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한 삶이 교차하는 유머와 감동의 페르소나

1% 부자와 99% 무일푼이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누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도 아니고, 부자가 대물림 되는 사회에서는 적어도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놀랍게도 프랑스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이 내용을 다룬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이 웃음과 감동으로 찾아온다.

실제로 영화의 두 주인공은 공통점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최고급 자동차가 6대인 상류층 필립과 부양할 동생이 6명인 빈민촌 드리스, 또 백인과 흑인이라는 명백한 피부색의 차이뿐만 아니라 불편한 몸 때문에 자유를 구속당할 수밖에 없는 필립과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드리스의 성격도 하늘과 땅 차이다.
 
이 영화가 할리우드 대작을 능가할 만큼 특별해지는 이유는 진부한 상황을 꾸밈없이 전개하는데 있다. 흰 배경에 빨간 물감이 떨어진 그림에 감동을 받고 거액을 지불하는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에게 드리스는 “흰 도화지에 코피가 떨어진 낙서일 뿐”이라며 타박하는 장면이 둘의 관계에 묘하게 침투한다.
 
있을 법한 그 흔한 갈등과 눈물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두 사람의 차이에서 일어나는 유쾌한 에피소드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오페라를 관람하며 우스꽝스러운 배우 의상에 웃음을 터뜨리는 드리스의 모습, 경찰을 따돌리며 담배를 피우는 두 사람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신파로 빠지지 않는 ‘쿨함’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백만장자임에도 불구하고 목 아래로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는 필립의 상황은 충분히 불행으로 묘사될 수 있지만 영화는 어설프게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드리스는 자신의 가난한 삶을 부에 기대지도 않는다. 영화는 가장 불행해질 수 있는 순간, 가장 슬퍼질 수 있는 순간 발을 빼고 관조한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클래식 역시 관람 포인트다. 클래식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클래식 넘버들이 영상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극과 극의 두 남자가 교감하며 값진 우정을 만들어내는 순간, 우리는 찡한 감동과 함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영화 ‘언터처블’은 프랑스에서만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고, 배우 오마 사이(드리스 역)는 흑인에게 관대하지 않은 유럽 영화계의 편견을 깨고 제37회 세자르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강상철 ksc00013@n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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