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현장 노동자들 목소리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정부의 선거용 졸속 비정규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여당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부르짖는다. 민주노총은 해당 공공부문 노동자들 의견을 귀담아 듣는 근본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현장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학교비정규직 특수보조교사
서울 신서고에서 특수보조교사로 일하는 ㅂ씨(여_47세). 매주 목요일 장애학생들과 지하철로 외부 전환교육을 간다. 오전에 아이들과 제과제빵실습을 하고 점심을 먹는다. 이어 지하철을 타고 장애인복지관에 가서 콘센트 조립을 한다.
학생들이 조립한 콘센트를 처리하는데 한 여학생이 울먹인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급히 화장실에 데려가 살펴보니 속옷과 겉옷에 용변이 묻었다. 특수 교사에게 말하고 다시 화장실로 가서 속옷을 벗게 한 후 몸을 씻겼다. 실수한 속옷과 겉옷, 더러워진 화장실을 뒷처리하는 동안 특수교사가 부모에게 연락했다. 겉옷을 입힌 후 마음 상하지 않게 다독여 특수교사에게 인계했다.
7시45분에 출근해서 수업방해 때문에 종일 도움반에 있는 학생을 돌보고, 지체장애학생 두 차례 용변지원과 식사보조를 한다. 식사 후 실수 잦은 아이들 화장실 확인뿐만 아니라 복약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특수교사 수업 때도 교사가 요구하면 수업 보조를 하고 운동수업이 있으면 수업 전후 10분씩 운동복 갈아입는 것을 돕는다.
어떤 날은 점심시간이 없어 김밥 한 줄로 때우거나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식당오픈시간에 맞추면 15분 만에 먹고 3.4층 교실로 뛰어올라가 장애학생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식당식사는 아예 포기했다.
“쌤들은 무기계약이 안되니, 다른 쌤이 내년에 일을 잘 하도록 가르쳐 주세요.” 2년 째 들어서면서 특수교사가 학생들과 부모, 제과제빵사, 다른 보조쌤들 앞에서 해온 말이다. 비정규직은 아무리 일을 잘해도 계약만료가 곧 해고다.
무기계약을 요구하며 수차례 단체교섭을 했지만 교장쌤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년 동안 단 한 건의 지각, 조퇴, 결석 없이 성실하게 근무했지만 결국 해고당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세관노동자
세계 서비스평가 7년 연속 1위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에서 수하물에 전자테그 부착 업무를 하는 ㄱ씨(남_63세). 24시간 맞교대로 아침 7시 업무 시작인데 6시30분에 공항 출입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다음날 7시30분에 퇴근한다. 오전 7시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지하1층 작업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공항 수하물 처리장과 항공기 접안 시설이 이어져 컨베이어벨트가 계속 돌아가는 작업장은 굉장한 소음과 먼지로 뒤덮인다. 냉난방이 안돼 혹한과 더위에 시달린다. 점퍼나 장갑 등 작업 시 필요한 용품도 개인이 사서 쓴다.
항공기가 집중적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대에는 정신이 없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테그를 붙여야 한다. 항공기가 없을 때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잠깐 쉰다. 쉬는 동안에도 항공기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모니터를 보며 대기한다.
13대나 되는 작업대에 매달려 연속작업을 하다 보면 식사시간도 없다. 교대로 여객터미널 내 구내식당까지 긴 구간을 뛰다시피 오가며 겨우 식사를 한다. 이렇게 24시간 노동하는 세관 노동자들에게 용역업체는 7시간 노동시간을 적용하겠다며 각서 서명을 강요했다. 대기시간을 제외하고 테그를 부착하는 시간만 따지자는 것이다.
이 업무는 공익위원이나 청경이 하던 것을 임금을 줄이기 위해 2006년 민간위탁으로 전환했다. 처음에는 인원이 66명 책정됐지만 50명이 한다. 10개월 마다 업체를 변경해 새로 계약하고 2개월은 연장계약을 한다. 1년 지나 발생하는 퇴직금을 안주려는 작태다.
과거 용역업체인 KTLS는 120만원을 받는 세관 노동자들 임금을 그나마 2만원 삭감했다. 현재 용역업체인 포스트원은 조달청 공시입찰 때 5순위였다. 포스트원 사장은 KTLS 대표와 친형제 간이다.
 
