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원로·각계대표, 이명박대통령 면담 요구...“5.19범국민대회는 이명박퇴진 도화선”

▲ "22명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해 사죄하고 해고자를 복직시켜라!" 사진=민중의소리 이승빈기자
“살인진압, 정리해고로 인한 22명의 죽음, 이명박이 해결하라!”

쌍용차동차 살인진압 사죄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2시 서울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개최됐다.

회견에 참가한 각계 대표와 사회 원로들은 22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이 사회적 학살을 당한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라며 면담을 촉구했다. 회견을 마친 이들은 청와대를 향해 가려 했으나 경찰이 진입로를 봉쇄한 채 열어주지 않았다. 회견이 시작된지 4시간이 돼 갈 무렵인 6시가 가까워서야 대표단 3명이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만났지만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노동비서관 면담을 마치고 나온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 이도흠 민교협 의장,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이 전한 이야기는 기가 막혔다. 비서관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나설 것을 촉구하는 대표들에게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휴게실에서 면담을 하자고 했다. 대표들은 차라리 길에서 하자고 했고 사회 원로와 각계 대표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자, 청와대 노동비서관이란 사람은 “파악해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각계 대표와 원로들은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해 22명이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세상을 등진 문제 관련해 더 이상의 죽음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지난 3일 긴급 회의를 열어 오늘(10일)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키로 결정하고 실무절차를 밟았다. 4일 범국민추모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면담실무준비를 요구했으나 경찰폭력으로 저지됐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시각까지도 청와대 측은 아무런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애초 면담일로 결정한 오늘 각계 대표와 원로들이 직접 청와대를 찾아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아보자고 해결해보자고 대화를 요구하는 사회 원로와 각계 대표들을 향해 청와대는 경찰을 앞세워 밀어 막고 채증을 일삼았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은 “남을 해치거나 빼앗거나 도둑질하지 않고 땀 흘려 일해서 먹고사는 노동자들이 수십 명씩 죽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있고 대통령이 있다면 그 자초지종을 아는지, 안다면 왜 그렇게 죽어야 하는지를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견단의 앞을 봉쇄한 경찰을 향해 이어 오 고문은 “경찰 여러분은 민중의 자식임을 잊지 말고 주어진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며, 지휘관은 대통령 실무자를 불러 국민과 권력이 소통하게 해서 최소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되게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백성의 소리를 들으라”고 역설했다.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건희와 이명박일가의 목숨이 소중하면 노동자의 목숨과 생존권도 소중하다며 대통령은 즉각 면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승빈기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22명 죽음 앞에 상주된 마음으로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며 이 자리에 왔다”고 말하고 “22명이 속절없이 죽어갈 때 단 한 분도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는 명백한 타살”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얼마 전 공장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겠다면서 국내에서 십 수년 신발 만드는 일에 종사해 온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밝혀 문제가 되고 있는 K2코리아를 지적했다. “최근 배당금만 해도 수백억인 흑자 내는 회사 K2코리아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면서 뼈 빠지게 일해 기업을 살려놓은 50대 여성노동자들에게 해고되지 않으려면 인도네시아로 가라고 할 때 정부는 도대체 뭘 했느냐?”고 반문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첫 임무로 하는 정부는 재벌일가가 수백억, 수천억 버는 것은 보호하면서 노동자가 죽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이건희 목숨이 중요하면 쌍용차 노동자들 목숨도 중요하고, 이명박 일가의 생명이 중요하면 노동자 생존권도 중요하다”면서 즉각 면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노동자와 가족이 죽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라며, 그 해법을 찾기 위해, 더 이상의 죽음이 두려워서, 살고 싶어서 왔다”고 전하고 “삼성 이건희에 의해 또 이윤정이라는 한 명의 여성노동자가 희생됐는데 무한착취를 일삼는 탐욕스러운 자본에게는 너무나 너그럽고, 죽어가는 노동자를 살리려는 이 양심적인 사람들과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느냐?”고 성토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죽인 것은 이명박정권이고, 우리는 이명박을 만나서 책임을 지고 더 이상 죽이지 말고 노동자의 요구, 사람의 요구, 이 땅 민중의 요구를 듣고 해결하는데 앞장서라며 여기 있다”고 말하고 “이명박은 거짓말로 피하지 말고 오늘 노동자들을 만나라”고 촉구했다.

이도흠 민교협 의장과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2009년 살인진압과 22명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문제해결 의지를 천명하고, 회계조작 살인진압 22명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는 것 만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22번째 희생자의 49제가 다가오는 지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오늘 각계 대표와 사회 원로들이 이곳 청와대에 와서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하고자 하니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면담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면담을 거부할 경우 각계각층은 대화조차 거부하는 살인정권에 맞서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이며 그 투쟁은 이명박 대통령 퇴진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이들은 “이명박 정권이 집권 초기 자행한 수많은 반민중적 반민주적 정책들의 폐해가 집권말기 줄줄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계 대표와 원로, 쌍용차희생자범국민추모위원회는 “오늘 대통령 면담 요구를 거부할 경우, 5월19일 범국민대회는 이명박 대통령 퇴진을 향한 범국민적 투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면서 “그 불길은 방송장악에 맞선 공정방송 사수투쟁, 광우병 쇠고기 투쟁, KTX 민영화 저지투쟁, 제주강정투쟁으로 옮겨 붙어 전민중의 정권퇴진투쟁으로 폭발할 것을 직시하라”고 밝혔다.

회견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면담에 즉각 응하라!”,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대통령이 해결하라!”고 외치며 22명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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