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노조의 길 23-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명연설을 한다. 그러나 바로 이때부터 5년간 FBI는 그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역량이 출중한 검둥이 지도자’로 지목하고 정치사찰을 했다. FBI는 이런 정치사찰에 멈추지 않고 킹 목사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감시하고 이를 폭로하겠다고 위협을 가했으며 자살기도와 암살을 유도하게 만들었다. 이 충격적인 사실은 킹 목사 서거 40주기인 2008년 4월 1일, CNN이 보도를 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밝혀지기에 이르렀다. 미국 정보경찰의 만행이었다. FBI는 미국의 연방경찰기관으로 법무부 소속이다.

우리나라 정보경찰은 일제시대 특별고등경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특고’경찰은 비밀경찰조직으로서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전시체제를 공고히 하는 활동을 벌이며, 사상과 이념까지 통제하였다. 해방 후 부활하여 사찰과, 정보수사과, 특수정보과 등을 거쳐 지금의 정보과가 되었다. 역시 전세계적으로 인권탄압도구로 지탄대상인 국가보안법도 일제통치수단으로 만들어져 지금껏 폐지시키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어쨌든 이승만 정권 당시 부정선거에 개입했으며, 4.19혁명 직후 민주당 정권은 수천 명의 정보경찰을 숙청한 바 있다. 그러나 군사독재와 유신시대 그리고 5공 시대 정보경찰은 민주화운동을 막으며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며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시대에는 정치개입을 자제하면서 대신 명목상 ‘정책정보’에 치중하며 위축되어 있던 정보경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다시 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화여대 근처 대현동 정치분실과 한남동 경제분실도 건재하다. 일반정보활동, 신원조사, 채증활동, 집회 시위에 관한 업무를 한다. 경찰법 3조와 경찰관직무집행법 2조를 정보경찰의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 ‘치안정보’가 무엇인지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은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찰청과 서울청 1천 여 명을 포함 전국적으로 4천여 명이나 되는 정보경찰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방대한 규모이다. 마치 구동독의 비밀경찰인 슈타시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범죄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경찰 부서는 실상 ‘정보과’가 아닌, 수사과 형사과이다. 112 범죄신고와 정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요컨대 정보경찰은 ‘범죄정보’를 수집 관리하지 않는다. 정보경찰이 언필칭 ‘사회안정’을 위한 중재를 주임무로 한다는 것은 정권유지 편에 서는 것이 되기 마련이다. ‘안전’ 아닌 ‘사회안정’ 기능은 경찰이 나서거나 맡을 일이 아니며 정치분야 등의 몫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비밀 정보경찰이 불필요한 이유이다. 결국 정보경찰은 법적근거가 미약하며 국민기본권 침해뿐만 아니라 정치개입 소지가 크다.

최근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우리나라 정보경찰은 여야 무소속을 막론하고 유력한 각후보 선거사무실을 출입하며 ‘사실상 정치사찰’을 하고 있다. 불법선거는 수사과 소관이며 수사경찰로 전담반까지 운영한다. 정보경찰이 선거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소속의 대통령이 탈당하고 거국선거중립내각을 구성하면 몰라도, 그 대통령이 경찰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 정보경찰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는 능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더군다나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책임자인 김석기 전서울청장, 여의도 농민시위 사망사건은 물론 코레일노조의 지탄을 받는 허준영 전청장, 그리고 위헌적 경찰대학 특혜의 수혜자들까지 이번 총선에 출마하고 있음에랴!

이제 우리나라 경찰도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탄압기관에서 벗어나야 하며, 방대한 비밀정보경찰 인력들은 털어내고 이를 민생치안 부서로 돌리도록 여야가 선거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불필요한 정보경찰은 폐지하고 국가안보에 필요한 정보는 군과 국정원에서 담당하면 된다. 그러나 혁파나 폐지가 될 때까지만이라도 정보경찰의 정치사찰이나 국민기본권 침해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각국에서 보편화된 경찰내부통제시스템으로서 경찰노조를 허용함은 물론이고, 외부적으로는 경찰조직으로부터 독립된 경찰옴부즈맨이라는 통제제도를 시급히 도입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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