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중단과 평화적 해결 촉구 비상시국회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럼비를 발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시민사회가 제주해군기지건설 공사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7일 오전 9시 30분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주해군기지건설 공사 중단과 평화적 해결 촉구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했다.

김상근 목사는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주민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국가안보는 주민의 안보이며 국민의 안전이 국가안보의 기초가 되고 중심이 돼야 진정한 안보라고 할 것”이라고 말하고 “군사주의를 숭배하는 정부가 삶의 터전과 자연생태계, 문화재 가치를 마구 파괴하고 있다”면서 “이명박정권은 당신들 이익이 아닌 강정마을과 온국민의 안전, 여론을 중심에 놓고 군사기지화 공사 중단을 외치는 국민의 명령을 들으라”고 밝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8.15해방 이후 이 땅에 먹구름이 떠올라 1300년 간 온 백성이 한 몸뚱어리로 살던 이 나라 허리를 뚝 분질러 이 땅 모든 생명들을 침략했다”고 말하고 “1993년 김영삼 정부가 강정에 해군기지를 세우려 계획할 때도 난 반대했는데, 이명박은 모든 한국사람과 전 인류, 자연이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호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은 제주해군기지 저지운동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해군이 지난 2007년 탈법과 편법을 동원해 제주도 강정마을을 해군기지신축부지로 일방 선정한 이래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극한에 이르고 있다. 2011년 8월 야5당 진상조사위원회가 공사잠정중단과 재검토를 요구하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9월 각계인사 375명이 생명평화의 섬 제주도와 강정마을이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전국 지역과 평화활동가와 종교인, 시민사회단체 성원들이 강정마을에 상주하며 공사강행을 막기 위한 싸움을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고등학생들까지 연행해 48시간 구금하고, 구럼비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수중폭행하는 등 온갖 폭력적 만행을 저질렀다.

2011년 12월 30일 국회는 설계오류와 불용예산 등을 이유로 2012년 예산안 96%를 삭감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중단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정부는 올해 초부터 또다시 공사 강행을 서둘렀다.

3월 1일 시공사 삼성물산이 대형 바지선으로 강정 앞바다를 준설했고, 시공사 대림은 2일 서귀포경찰서장에게 구럼비 발파 신청서를 접수했다. 서귀포경찰서장이 6일 구럼비 발파를 허가했고 오늘(7일) 구럼비 발파를 위한 폭약이 대거 현장에 옮겨졌다.

2010년 1월 이후 올해 2월 27일까지 26개월 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싸우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 등 연인원 329명이 연행됐다. 이 숫자는 강정마을 주민의 33%에 달한다. 검경은 심지어 평화적으로 농성하던 신부에게도 8개월을 구형했다. 지난 2월 2일 재수감된 영화평론가 양윤모 씨는 오늘까지 29일째 감옥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정마을 김정민 노인회장과 정영희 여성위원장이 주민대표로 이날 시국회의에 참석했다. 김정민 강정마을 노인회장은 “예의범절과 효성을 자랑하던 우리 마을에 해근기지라는 괴상한 물건이 들어온 후 강정은 인륜과 천륜, 도의, 단합은 모두 깨지고 패륜아만 사는 마을이 됐다”면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4만평에 달하는 구럼비 바위에는 은어와 멸종위기에 있는 토하, 갯바위에는 붉은발발똥게, 맹꽁이 등이 서식한다”고 전하고 “깨끗한 구럼비를 지키려 길바닥에 주저앉은 죄밖에 없는데 경찰은 업부방해라며 저를 체포했다”고 토로했다.

