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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주경씨 부모님 “우린 진실과 삼성의 사과를 원한다”삼성에버랜드, 25세 사육사 패혈증 산재사망사건 은폐왜곡·산재거부

▲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로 일하다 패혈증을 얻어 사망한 故 김주경씨의 부모님이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명익기자
삼성 에버랜드에서 사육사로 일하던 젊은 여성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사측은 “동료와 술 먹고 넘어져서 다쳤다”고 했고 부모님은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오빠가 무심코 동생의 핸드폰을 켰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고인은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동물사 문에 후배랑 엉켜서 넘어지며 다친 상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회사가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노동과세계> 1일 오후 부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김주경 씨 아버지는 “지금 아내와 함께 애기한테 가는 길”이라고 했다. 딸의 유골을 보관한 담양 납골당 ‘천주교 부활의 집’. 주경 씨 부모님은 날마다 그곳을 찾아가 대답 없는 딸을 만나고 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자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부모는 인터뷰하는 1시간 여 동안 내내 울었다.

“우리 애기가 병원에 있을 때 손발이 다 괴사되고 그랬어요. 애기 큰 아버지가 와도 면회를 안시켰는데 그 강철원 책임이란 사람이 얼마나 상냥한 척 하던지 그 사람한테는 보여 줬어요. 그게 정말 후회스러워요. 감시하러 온 줄도 모르고 내 아이 아픈 모습을 다 보여준 거에요. 치가 떨리고 그게 가장 화가 나요.”

딸이 혼수상태였고 말을 못했기 때문에 회사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 “강철원 책임이란 사람이 딸이 술을 마시고 넘어졌다고 했어요. 같이 술 마신 친구가 누군지 물어 전화통화를 했는데 처음에는 그냥 밥만 먹었다고 하더니 둘이 먹었다고 했다가 셋이 먹었다고 했다가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의심이 생겼죠.”

딸이 지난해 2월 에버랜드에 입사해 일한 10개월 동안 아버지는 세 번 딸을 만났다. 두 번은 주경 씨가 광주 집에 내려왔고 한 번은 아버지가 딸을 찾아와 만났다. 주경 씨가 에버랜드에서 일하느라 집을 떠났을 때 주변 사람들은 놀랐다. 그런 딸을 어떻게 보냈느냐고 했다.

▲ 고 김주경 씨 얼굴에 난 상처. 고인이 생전에 자신의 모습을 찍어 친구에게 보낸 사진이다. 왼쪽 볼에 난 상처가 뚜렷하다.
주경 씨와 어머니는 서로가 삶의 의미라고 할 정도로 떨어져서는 못살 사이였다. 딸이 일을 끝내고 기숙사로 향할 시간 어머니는 늘 딸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일과가 어땠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언제 집에 오는지 묻고 소식을 주고 받았다. 그녀가 죽은 후 광주 지인들 모두 함께 아파하고 애달파했다. “우리 애기는 두 살 터울 오빠랑도 다투지도 않고 의좋게 지냈어요. 자라면서 단 한 번도 부모 속상하게 안 한 아이에요. 속이라도 썩였으면 그거라도 생각하면서 좀 덜할지 모르겠는데...”

응급실로 달려간 어머니를 처음 보고 주경 씨는 아픈 중에도 애써 웃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엄마, 나 살 수 있어. 걱정하지 마.” 그때까지만 해도 딸이 그렇게 가버릴 줄 몰랐다. 부모님에게는 동물을 좋아하던 앳되고 순수한 딸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랬던 딸이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워낙 동물을 좋아했어요. 딸 때문에 동물을 보러 서울까지 같이 간 적도 많아요. 주경이가 9월에 집에 왔을 때 발바닥이 갈라졌더라구요. 제가 연고를 발라주면서 많이 속상했는데 많이 아팠을텐데도 괜찮다고 안 아프다고, 빨리 동물원에 가야 한다면서 갔어요.”

