 박건찬 서장이 폭행당하는 모습이라며 서울경찰청이 배포한 사진 속 인물은 종로서 강력팀 형사인 게 밝혀졌다. 이에 당황한 서울경찰청은 ‘뭐라고 확인해 줄 수 없다’ ‘폭행장면을 표시한 게 아니라..’ 운운하였다. 나중에 사실관계가 어떻게 밝혀지게 되든 상관없이, 이는 ‘나라 팔아먹는 제2의 을사늑약’으로 인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시민들을 ‘폭도’로 내몰기 위해 공작차원에서 언론플레이를 진행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만일 이 형사가 경찰노조 소속이었더라면 영문도 모른 채 폭행범으로 내몰린 것이었다고 한다면, 경찰노조가 조현오와 이강덕 등 지휘부를 상대로 경찰인권유린행위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고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집회시위가 미처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박서장은 A4용지에 입장을 적은 뒤 억지스러운 현장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들이 서장의 이런 무리한 행동을 지적하자, ‘관할서장으로서 당연한 조치, 무너진 법질서 회복 노력’이라고 강변하였다. 질문이 이어지자 종로서 직원은 ‘서장님이 경황이 없고, 집회상황 때문에 양해를 구한다’고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무리했으나, 기자회견이 종료된 오후 10시엔 이미 자진해산한 지 한참이 지난 후였다.

셋째, 기자회견 직전 현장책임자인 서장이 시위대를 가로질러 들어갔다가 소란이 일자 탈출 후, 집회 중인데도 상황관리는 뒷전인 채 현장기자회견을 자청했다는 점이다. 인근 세종로파출소로 피신한 박서장은 직원에게 ‘출입기자들을 모아 달라. 서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지시하였으며, 집회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관할서장이 기자회견을 먼저 준비 진행하였다. 이로 인해 당시 광화문 광장은 30여분 동안 전의경과 순경들만 배치되는 사실상 책임자 없는 공백상태로 방치되었다.

넷째, 이날 박서장은 관례대로 사복을 입고 집회상황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위대 속으로 가기 직전 정복으로 갈아입었다. 나중에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자세라고 해명했지만 도대체 왜 평소에 있지 않던 정복으로 갈아입으면서까지 시위대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서장이 근무복을 입은 채 수많은 사복형사들 경호를 받은 채 시민들 사이를 밀고 들어갔으며 시민들은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종로서장이라고 밝혔다지만 그곳 시민들은 대부분 조현오 경찰청장으로 오인해 항의하였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박서장은 현장에 있던 국회의원 면담이 약속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의원들을 만나겠다며 시위대를 가로질러 뚫고 들어갔다. 종로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이정희의원과 정동영의원을 직접 찾아뵙고 서장님께서 뵙자고 하신다고 전했다. 하지만 확답은 받지 못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서장이 무작정 시위대를 가로질러 밀고 들어간 것이다. 자해자작극을 벌이려는 게 아니었을까? 의원들은 만남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서장이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행동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경찰노조가 있다면, 현장경찰 입장에서 박서장의 자해자작극 의혹에 대해 위와 같이 현장경찰 입장과 배치되는 서장의 잘못들을 지적하고 항의했을 것이다. 경찰노조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어느 정도 아예 미리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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