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슬픔에 섞인 고뇌와 잔잔한 감동

지금 아이들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또 남편으로서 아내의 외도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흔히 남자는 바깥사람으로, 여자는 집사람으로 통한다. 남자가 집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여자가 바깥세상을 헤쳐 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영화 ‘디센던트(The Descendants)’는 집과 가족의 세계를 따뜻하게 이해해가는 아버지 맷(조지 클루니)의 얘기다.

영화는 하와이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맷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의 곁을 지키게 되면서 시작한다. 디센던트는 자손이라는 뜻이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다. 코마 상태인 아내와 장인의 관계, 맷과 두 딸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훈훈한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의 느낌은 바다보다는 호수에 가깝다. 억지스런 설정이나 무리한 전개 없이 잔잔하게 끌고 가기 때문이다. 복잡 미묘한 가족간 심리묘사를 은근히 따라가게 되고, 오히려 진솔함이 너무 지나칠 정도로 영화를 보는 내내 삶에 대한 사색과 인물들에 대한 공감을 동시에 하게 된다. 이야기 중심엔 이별이란 큰 슬픔이 있지만, 낭만적인 하와이의 풍광이 그 슬픔을 묘하게 아름답게 만든다.

아내의 사고 이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국면을 맞은 맷과 가족의 여정이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식물인간이 돼버린 아내의 불륜을 뒤늦게 알고 그 상대남을 찾아 온 가족이 떠나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그것이다. 눈물과 웃음, 가슴 아픈 슬픔과 허를 찌르는 폭소를 자아내며 치유해 가는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상이 150년간 지켜온 하와이의 자연을 맷이 그대로 지키기로 결정한 장면도 인상 깊다.

많은 이들이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이별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무심함과 소홀함을 깨닫는다. 누구나 가족이 최상의 가치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자신의 일이 최우선일 때가 많다. 친구와의 약속이 가족보다 더 끌리고, 일이 바쁘다보면 가족까지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많다. 이성친구에게 빠지면 부모는 귀찮아지는 존재로 전락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단 이유로 비난받는 아버지를 위한 영화다. 모든 인간이 가족의 품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족이 주는 휴식과 평화의 가치는 소중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눈부시게 맑고 푸르며 따뜻함이 전해지는 하와이 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3인의 가족 풀샷 엔딩까지 영화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진한 여운까지 전해준다. 이 영화는 2012년 아카데미 5개부문 후보에 올랐고, 감독은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의 남편인 알렉산더 페인이다.

강상철 ksc000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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