“우리 딸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그들도 압니다. 돈 안줘도 거기서 일하고 싶다고, 그런데 돈도 벌고 하고 싶은 일도 하니 좋다고 그래서 부모 마음에는 대견하기도 했어요.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엄마랑 같이 여행가겠다고 그랬는데...”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면 계약직이 되고 결국 정규직 동물 사육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일했다. 에버랜드에서 일한 지 10개월, 한 달에 네 번 쉬고, 야간개장이나 에버랜드 성수기에는 연장근무를 계속했다.

건강하던 그녀는 10개월 만에 10kg이나 체중이 빠졌다. 갑작스런 체중감량으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결국 동물사 철창문에 긁힌 작은 상처로 시작된 그녀의 병은 치료 시기를 놓쳐 패혈증으로 악화됐다.

김주경은 중환자실에 누워 온몸에 멍이 올라오고 손과 발이 괴사돼 생사를 다투는 상황에서도 잠깐 정신이 돌아오면 “무단결근은 안돼! 동물원에 가야 해”라고 소리쳐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회사 측 사람들에게 위독한 딸을 보여준 게 가슴에 맺히기는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동물원장이니 사파리센터장이니 하는 사람들 문병이라고 왔을 때 진심이려니 하고 우리 애기를 다 보여줬어요. 우리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해서 위에다 보고한 걸 알고 나니 정말 기가 막혀요. 이건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진실이 있다면 밝혀지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 김주경 씨가 친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4~5일 전 동물사 문에 부딪쳐 다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에버랜드 사측은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고인의 부모에게 날마다 문자를 보내 고통을 줬다. “남은 것은 산자의 몫이다, 주경이는 알고 있다”는 문자를 사측은 부모에게 계속 보내 사태를 종결할 것을 종용했다.

“우리 애기가 친한 친구한테 거짓말로 문자를 보냈겠어요? 자신이 죽을 줄 알고 얼굴 사진을 찍어 친구한테 보냈겠어요?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철창에 넘어져 다친 것이 사실이라면 삼성에버랜드가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죠. 우리 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기면 안되잖아요. 우린 돈 같은 거 필요 없어요. 보상이요? 보상을 해주겠다면 삼성에서 고통 받은 사람들 먼저 보상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삼성이 무노조를 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군요.”

주경 씨가 병원에 있을 때 한 후배동료가 2~3일 계속 찾아와 함께 있었다. 부모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일기장 등 심부름도 해줘 큰 위로가 됐다. “그러다 갑자기 딱 끊고 안 오는 거에요. 12월 31일에 삼성노동조합을 만난 후 노조가 그 아이를 통해 평소 근무환경이랑 그런 걸 좀 물어보라고 해서 제가 전화를 했어요. 좀 와주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12월31일자로 그만두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르바이트로 일을 해서 뭐라고 말하기가 그렇다(곤란하다)고 했어요.”

주경 씨가 사망한 후 부모님이 사측 사람들에게 산재 이야기를 꺼냈다. 강철원 책임을 비롯한 에버랜드는 김주경 씨 평소 생활을 폄훼하며 온갖 거짓말로 부모 마음을 힘들게 했다. 회사의 속셈을 알게 된 지금 부모는 회사가 딸을 두 번 죽였다며 분노했다.

동물원 강철원 책임이라는 사람은 전라도 광주 김주경 씨 부모님 집까지 찾아가 산재신청을 그만둘 것을 종용했다. “산재에서 이겨봐야 3년치 급여밖에 못 받는다. 그것보다는 회사에서 모금한 성금이 더 많으니 성금을 받고 끝내자. 산재를 신청하면 유족이 두 번 상처 받는다. 두 번 상처 받을 짓 하지 말라. 해봤자 우리(삼성)가 이긴다.”

고 김주경 씨 부모님은 인터뷰 내내 진실규명과 삼성의 사과를 촉구했다. “삼성은 지금도 철창에서 넘어진 일 없다고 주장해요. 우리는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고 삼성이 사과하길 원합니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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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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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수 2012-02-15 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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