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지부 "사측이 현장탄압 재발방지·대표이사 공개사과 등 이행치 않으면 전면투쟁" 경고

▲ 신승훈 조합원이 분신한 현대차 울산공장 엔진사업부. 사진=현대차지부

[2신/12:10/1월9일] 현대차지부, 사측에 선전포고
10일 09:00까지 6가지 요구 전면수용치 않을 경우 조업중단 등 전면투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울산공장 엔진사업부 신승훈 조합원 항거분신을 초래한 사측의 현장탄압을 강력히 규탄하며 현장통제, 현장탄압 재발방지 대책과 대표이사 공개사과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차지부는 분신 다음날인 9일 오전 11시 울산공장 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태를 촉발한 현대차 사측에 대해 전 조합원 이름으로 강력한 규탄 목소리를 쏟아냈다. 지부는 이번 사건이 명백한 노동탄압이며 현장통제가 빚어낸 참사라고 못박았다.

지부는 회견에서 △관련책임자 엄중 처벌 △현장통제, 현장탄압 재발방지 대책과 대표이사 공개사과 △현장탄압 도구인 공장혁신팀 전면해제 △신승훈 조합원 관련 제반 비용 회사 부담 △신승훈 조합원 명예훼손 금지 등을 촉구하고 가족과 조합원들 의견을 수렴해 보충될 기타요구가 있을 경우 사측은 그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지부는 8일 오후 12시10분 경 신승훈 조합원 항거분신 사태가 발생한 후 각종 회의를 열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8일 밤 11시까지 회의를 이으며 위의 여섯 가지 요구사항을 결정했다.

문용문 지부장은 “저와 현대자동차지부 상무집행위원들은 지난 밤을 하얗게 지새면서 신승훈 동지에게 가해진 부당한 현장탄압, 노동탄압을 상상하며 치를 떨었고,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순리에 맞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심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지부에 의하면 사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현장 분열만 획책하려고 온갖 괴소문까지 퍼뜨리고 있어 현장 분노가 더 거세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오는 10일 오전 9시까지 대책위가 결정한 여섯 가지 요구사항을 회사가 전면수용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만약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현대자동차지부 공식의결기구인 확대운영위원회를 통해 전면투쟁을 골자로 하는 지부장 긴급지침(안)을 상정, 응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지부 방침이다.

현대차지부는 지부장 긴급지침(안) 내용을 이미 성안했다. 긴급지침은 부당한 현장탄압으로 분신사태를 초래한 사측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투쟁에 돌입, 엔진사업부는 10일 13시부로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조업을 전면 중단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모든 사업부는 10일부터 전면 잔업을 거부한다. 전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10일 17시 보고대회를 연다. 금주 주말 특근도 전면 거부한다.

현대차지부 사업부위원회 대표와 대의원, 상무집행위원회 등 모든 간부는 지부장 긴급지침에 따라 전원 비상대기하게 되며, 모든 대의원은 10일 15시부로 현대차 울산공장 내 본관 앞에 사업부별 항의농성 텐트를 설치하고 전면 농성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문용문 지부장은 “지금 신승훈 조합원은 대단히 위독한 상황이며 어쩌면 중대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조합원들에게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동료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단결을 촉구했다.

또 현대차 노동자의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 아파했을 국민을 향해 지부는 “저희 현대자동차지부가 앞장서서 부당하고 전근대적인 노무관리정책, 재벌들의 비인간적인 노동탄압과 현장탄압을 끝장내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도 9일 신승훈 조합원 항거분신 관련해 성명을 발표, 현대차지부 입장을 지지하는 한편 사측의 신속한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회사가 지부 대책위 요구를 거부하고 분신 조합원 명예를 실추시키는 가운데 책임을 회피한다면, 이번 분신사태는 금속노조를 비롯해 민주노총 차원의 강력한 투쟁으로 전환될 것이며, 그 책임은 현대차 사측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신승훈 조합원 분신을 매우 안타깝게 받아들이며, 위독한 상태를 벗어나 하루빨리 가족과 동료들 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전했다.  

[1신/1월8일] 현대차지부 신 모 현장위원, 사측 현장통제 맞서 항거분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신 모 현장위원(44세)이 사측의 현장통제와 노동강도에 항거해 분신했다. 신 현장위원이 8일 오후 12시10분 경 울산시 남구 매암동 현대차 엔진5부 사업장 안에서 분신, 전신 75% 화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 현장위원 분신 직후 점심식사를 마치고 공장 안으로 들어온 동료 조합원들이 쓰러져 있는 신 현장위원을 발견했다. 조합원들은 그의 몸에 붙은 불을 소화기로 급히 끄고 119 구급차를 불렀다.

신 현장위원은 울산강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화상 정도가 심해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화상병동이 있는 부산 하나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중환자실에 들어간 신 현장위원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신 현장위원이 75% 전신화상을 입었고, 특히 얼굴 부위에 화상이 심해 수술이 불가능하자고 밝혔다.

현대차지부에 의하면 분신 현장에서 휘발유가 든 1.8리터짜리 병과 라이터가 발견됐으며, 유서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부와 엔진5부 조합원들은 최근 사측이 기초질서 지키기 등을 강요하며 현장통제를 강화했고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노사 갈등이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 특근을 하던 엔진5부 조합원들은 신 현장위원이 항거분신한 후 오후 작업을 중지하고 모두 퇴근했다.

신 현장위원이 분신에 이르게 된 경위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12월 중순 경 사측은 지난 수십년 간 현장에서 노사 간 협의해 온 맨아워협상을 전면 거부했다. 현대차그룹은 12월15일 고용노동부에 연간근로위반 개선대책을 제출했다.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현장작업장을 사측이 적극 통제해 연장근로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사측 관리자들 통제 하에서 작업이 진행되게 하겠다고 했다.

이어 신 현장위원이 항거분신하기 하루 전인 1월7일 오전 엔진사업부(매암동 공장)에서 신 현장위원이 작업 도중 간이휴게실에게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엔진부서장인 최 모 부장이 다가와 작업장을 이탈하지 말라며 부당하게 통제하려고 했다. 이어 최 모 부장은 작업반장을 통해 업무지시를 내렸다.

이날 오후 윤 모 반장은 반원들을 모아놓고 “작업공장을 이탈하면 근무시간에서 빼겠다”는 협박성 발언과 함께 강제지시까지 일삼았다. 신 현장위원은 반원들과 함께 사측의 현장통제에 항의하는 뜻으로 오후 7시 정시 퇴근했다.

신 현장위원은 다음날인 오늘(8일) 오후 12시10분 경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분신 항거했다.
이번에 분신한 신 현장위원이 일하던 매안동 공장 엔진사업부는 극심한 노동강도로 인해 노사 간 갈등이 첨예한 곳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측이 강요하는 생산량 목표에 비해 인원과 작업설비가 늘 부족했다.

사측의 연장근로 위반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현대차그룹은 비판적 사회 여론에 직면했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이에 현대차는 ‘연장근로 개선대책’이란 것을 내놓으며 현장통제를 공공연히 계획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 이르렀다. 신 현장위원의 항거분신은 현대차그룹의 부당한 현장통제와 노동탄압이 불러온 비극인 셈이다.

신 현장위원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엔진사업부 소속이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의원을 세 차례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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