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체불노동자 4명 궁내동 톨게이트 상단서 쇠사슬 고공농성

▲ 건설기계의 체불임금이 400억대에 육박하는 가운데 18일 오후 체불임금의 지급을 요구하며 경부고속도로 궁내동 톨케이트에 올라 고공시위에 들어간 박대규 건설노조 부위원장과 체불노동자 3명이"일했으니 돈을 달라"는 현수막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건설노동자들이 건설기계 체불을 규탄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박대규 건설노조 부위원장(건설기계분과위원장)을 비롯한 체불노동자 4명이 18일 경부고속도로 궁내동 톨게이트 상단에 올라 “일했으니 돈을 달라”며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처한 체불사태를 고발했다.

건설노조 박대규 부위원장과 체불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1시12분 궁내동 톨게이트 상단에 올라 “우리도 설 명절에는 고향에 가고 싶다! 세금 쏟아 붓더니 체불이 웬말이냐?”고 적힌 현수막을 톨게이트 위쪽에 걸었다. 체불노동자 한 명은 톨게이트 상단으로 이어지는 계단 꼭대기 난간과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저항했다.

이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한지 10분도 안 돼 고속도로 순찰대가 달려와 현수막을 찢고 농성자들을 위협했다. 곧이어 경찰이 대거 들이닥쳤고 농성을 벌인지 불과 40여 분만에 체불노동자들을 모두 연행됐다.

농성을 벌인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굴삭기를 조종하는 노동자들이며,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일한 임금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농성자들은 분당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건설노조가 집계한 건설기계 체불은 39,932,741,639원으로 4백억에 이른다. 이는 건설노조 2만명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금액이다. 건설기계 등록대수가 2010년 378,489대(국토해양부 자료)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38만 건설기계 노동자들 체불은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건설노조 추정이다.

건설노조가 파악한 체불대상은 326개 현장이며, 이 중 한국토지공사(LH), 한국도로개발공사, 국토해양부-부산국토관리청(4대강), 육해공군, 지자체 등이 발주한 공공공사현장 체불이 70%가 넘는다.

지역별로 보면 경상남도(체불현장 52개) 80억원, 전라북도(22개) 55억원, 경상북도(34개) 50억원, 전라남도(3개) 45억원, 충청북도(63개) 34억원, 충청남도(34개) 34억원, 경기도(23개) 25억원, 강원도(18개) 20억원, 부산광역시(12개) 15억원, 대전광역시(20개) 15억원, 서울특별시(17개) 11억원, 대구광역시(10개) 8억원, 인천광역시(11개) 4억원, 광주광역시(5개) 3억원 등이다.

▲ 18일 오후 체불임금의 지급을 요구하며 경부고속도로 궁내동 톨케이트에 올라 고공시위에 들어간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체불사유는 △하청사 부도, 도주, 잠적 △원청사 부도, 도주, 잠적 △불법도급 △기성금 타 현장 유용 △지급 지연 △원하청 간 다툼 등이다. 목수, 철근 등 건축현장 노동자들도 다를 바 없지만 그 처리과정은 다르다. 건축현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그나마 체불을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노동자’가 아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밀린 돈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 등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건설사들은 이런 처지에 놓인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우롱하듯 늑장지급하거나 70%니 50%니 그나마 밀린 임금조차 제대로 주는 일이 없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일한 돈을 제대로 못 받아도 정부는 이를 집계하지도 관리하지도 않는다. 노동부 체불 통계치에 건설기계 체불은 반영되지 않는다. 건설노조는 건설기계 체불 근절을 위해 법 개정을 시도했다. 강기갑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은 국토해양부 반대에 부딪쳐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국토해양부와 노동부 등 관계당국은 건설기계 체불에 대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체불노동자들이 궁내동 톨게이트 상단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그 시각 건설노조는 과천정부청사 앞 운동장에 모여 건설기계 노동자 체불근절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가졌다.

건설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얼마 전 건설노조가 2011년초부터 현재까지 1년 간 발생한 건설기계 노동자 체불현황을 집계한 결과 그 액수가 자그마치 4백억원 가까이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고, 전체 건설기계 노동자 체불액을 집계한다면 수조 단위 천문학적 액수의 임금체불이 존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을 당하면 어디 하소연할 곳 한 곳 없이 끝없이 고통받으며 분신이나 고공농성 등 극단적 방법을 택한다”면서 “일을 해도 제 때 돈을 받지 못하고 그마저도 어음으로 지급받아 나중에는 업체 부도로 휴지조각이 돼버리기 일쑤인 참담한 현실이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설명절을 앞두고 거리로 나오게 했다”고 역설했다.

건설노조는 “건설기계 노동자 체불 근절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건설기계관리법 개정인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통해 법제도를 개선하고 체불근절이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앞장서 체불근절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이런 악습의 고리가 끊어질 때까지 결사투쟁 정신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1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기계노동자 체불근절 투쟁선포 기자회견'에 참가한 건설노조 지도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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