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정리해고철회·해고자복직·근본대책 마련·경영진처벌 등 촉구

▲ 지난달 30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의 22번째 죽음이 있은 후 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절을 올리고 있다.이명익기자
▲ 지난달 30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의 22번째 죽음이 있고 5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견을 마친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임시분향소를 설치하고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던 중 경찰이 불법집회라며 진입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이명익기자
쌍용차 정리해고가 낳은 스물 두번째 사회적 살인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가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금속노조는 5일 오후 2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고 이OO 조합원 자결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공식사과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노조는 회견 직후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이OO 조합원을 비롯한 지금까지 죽어간 노동자와 그 가족 등 22명을 추모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폭력으로 가로막았다. 쌍용차지부 등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연대단위는 강력히 항의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경찰을 향해 비난 목소리를 쏟아냈다.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과정에서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을 비롯한 2명이 경찰에 폭력적으로 연행됐다.

강승철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회견 여는 말을 통해 “지금까지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서른여섯 동지의 죽음,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세 번째 억울한 죽음 앞에 비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으며, 정리해고 없는 세상에서 편히 잠들길 바란다”며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민주노총이 심기일전하고 금속노조, 시민사회 원로어르신들과 힘을 모아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싸우겠다”고 역설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살아가는 것이 죽는 것 보다 더 힘들고, 우리 힘이 여기까지인 것 같아 이제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고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겠고, 정말 살고 싶으니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OO 동지는 사회적 학살을 당한 것이 아니고 이명박-새누리당이 뻔뻔스럽게 학살한 것”이라면서 “피의 학살만행을 해놓고 선거를 한다는데 왜들 가만히 있느냐?”고 묻고 “그 한계를 돌파하고자 이 늙은 몸이 나설테니 이명박-새누리당을 산산조각내 해체시키는 그 순간까지 목숨이 살아있는 그때까지 싸우자”고 다짐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전태삼 선생, 송경동 시인도 발언을 통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사태를 규탄하고, 사회적 연대와 투쟁을 통해 정리해고를 철회시키자고 강조했다.

송경동 시인 발언 중간에 분향소 설치에 사용할 물품을 실은 차량이 대한문 앞 차도에 도착하자 경찰이 달려들어 막기 시작했다. 경찰은 오늘 22번째로 사망한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 설치를 막기 위해 철거반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정부가 해결하라!'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5일 오후 임시분향소 설치가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자 이에 항의하던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선생이 경찰에 체포된 후 몸이 제압된 채 차유리 쪽으로 얼굴이 짓눌려 있다.이명익기자
회견 참가자들이 차량으로 달려갔고 곧바로 경찰과 충돌을 빚으며 싸움이 시작됐다. 분향소 설치조차 물리력을 동원해 차단하는 경찰 처사에 대해 항의가 빗발치자 경찰은 “여러분 마음은 알겠지만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여기 인도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도로 위반이다”라며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서른 여섯 젊은 노동자가 죽었다. 스물 두명이 죽었다. 노동자와 그 가족 스물 두명이 억울하게 학살당했다. 우리는 그들을 추모하고 위로하기 위해 분향소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인가? 경찰은 분향소 설치를 방해하지 말라.”

경찰과 일부 대오가 몸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인도 쪽에서 영정이 박힌 현수막을 펼쳐 간소하게나마 분향소를 만들려고 시도했으니 경찰은 이마저 폭력으로 짓밟았다. 나무 기둥에 22명 영정이 그려진 현수막을 묶고 조합원들이 길바닥에 앉자마자 순식간에 경찰이 이들을 에워쌌다. 경찰은 현수막까지 빼앗아 뜯어버렸다.

경찰은 이에 항의하며 안쪽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합류하려는 이들을 힘으로 제지하고 여성노동자들에게까지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경찰병력에 겹겹이 싸인 십 수명은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사회적 학살을 강력히 비난하고 불법채증까지 일삼으며 물리력을 통해 조문을 막는 경찰에 대해서도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김정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절규했다. “내가 상주다, 내가 돌아가신 22분의 상주다, 상주에게 이러는 경우가 어디 있나? 남의 분향소에, 남의 상갓집에 가서 뻔뻔스럽게 이럴 수가 있는가? 당신들 부모 형제가 죽었을 때 상갓집에 가서 이러면 어떻겠는가? 내 동료와 그 가족 22명이 죽었다.”

경찰에 에워싸인 이들은 비록 길바닥에서나마 향을 꺼내 피우고 조문을 하려 했으나 경찰은 이마저 침탈해 수 명이 다치고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을 비롯한 2명이 경찰에 사지가 들린 채 폭력적으로 연행됐으며,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장이 경찰병력에 오른쪽 발을 밟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항의했고, 길가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무슨 일인지 물으며 사진을 찍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과거 군사독재정권도 장례의식을 막진 않았다, 노무현대통령 분향소는 불법이 아니었고, 이건 불법이냐?"며 분노를 표명했다.

금속노조는 오늘 배포된 기자회견문을 통해 △회계조작을 통한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정리해고자·징계해고자·무급휴직자·정직자·비정규직 해고자를 복직시킬 것 △부당한 해고로 인한 사회적 살인에 대해 고인과 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할 것 △정부는 쌍용자동차 죽음의 근본적 해결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가 책임질 것 △해고는 살인임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죽음으로 확인됐으니 사회적 살인, 정리해고를 철폐할 것 △무능한 쌍용차 경영진인 이유일, 류재완을 즉각 처벌할 것 등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오늘(5일) 오후 7시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 22명의 넋을 위로하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투쟁을 결의하는 촛불문화제를 연다.

▲ 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22번째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의 죽음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쌍용자동차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간부들이 임시분향소를 차리러 차량으로 이동하자 경찰들이 막아서며 몸싸움이 일어나고 있다.이명익기자
▲ 5일 오후 임시분향소 설치를 가로막던 경찰이 대형걸개를 가지고 있던 조합원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이명익기자
▲ 김소연 전 기륭전자 분회장이 분향소 설치를 막던 경찰에 깔려 발을 다친 후 응급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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