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고통과 균형을 향한 울림과 경고

인생은 페달이다. 우리는 쉴 새 없이 페달을 밟는다. 때로는 페달을 놓치고 넘어지곤 한다. 간혹 페달 자체를 잃어버릴 때도 있다. 삶의 속도는 페달 밟기에 달려있다. 누군가 그 페달을 훔치기도 한다. 페달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인생은 핸들이다. 길을 찾고 방향을 잡는 것은 핸들이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흔들림을 경험한다. 때로는 핸들을 놓쳐버릴 때도 있다. 그리고 길을 헤매거나 잃어버린다.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을 보면서 우리는 어느 샌가 페달에 발을 올려놓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소년의 호흡과 맥박에 박동수를 맞춘다. 핸들과 페달은 삶의 균형을 지탱한다. 두 개의 바퀴가 구를 때 균형을 잡는다. 그래서 자전거는 삶을 관통하는 동력이다. 핸들을 잡은 신체의 반응과 페달의 압력은 함께 가는 동반자다. 균형과 속도가 제대로 배분될 때 삶은 안정을 찾는다.

쉴 새 없이 뛰고 넘어지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소년 시릴은 우리의 모습이다. 아버지로부터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다 준 미용실 주인 사만다의 호혜는 우리 사회가 균형을 찾아가는 힘이다. 전혀 설명되지 않는 사만다의 친절과 연민의 속내를 애써 헤아리고자 노력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만다의 눈으로 시릴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그래서다.

소년에게 자전거는 자아를 실현하는 길이고 안식처다. 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의지를 실현하고 시험하는 일이다. 보육원 소년이 불량배 친구의 유혹에 이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후에야 사만다의 진심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잊고 구원과도 같은 위탁모에게 정착한다. 삶의 경로에는 항상 자전거가 있고, 소년은 달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위로를 받는다.

이 영화는 인생이라는 자전거에 올라탄 각자의 마음속에 삶의 균형을 찾는 페달을 얼마나 밟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지나치도록 단순한 형식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소년의 성장 영화가 아니라, 그런 소년을 돌보지 못하는 우리 시대 어른에 대한 경고장인 셈이다. 자전거를 타고 홀로 세상을 달리는 아이의 모습이 속도사회에 묻혀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투사되는 것은 그래서다.

롱테이크 촬영기법은 우리들로 하여금 자전거의 핸들을 잡은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특히 극적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 인상적이다. 유일하게 몇 번 나오지 않는 이 음악이 엔딩 크레딧에서 다시 한번 들릴 때, 우리는 ‘희망’의 구체적인 실체를 엿본 듯한 먹먹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프랑스의 고아들을 대하는 태도와 후견인시스템도 우리사회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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