요양보호사
O씨(여_59세)는 요양보호사다. 젊어서 남편을 여읜 후 식당 일과 소규모 공장 일을 하며 아이 셋을 키웠다. 2008년 7월1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할 때 정부는 요양보호사가 되면 준공무원 대우를 받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수십 만원을 들여 국가자격증을 땄다.
하루 두 번, 오전 오후 3~4시간씩 방문요양으로 대상자를 돌보면 손에 쥐는 돈은 90만원 정도다. 그나마 대상자가 돌아가시거나 입원해 일이 없어지기도 한다.
방문요양센터는 처음에 퇴직금을 준다고 해놓고 1년이 지나 퇴직금을 달라고 하자 줄거 다 주면 남는 게 없다며 윽박지르곤 일거리도 끊어버렸다. 4대 보험은 요양보호사와 센터가 절반 씩 부담하게 돼 있는데 센터가 싫어한다.
요양보호사는 대상자를 돌보는 일 말고도 온갖 잡노동을 강요당한다. 대상자 가족이 식당을 하면 식당 일을 거들라고 한다. 대상자 가족의 식사와 빨래, 심지어 김장, 콩타작, 고추밭매기까지 울며겨자먹기로 해야 한다. 파출부가 하던 일을 요양보호사에게 시키는 경우도 많다. 대상자나 가족에 의한 성희롱도 심각하다. 요양보호사 출퇴근을 감시하는 RFID 시스템 전송료까지 본인이 부담한다.
임금 120만원 정도를 받는다는 요양원에도 가봤다. 시설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건물 청소와 빨래 등으로 골병이 든다. 시설장의 가족들이 자격증을 따 서류상 요양보호사로 등록돼 있다. 1인당 낮에는 7~8명에서 15명까지, 밤에는 15~30명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
시설은 12시간, 24시간 맞교대, 아니면 8시간 3교대다. 임금을 적게 주려고 쉬지도 못하는 휴게시간을 3~4시간 책정했다. 밥 먹는 시간이 돼도 식당에서 밥을 가져다 환자들을 곁눈질로 보며 10분 만에 먹는다.
 
대전정부청사 청소노동자
ㅅ씨(여_55세)는 대전정부청사에서 청소 일을 하는 용역노동자다. 7시부터 5시까지지만 공무원들이 8시30분이면 대부분 출근하기 때문에 5시30분 내지 6시에 도착해 일을 시작한다. 정부청사 4동은 20층짜리 건물인데 여성 20명, 남성 5명이 청소를 한다.
오전 2시간은 정말 힘들다. 냉난방이 들어오지 않아 겨울에는 손이 곱고 여름에는 땀 범벅이 된다. 사무실과 복도, 화장실 바닥과 유리창 등을 쓸고 닦는다.
점심 때가 되면 대기실에 모여 밥을 먹는다. 구내식당이 있지만 적은 임금에 3000원이 아까워 도시락을 싸온다. 4대 보험을 제외하고 받는 돈은 96만원 정도. 1998년 처음 대전정부청사에 입주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을 겨우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임금이 너무 적어 전에는 어디 가서 창피해 말도 못했다. 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우리 월급이 꽤 많은 줄 안다. 우리를 보고 “이렇게 일찍 나와서 일하시는데 월급이 얼마나 됩니까? 한 150이나 200은 받으시죠?”하는 말을 들으면 웃음만 나온다. 조달청에서도 우리 임금이 얼마인지 모른다.
노조를 만들기 전에 우리는 파리목숨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이 잘릴까봐 마음 놓고 말 한 마디 못했다. 쉬지 말라고 했는데 앉아 있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가슴이 내려앉곤 했다. 4년 전 노조를 만들고 나서는 일하기가 많이 좋아졌다.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다.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15년째 같은 임금으로 살기가 정말 힘들다. 일찍 출근하다보니 아침도 못 먹고 나올 때가 많다. 구내식당에서 따뜻한 밥이라도 제공해주면 좋겠다. 2012년 최저임금이 조금 인상됐지만 급여는 아직 오르지 않았다. 용역업체는 3%만 올리겠다고 한다.
 
공공기관 용역노동자
ㅂ씨(여_63세)는 대전 유성에 소재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건물 청소를 한다. 원래 출근시간은 7시지만 할 일을 많아 6시까지 나온다. 출근하자마자 각 사무실을 돌며 휴지통을 비우고 비질과 걸레질로 복도와 바닥을 청소한다.
오전 9시 2층 화장실로 향한다. 여자 화장실 두 칸 중 한 칸을 휴게실로 사용한다. 화장실 변기 위에 나무판과 은박깔개를 깔고 앉아 어깨와 무릎도 주무르며 숨을 돌린다. 바로 옆 화장실에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며 볼일을 본다. 점심도 여기서 먹는다. 구내식당에서 사먹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까워 될 수 있으면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찬밥을 삼킨다.
임금은 4대보험을 공제하고 78만원을 받는다. 주변에 74만원을 받는 동료도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지만 2시간30분이 휴게시간으로 산정돼 6.5시간 임금을 책정해 준다. 청소할 때 입는 옷이나 락스, 고무장갑 등 필요한 용품도 다 개인이 사서 쓴다.
관리소장은 본인이 맡은 구역 안에서 정해진 청소를 다 못하면 새벽시간이나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하라고 한다. 처음 입사할 때 소장은 필요하면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해야 한다고 못을 박고 그러겠다고 한 사람만 뽑았다. 급여명세표에는 연장수당이 없다.
건물을 청소하다보면 사고도 나지만 산재는 꿈도 못꾼다. 한 번은 한 동료가 이동 중 벽에 부딪쳐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는데 소장은 병원에 갈 택시비도 주지 않았다. 치료비를 모두 본인이 부담했고 지금도 그는 후유증에 시달린다.
주변 연구단지 사람들과 같은 버스를 타고 통근하던 중 노조에 가입해서 여러 가지로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 전 노조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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