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불구 정상조업 강행...노조·단협·근로계약서 없어

▲ 세진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사건을 규탄하는 31일 오전 시위. 사진=조선하청노동자연대
세진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즉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조선소 현장에서 벌어지는 반인간적 탄압과 착취 중단과, 살인행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선박 블록업체인 울산 세진중공업에서 어제(30일) 오전 9시 7분 경,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원산리 세진중공업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 김 모 씨(52세)를 비롯한 4명이 대형 선박 블록 제조작업을 하던 중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이들은 폭 45m, 길이 42m 4,200톤 규모 선박 블록 안 좁은 선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노동자들이 밀폐공간인 사고현장에서 산소 절단기로 작업을 하다가 잔류가스에 불꽃이 튀어 갑자기 폭발이 발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경위를 조사해 안전관리 감독위반 등이 적발될 경우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 4명 중 1명은 20세 청년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또 노동자 4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후에도 회사는 사고지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정상조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세진중공업에는 정규직 200여 명과 비정규직 3,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 곳 현장에서도 사내하청 노동자은 매우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견디며 일한다. 노조가 없으니 단협도 없다. 정식 임금체계가 서 있지 않고, 심지어 근로계약서조차 없다.

▲ 세진중공업에는 노조도 단협도 없고 심지어 근로계약서도 없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중에는 20세 청년도 있었다. 사진=조선하청노동자연대
조선하청노동자연대는 30일 사고 직후 긴급하게 상황을 파악한 후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과 함께 31일 새벽부터 온산 공단 세진중공업 정문 앞에서 사망사고 항의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고 후처리 안전관리규정을 지켰는지 여부를 비롯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또 노동자 4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면 최소한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교육과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고직후 사고지역만 제외하고 모든 현장에서 정상작업을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동료가 떼죽음을 당한 상황에서 애도의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하청노동자들은 모두 작업에 투입됐다는 것.

조선하청노동자연대는 “이번 사건은 명백한 살인행위”라면서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탄압과 착취, 살인행위에 맞서 작은 힘이나마 뭉쳐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사망사고가 발생한 세진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사업장 대부분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조선소 전반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월 16일 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가 핸드레일 설치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올 상반기 대우조선에서 7명, STX조선에서 8명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 세진중공업에는 정규직 200명, 비정규직 3000명이 일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을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사진=조선하청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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