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사망사건 은폐 왜곡...삼성노조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반윤리적 작태 규탄

 

▲ 삼성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사육사로 일하다 패혈증으로 사망한 故 김주경씨 사건의 은폐 왜곡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앞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회견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삼성이 에버랜드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한 고 김주경 씨 사건 진실을 은폐 왜곡해 시민사회가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삼성 에버랜드에서 사육사로 일하던 25살 한 젊은 노동자가 지난 1월 6일 삶을 마감했다. 동물원 사육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가 삼성 에버랜드에 아르바이트로 입사한지 채 1년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고 김주경 씨는 지난해 12월 9일 에버랜드 동물사(투칸이라는 새가 있는 곳)에서 동료와 엇갈려 넘어지면서 철창에 얼굴을 부딪쳤고 그 상처가 패혈증으로 번져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삼성은 고인의 얼굴 상처가 “술 먹다 넘어져 다친 것”이라며 거짓을 일삼고, 온갖 악선전으로 유족을 분노케 하고 있다.

다산인권센터와 삼성노동조합은 26일 오후 1시 삼성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은 에버랜드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한 故 김주경 씨 사건의 진실을 은폐 왜곡하지 말라고”고 촉구했다.

노무법인 현장 문은영 노무사는 경과보고를 통해 고 김주경 씨 사망사건을 설명했다. 김주경씨는 2011년 2월 21일 삼성 에버랜드 F-CAST(리조트 동물원 동물연출 포니승마)에 입사해 주6일 일했고 성수기에는 고정적으로 연장근무도 했다. 사파리 입장객들이 말 타는 것을 도와주고, 말 먹이를 주며 돌보고, 마사 청소와 번식센터 작업을 하는 것이 주업무였다. 고인이 입사한 지 10개월 만에 체중이 10kg이나 줄 정도로 노동강도가 심했다.

2011년 12월 9일 에버랜드 동물사 철창에 동료와 엉키면서 철창에 얼굴을 부딪혀 상처가 생겼는데, 닷새 뒤인 14일 오후 고열과 통증으로 용인서울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처방받고 귀가했다.

 

▲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로 일하다 패혈증을 얻어 6일 사망한 故 김주경씨의 부모인 김희중,신동님씨가 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치듯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명익기자

다음날인 12월 15일 오전 7시30분 경, 밤새 통증에 시달리다가 기숙사에서 쓰러져 용인서울병원 응급실으로 후송됐고 검사결과가 심각해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갔다. 세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 진단을 받고 손과 발의 말단조직 부위 괴사가 진행됐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있다가 의식을 회복해 잠깐 회복세를 보이다가 급격히 악화돼 2012년 1월 6일 사망했다.

 

김주경 씨가 사망하기 전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내내 강철원책임과 다른 관리직원이 병원에 상주하면서 누가 병문안을 오는지, 의사와 간호사 상황까지 확인했다. 당시 강철원책임은 김주경씨 부모님에게 “얼굴 상처는 술 먹다 넘어져 다친 것”이라고 했다.

김주경 씨 사망 후 고인의 오빠가 동생의 스마트폰(싸이월드와 카카오톡 메신저로 여러 명의 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을 통해 얼굴에 난 상처가 동물원에서 근무할 때 동료와 엇갈려 넘어지면서 철문에 다친 것임을 발견했다. 삼성 관리직원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

1월 7일 삼성노조 간부와 한 인터넷 매체 기자가 장례식장을 방문해 유족과 이야기를 나누자, 사측은 이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며 노조 간부에게 “한 건 잡았냐?”는 등의 무례한 발언을 일삼았다.

김주경 씨 부친이 삼성노동조합에 연락해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고 딸의 사망사건 전권을 노조에 위임했다. 정확한 사망원인과 사측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한 것에 대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인터넷 매체에 관련 기사가 게재되자 강철원책임 등은 전라도 광주의 김주경 씨 부모님집까지 찾아가 “산재에서 이겨봐야 3년치 급여밖에 못 받는다, 그것보다는 회사에서 모금한 성금이 더 많다. 성금을 받고 끝내자”고 했다. 딸을 잃고 시름에 젖어있던 김주경 씨의 부모는 격노했다.

박원우 삼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유족을 기만하고 감시하고 회유하고 삼성노동조합을 음해한 삼성의 만행을 규탄하고, 삼성을 향해 고 김주경 씨 산재신청을 방해 말고 업무 관련 사망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삼성은 그동안 저질러온 감시, 협박, 회유 등 더럽고 치졸한 행위들에 대해 유족과 삼성노조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 만이 오늘의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유족의 산재신청을 돕고 고인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는 삼성노조 노력을 폄훼치 말라고 못박았다.

김기홍 진보신당 경기도당 부위원장도 “삼성은 25살의 꽃다운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주경씨를 죽음으로 내몬 노동조건이 어떠했는지를 철저히 밝혀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도 삼성의 반노동정책이 불러온 이 사태와 노동조건 등을 감시감독하라”고 역설했다.

 

▲ 26일 오전 경기 용인 에버랜드 앞에서 열린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 故 김주경씨 패혈증 사망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씨의 부모와 삼성노조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회견에 참가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오늘 회견에는 고 김주경 씨의 부모님도 참석해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며 딸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자리에 함께 했다. 고인의 부친은 “자식을 먼저 보낸 애비로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 “우리 애기가 하늘나라에 가서라도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동물사육사가 되겠다던 그녀의 꿈을 볼모로 한 에버랜드 동물원 노동자 관리정책으로 꿈 많던 25살 청춘이 너무도 허망하게 삶을 마감했다”고 말하고 “삼성의 반노동자적 작태에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제물로 바쳐져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당신들의 반윤리적 노동자정책과 사건은폐 행동들은 다시 화살이 돼 당신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삼성의 반윤리적 노동자정책과 에버랜드 사육사 패혈증 사망사건 은폐왜곡, 유가족을 상대로 한 반윤리적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삼성노조가 에버랜드 김모 차장이 작성한 ‘고 김주경 씨 관련 상황 보고’란 제목으로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여기에는 사건 발생 후 1월 16일까지 일자별, 시간별 면담기록과 유가족의 이동경로, 유가족과 삼성노조 움직임, 유가족 설득 시도 등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사측은 삼성 에버랜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들은 삼성노조가 진실을 왜곡해 유족이 속고 있다고 했으며, 사측의 일방적 주장만 들은 임직원들이 큰소리로 “삼성노조는 사람이 아니다, 또라이들이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한편 삼성 에버랜드 사측은 오늘 기자회견 장소인 에버랜드 정문 근처에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회견을 방해하는 치졸한 행태를 반복했다. 회견 참석자들이 현장에 모여들자 개인을 상대로 시비를 걸고 앰프를 갖고 도망하기까지 했다.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를 들고 불법 채증을 하고, 마이크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고 야외음향 볼륨을 높이는 등 온갖 방해공작을 일삼았다.

 

▲ 26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앞에서 故 김주경씨의 기자회견이 열리기전 삼성 에버랜드 측 직원들이 나와 회견을 준비하는 참가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이명익기자

 

 

▲ 26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앞에서 故 김주경씨의 기자회견이 열리자 에버랜드 측이 회견장 뒷쪽 출입문을 잠궈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한채 회견장 주위에서 감시를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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