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식 부대변인
시쳇말로 퍼펙트한 평가였다. 무려 93.9%가 ‘좋다’ 했다. 평가에 소극적인 6.1%의 ‘보통’을 포함하면 완벽하게 100%가 만족했다. 지난 2월3일 금속노조의 교육선전활동가 교육수련회의 첫 번째 특강 <현 시기 대중트랜드와 선전전략>에 대한 평이다. 무려 155명의 교육선전활동가들이 들었다. 금속노조는 유례없는 참가 규모에도 고무됐지만, 모광고기업 강사의 특강에 대한 일방적 호평에도 고무됐다. 참가인원 중 80명의 설문결과지만, 뒤에서 서서까지 듣는 청강열기를 보았을 때, 155여 명 모두의 한결같은 평가였다고 나는 판단한다. “색달랐고” “교육선전에 많은 도움”을 줬다. “변화 해야겠다”는 각성을 끌어냈고 “배우고 느낄게 많았다.” 그야말로 “현실과 딱 맞는” “기대 이상”의 “명강의”였다. 이 평은 활동가들이 직접 작성한 강의 평가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 형식이 더 중요하다
“트랜드”란 경향, 동향, 유행을 뜻하는 말이다. 강의는 트랜드라는 관점에서 대중들은 어떻게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반응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광고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강의는 활동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마음을 움직였다. 역시 영상은 가장 현대적인 언어이자, 공감의 언어다. 강의는 “소통하라”, “형식이 중요하다”, “듣는 이의 입장에 서라”, “참여를 유도하라” 이 네 가지를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이제 한 방향의 선전보다는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 시대이며, 이를 위해 노동운동도 혁신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말만 놓고 보면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다. 소통? 진부할 정도다. 다 아는 얘기를 광고영상을 통해 흥미롭게 전달했겠지 하는 사람은 혁신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소통이란 조직이나 시스템의 민주적 운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형식은 단지 멋지고 예쁜 포장의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이러한 문제의 ‘세밀한 요소’, 시중의 말로 디테일한 변화를 포착하는데 있다. 형식 그 자체가 때론 내용이라는 발상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형식도 중요하다”가 아닌 “형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철학 중 변증법적 유물론은 내용과 형식의 분리를 거부한다. 내용 없는 형식은 없고, 형식 없는 내용도 있을 수 없으며, 이렇듯 내용과 형식은 상호 제약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호제약 속에서 규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내용이고, 형식은 내용에 의존한다. 그러나 일단 성립된 형식은 '상대적 자율성'을 갖는다. 노동운동은 이러한 철학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너무도 내용을 중요시한다. 변혁을 지향하기에 본질적이고 원칙적인 부분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은 근본적인 요소다. 그러나 형식을 무시하는 순간 내용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옳은 내용이지만 까칠하게 표현하는 사람의 주장은 일단 듣기부터가 싫은 것처럼 말이다.
 
- 명칭부터 바꿔?
이제껏 노동운동의 선전물들은 내용, 즉 요구와 주장, 설명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말이 많다. 짧은 몇 마디와 한 컷의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안달이다. 현대인들은 바쁘다. 무엇에 대한 짧은 순간의 느낌과 그에 따른 감성을 앞세워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장광설을 늘어놓는 순간, 대중들은 우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귀를 닫는다. 그러자 우리는 떠난 관심을 되돌려보려고 더 강렬하고 더 과격한 활동형식을 궁리한다.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작 우리에겐 아직 그럴 실력이 없다. 이렇듯 형식을 무시하니 더 강렬한 형식의 요청을 받는 우리는, 일종의 악순환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답이 없어”라는 포기의 언어들이 횡행하고 혁신하려는 시도는 너무도 거창하여 정작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강의에서 크게 공감했던 바는 커뮤니케이션과 혁신의 네 가지 원칙만이 아니다. 명칭을 바꾸는 사소한 변화에서 혁신이 시작된다는 포착은 우리에게 혁신의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마치 “~과 ~을 위한 ~들의 ~결의대회”가 아닌 그냥 “희망버스”였고, 그 한 마디 말이 김진숙의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 노동을 드러내고 시가 되고 운동이 됐던 것처럼. 강사는 제안했다. 선전실을 소통실 또는 커뮤니케이션실로 바꾸자고. 그래봐야 뭐가 바뀌나 싶은가요? 너무 자질구레한 일일까요?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그 변화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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