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박탈된 정치적 권리에 대항해 싸웠던 당시 외쳐진 구호들이다. 2012년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도 104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요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103주년 세계 여성의 날 대회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회에 가장 필요한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남성의 경우 전체 남성노동자의 39.5%가 비정규직임에 비해 여성의 경우 전체 여성노동자의 6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남성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20.6% 수준인 데 비해, 여성은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44.9%에 이른다. 최근 사회 양극화와 노동빈곤층이 늘어나는 사회 현상은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활까지 감당해야 하는 여성가구주가 늘어나는 현실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2012년 최저임금은 월 957,220원(시급은 4,580원, 주 40시간으로 계산)으로 4인 가족 생계비 월 평균 494만원의 20%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저소득층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설령 여성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차별을 견뎌야 한다. 여성 정규직 역시도 ‘성별 분리직군’을 통해 만들어진 저임금, 저직급 일자리가 대부분이며, ‘동일노동’ 자체가 여성들에게 어려운 과제다.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경제개발협력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38%나 덜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다른 회원국 평균인 17.6%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수치다.
 
고용노동부 2010년 노조조직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164만 여명 중 여성은 37만 여명으로 22.5%에 불과하다. 전체 여성노동자 724만 여명 중 5% 가량만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실제 고용불안과 가사, 육아부담을 안고 노조를 결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매년 고용 갱신을 핑계로 노조탈퇴를 강요받기 쉽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지부의 경우 노조자체를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사측으로 인해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용역깡패의 성폭력을 비롯해 온갖 탄압에 내몰리고 있기도 하다.
 
민주노총이 올해 3.8 주요요구로 내걸은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100년 전 “10시간만 일하자”는 구호와 연결된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것은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정부가 여성노동자만 대상으로 시행하는 ‘노동시간 단축제도’와 차원이 다르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정책 일환이라며 시행한 ‘유연근무제’ 등은 노동시장에서의 성별분리 및 노동과정에서의 성별분업을 고착화시키며 여성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는 정책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되어야만 고용상태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 여성에게 선거권을 달라는 요구도 여성의 고용현실과 맞물려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1946년 선거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남녀 모두에게 선거권이 주어지긴 했지만 18대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 비율은 1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전히 총선을 앞두고 ‘여성할당제’ 폄훼 논쟁이 한창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성할당제 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자유롭게 투표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올해 3월8일에는 ‘여성노동권’ 요구를 밝히고 전 조직적 투쟁을 결의하는 ‘민주노총 여성노동자대회’가 열린다. 민주노총이 3월8일을 단지 ‘기념’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이처럼 104년전 뉴욕 여성노동자들 행진때 불렸던 노래 가사가 전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진하고 또 행진할 때 남자들을 위해서도 싸우네/ 왜냐하면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린 그들을 다시 돌보기 때문이지/ 그런 우리가 마음과 몸이 모두 굶주리네/ 그러니 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를 달라!”
 
송은정/ 여성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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