정영희 강정마을 여성위원장은 울먹이며 “우리도 대한민국에 혈세는 내는 국민인데 왜 우리를 이렇게 짓밟느냐?”고 되묻고 “영화평론가 양윤모 선생을 면회하며 단식을 그만하라고 했더니 구럼비가 발파되면 자신도 생을 마치겠다고 했다”면서 “구럼비가 발파되지 않게, 한 생명이 끊어지지 않게 모두 구럼비로 와주시라”고 호소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은 전화 연결을 통해 7일 오전 강정마을 현장 상황을 전했다. 강 회장에 의하면 구럼비를 발파하기 위한 폭약이 도착했고,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며 충돌하는 과정에서 11명이 연행되고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방송인 김미화 씨는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절망적이었고 폭탄이 이송됐다고 하지만 이 자리에 와서 희망을 본다”고 말하고 “어제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에게 해군기지가 생기면 주민이 경제적으로 잘살게 되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그러면 우리나라 제일의 항구가 있는 부산이 제일 잘살아야 하는데 아니지 않냐고 했다”면서 “우리 힘으로 구럼비 발파를 막고 자연을 지킨다면 그 다음에 제가 온 힘을 다해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강정을 문화마을로 만들어 잘 살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곽병월 수녀(천주교여자수도회)는 “저는 지난 1월 10일 공권력이 어린 고등학생들까지 체포해 신원확인이 안된다며 48시간을 구금하는 말도 안되는 폭력을 봤다”고 말하고 “구럼비 폭파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아 이제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부는 이렇게 모든 국민에게 포기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국민의 희망을 짓밟아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해학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지난해 말 국회가 3000억 예산을 삭감했다고 해서 우리가 안이하게 생각했는데 이명박정부와 그 뒤에서 사주하는 미국의 아시아지역 지배전략에 의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4.3이 재현되는 비극을 막고 우리 삶의 터전을 죽음의 계곡에서 살려내기 위해 정치권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경일 성공회 광주교회 신부(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는 “공사책임자, 경찰, 해군까지 만나는 강정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깊은 죄의식을 갖고 이런 일에 끌려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고 전하고 “명분도, 국민적 합의도, 합리적 판단도 갖지 못한 정부는 이 공사를 할 수 없으며 온국민에게 사과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제도 정치도 모르고 군대가 안 갔다온 이명박대통령 4년 간 온갖 폭정을 저질렀지만 가장 큰 죄는 국민을 속이고 사기친 것”이라면서 “민군복합미항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지구상에 아름다운 해군기지가 어디 존재하느냐”고 말하고 “민주노총은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1박 2일 간 강정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가질 것이며,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선수 변호사(민변 회장)는 “지난 토요일 아름다운 동강에 다녀왔는데 동강댐을 만들어 잠길 뻔했을 때 시민사회가 나서서 막지 못했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지었을 것”이라면서 “이제 우리는 강정을 지킬 때이며 민변은 해군기지 건설 절사 상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변호인단을 구성해 수많은 주민과 활동가를 탄압하는 것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제주해군기지건설 강행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비상시국회의 결의문을 낭독해 “구럼비를 살리자! 강정마을로 달려가 생명평화의 섬 제주를 지켜내자!”고 다짐했다.

이들은 이명박정부에 대해 구럼비 발파 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또 여야 정당은 특히 허구적 공약에 책임있는 새누리당과 이 공사 원인을 제공한 민주통합당은 구럼비 발파를 막고 공사를 중단하기 위해 책임있는 노력을 다해야 하며, 이미 드러난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 군사적 문제점에 대한 전면적 검증작업에 착수하라고 밝혔다.

시국회의 참가자들은 각계각층 시민들에게도 호소했다. “지금 강정마을로 달려가자! 주민들의 외롭고 간절한 투쟁에 온 마음 온 몸으로 연대하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원천 구럼비를 살리자!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키고 생명평화의 섬 제주를 온전히 지켜내자!”

비상시국회의는 구럼비 살리기 전국시민행동을 제안했다. 시국회의를 마친 이들은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행진, 제주해군기지 공사 강행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어 [강정집중방문의날] 제8차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전국시민행동이 오는 3월 10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펼쳐진다. 매주 주말 집중방문이 이뤄진다.

‘강정주민의 고통과 투쟁에 함께 하는 촛불문화제’가 13일 오후 7시 대한문 앞에서 열릴 계획이다. 제3차 비상시국회의가 4.3항쟁 기념일은 다음달 3일 강정마을에서 개최되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과 구럼비 발파 중단을 촉구하는 인증샷 올리기,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관련 자료와 동영상을 나누는 방식으로 온라인 물결운동 DKKK에 적극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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