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훈 민주노총 충남본부 조직국장 기고 글

▲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 공권력이 투입해 공장 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2011년 5월24일).이명익기자
▲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2011년 5월 24일).이명익기자
여느 해나 마찬가지로 올해도 기억하고 되짚어봐야 할 일들이 많은 한해였다. 충남지역 노동자들은 올 한 해 경험한 사건들 가운데 무엇보다 가장 먼저 유성기업 투쟁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유성기업 투쟁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것들을 되짚고, 곱씹어 보아야 한다. 유성기업 투쟁에 대한 평가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여기서는 주로 국가에 의한 조직적 탄압이라는 관점에서 유성투쟁을 바라고 보고 그 특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유성기업에 대한 공안탄압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사안이다. 여전히 12명의 노동자들이 차가운 감옥에서 새해를 맞아야 하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지역의 노동자들이 사법처리를 받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유성기업에 대한 탄압은 의도된 조직적 탄압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유성기업 투쟁의 시작은 원청사인 현대자동차의 개입에서 시작됐다. 현대자본은 2011년 5월 초 유성기업으로 하여금 ‘유성기업(주) 불법파업 단기 대응 방안’을 작성 보고토록 지시한다.
현대차의 지시를 받은 유성기업은 다시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창조 컨설팅’을 통해 직장폐쇄와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작성케 하고 바로 이 시나리오에 따라 5.18일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러나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맞서 유성기업 지회는 평화적인 점거파업으로 맞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관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완성차의 결품 사태’를 이유로 노동조합의 합법적 파업을 부정했고 이례적일 정도로 빠르게 공권력이 투입됐다. 그리고 과정에서 5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연행됐다.

경찰은 공권력 투입과정에서 사측이 단행한 직장폐쇄의 불법적 요소에 대해서는 일체 고려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경찰은 ‘회사에 노조간부 및 파업주도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및 가압류 등을 통해 노조를 압박, 유성기업 사태를 해결 할 것을 권유’했다는 내용을 ‘정보상황 보고’에 자랑스럽게 남겨 놓기도 했다.

여기까지만의 상황으로도 ‘현대차-유성기업-창조컨설팅-정부-경찰’이 한편이 되어 매우 조직적인 탄압이 이뤄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 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2011년 5월24일). 이명익기자

▲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은 5월25일 경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침탈을 강력히 규탄했다. 사진은 규탄발언에 나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노동과세계
심지어 사법부조차 일관되게 노동조합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유성기업 투쟁에 있어 자본과 검찰 경찰은 물론 심지어 사법부조차 일관되게 노조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천안지원은 6월 9일 사측이 신청한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노조사무실 출입마적 금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통보했다.

또 법원은 6월 30일 회사가 신청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심문회의도 개최하지 않은 채 전부 인용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천안법원은 인권 침해적 요소가 강제수사의 하나로 제한적으로 시행되던 ‘3D 영상촬영’과 관련 공안사건 최초로 ‘신체 검증 영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9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됐다.

그리고 6.22일 경찰과의 우발적 충돌을 이유로 구속된 노동자 2명에게는 4년을 또 다른 2명에게는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의 이런 결정은 다른 사례에 비춰 매우 과한 결정이었고, 참담한 결정이었다.

반면 5월 19일 대포차를 인도로 돌진시켜 13명의 노동자를 다치게 한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고 법원은 영장을 기각시켜 줬다. 그렇게 한밤중 조합원들이 서있던 인도로 차량을 돌진시켰던 용역은 지금도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은 노조가 제기했던 ‘직장폐쇄 해제 가처분’에 대하여는 시간을 끌다. 조정이라는 절차를 통해 노조를 압박했고 결국 합의 조정을 끌어냈다. 언론은 법원의 중재 노력이 실효를 거둔 것처럼 이야기 했다. 하지만 법원의 조정으로 회사의 직장폐쇄의 위법성은 하나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과 같은 효과를 낳았다. 

결국 법원의 이러한 일관된 편향적 태도는 노사간 힘의 균형을 무너트리고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 탄압이 힘을 얻을 수 있은 근거를 제공했다.

싹쓸이 탄압, 신종탄압까지... 여전히 진행 중

유성기업 투쟁에서의 탄압은 조직적이었을 뿐 아니라 매우 광폭한 것이었다. 경찰은 6월 22일 사건 이후 강력한 공안 몰이를 벌였다. 충남도경은 127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유성기업 앞에서는 일체의 집회가 불허됐다. 심지어 종교인들의 종교 행사마저 물리력을 동원 막아섰다.

지역 노동운동 최초로 민주노총 충남본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지역의 다수 간부들에 대한 묻지마식 전화 통화내역 조회, 이메일 압수수색 등이 당사자들 모르는 사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100여명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결국 16명이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경찰은 최근 추가로 40여명의 노동자를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의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경찰은 추가 구속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성기업의 투쟁과정에서 경찰의 최신 트랜스포머 차벽차량은 최초로 그 위용을 과시했고, 초유의 수사본부가 꾸려졌으며 최초로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그러나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공안 사건 최초로 ‘3D 입체 영상 촬영’이라는 신종 탄압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신종 탄압 ‘3D 입체 영상 촬영’의 등장

이름도 생소한 ‘3D 입체 영상 채증’에는 최신 기술이 안면인식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시위현장에서 채증한 사진을 컴퓨터를 통해 실제인물과 대조해 행위자를 지목해 낸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후에도 의심이 나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마구잡이 소환을 통해 ‘3D 입체 영상 채증’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당연히 촬영을 당한 이들은 정당한 의사표현과 집회 시위의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 부터라도 이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 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2011년 5월24일).이명익기자
▲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5월24일).이명익기자

용역깡패의 폭력은 면죄부

유성기업에 대한 탄압의 사례를 몇 가지 이야기 했지만, 사실은 해야 할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 여기에는 용역깡패의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용역과 관련되어 할 이야기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다만 여기서는 이들 용역깡패에 대한 이 나라 경찰과 검찰 법원의 태도만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성기업에서 용역들이 저지른 폭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지금도 유성기업 조합원들중 일부는 이들의 폭력으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 용역깡패, 용역업체 사장, 관련 유성기업 임원들 중 누구도 구속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 한 대포차 사건뿐 아니라 조현오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발표한 ‘용역경비에 대한 수사 결과’에서 언급한 용역경비 구속 등은 지금까지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경찰의 발표는 그저 국감에 즈음한 ‘물 타기’에 불과했다.

다시 탄압을 넘어

새해가 밝아온다. 그러나 여전히 탄압은 진행 중이다. 이에 대응하는 투쟁도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유성기업에 대한 자본과 국가의 조직적 탄압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3D 입체 영상 촬영과 같은 신종 사례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의 차원에서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 아직도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용역깡패들과 이들의 폭력을 사주한 유성기업 사측에 대한 구속 등 사법처리를 촉구하는 일도 우리 몫이다.

법원의 편향적 태도를 지적하는 것,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경찰의 공안몰이에 대한 대응도 보다 조직적이고 완강하게 벌여내야 할 일들이다.

이것이 유성의 사례가 탄압의 매뉴얼이 되어 전체 사업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출발이다.

방효훈/민주노총 충남본부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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