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9회 차별철폐대행진 첫날 동행취재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제9회 차별철폐대행진이 ‘“들썩들썩!”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개념 서울 만들기’란 주제로 펼쳐지고 있다. 차별철폐대행진단은 15일 남/서부, 16일 동/남동부, 17일 중/북부에 이어 18일 도심거점 곳곳에서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폐를 외치며 온 서울을 들썩들썩하게 만든다. <노동과세계>가 서울본부 차별철폐대행진 첫날 일정을 함께 했다. <기자의말>

▲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주최로 제9회 차별철폐대행진이 시작됐다. 행진 첫날인 16일 오후 가산디지털단지 에서 선전전에 나선 차별철폐행진단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5월 15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조합원과 학생들, 연대단위 성원들이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제9회 차별철폐대행진 첫 출발지인 성공회대학교로 속속 모여든다. 행진단은 “들썩들썩!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개념 서울 만들기”라고 적힌 하늘색 셔츠를 맞춰 입었다. 오늘 일정에는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조합원들, 대학노조, 서울연대, 학생행진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 했다.

차별철폐대행진 남/서부 첫 일정을 성공회대학교로 정한 것은 성공회대 비정규직 대학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일환이다. 성공회대학교는 2011년 계약직 행정직원들을 2년 계약만료 시점인 2011년 집단해고했다.

노조 투쟁이 거세자 학교 측은 지난해 8월 “일반직 채용 시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2년 계약만료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채 실시를 노력하고, 단 특정인 김미라 임아영 조합원 2명의 우선채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해고된 지 1년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도 이 두 조합원은 복직하지 못했다.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장백기 대학노조 위원장은 차별철폐대행진의 의미와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없애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 성공회대학교 노동자들의 복직투쟁 등을 언급하며 대행진단의 출발을 축하했다.

성공회대학교 해고 당사자인 임아영, 김미라 조합원은 “우리는 성공회대학교 졸업생이며 이 학교가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이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가치와 정반대로 노동자를 취급하는 학교 측에 맞서, 2년이 지나면 해고당해야만 하는 비정규직의 굴레에 맞서 끝까지 싸워서 복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노조 관계자와 성공회대학교 해고노동자들이 대학 총장을 만나러 총장실로 향했다. 성공회대학교 총장은 노동조합이 수 차례 면담을 요구할 때마다 거부하다가 오늘 차별철폐대행진단이 학교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면담을 하자고 제의했다.

대회 참가자들이 각자 소망을 적은 소원천을 성공회대학교 내 나무와 구조물 등에 묶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비정규직 철폐! 차별 철폐!”, “노동해방”, “일하고 싶어요, 하루빨리 복직을! 가슴아픈 비정규직의 외침!”,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오색 소원천들이 학내를 수놓았다.

차별철폐대행진단 다음 일정은 서울디지털단지. 행진단은 옛 구로공단의 새 이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펼친다. 버스 2대에 나눠탄 행진단은 가산동으로 향했다.

앞선 결의대회에서 서울지역본부 ‘노동자의미래’ 사업단 오상훈 집행위원장은 사업단의 사업과 당일 일정 중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선전전에 대해 설명했다. 옛 구로공단의 새 이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일하는 14만 명의 노동자 중 절반은 비정규직이고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으며 주 47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심지어 5명 중 1명은 52시간 이상 일하고, 최저임금 이하 시급을 받는 노동자도 13.8%나 된다.

‘노동자의미래’는 이 공단 지역 노동자들 권리를 찾는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별 노동조합 결성과 활동이 아닌 전체 공단 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 전체 공단 노동자들 실천과 조직을 하자는 취지 하에 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구협, 금속노조,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를 비롯한 노조와 지역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2011년 2월 ‘노동자의 미래’를 출범시켰다. 이는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 핵심사업으로 선정돼 전체 노동운동 특히 공단지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직화 사업을 벌이는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울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제9회 차별철폐대행진“들썩들썩!”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개념 서울 만들기'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일자리를 보장하라!”
“정리해고 반대한다!”
“노동탄압 분쇄하자!”
“살인개발 중단하라!”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무료노동 이제그만!”
“결사의 자유 보장하라!”

차별철폐대행진단의 하늘색 셔츠와 행진단의 요구를 담은 피켓들이 서울디지털단지에 도착했다. 10여 명 단위 조로 나뉜 행진단은 단지 내 유동인구가 많은 여러 거점에서 선전전을 전개했다.

선전물에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서울남부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미래’, 구로·금천지역 노동자들과 힘께 진행하는 벼룩시장인 바지락광장, 공단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책마당 등에 대한 소개가 담겼다. 또 구로금천 노동·건강학교 6월강좌, 불법근로시간과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 안내도 실렸다. 선전물에는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케이투코리아, 홍익대·덕성여대 청소경비노동자 등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로 인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사회 전체가 나서자고 제안하고 있다.

<노동과세계>는 서울대와 중앙대 학생행진 소속 청년학생들, 전노련 성원들로 구성된 1·2조 선전전 활동을 지켜봤다. 오후 12시 30분 경 구로이마트 뒤 코오롱사이언스밸리 건물 일대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을 만났다.

이 곳은 사무직이나 IT업종 밀집지역이다. 특히 IT 프로그램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밤샘노동이 일반화돼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인 IT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한다.

“배고파서 못살겠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우리는 일하고 싶다 정리해고 중단하라!”
“365일 일하는데 우리는 가난하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같은일 하는데 차별이 웬말이냐? 비정규직 철폐하라!”
“누구를 위한 도시화냐? 강제철거 중단하라!”
“밤늦도록 일하는데 연장수당 왜안주냐? 연장수당 지급하라!”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 우리도 잠좀자자 야간노동 철폐하라!”
“밤늦도록 일하다가 제명에 못살겠다 야간노동 철폐하라!”
“무료노동 이제그만 불법노동 이제그만 인간답게 살아보자!”

▲ 16일 오후 서울 홍익대학교를 방문한 '제9회 차별철폐대행진'순례단이 본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행진단의 외침이 고층 건물 숲으로 둘러싸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울려퍼졌다. 점심시간을 기해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들고 산책을 하거나 앉아 쉬는 단지 내 노동자들은 선전물을 받아들며 관심을 보였다.

행진단은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40여 분 간 도보로 행진했다. 행진하는 내내 공단 밀집지역이나 행인이 많은 곳에서는 선전전과 구호가 이어졌다. 행진 동선에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다양한 업종의 공장과 작업실들이 있다. 소규모 영세 봉제공장들, IT 프로그램 작업자들, 일반사무직을 비롯한 무역회사 노동자들을 향해 행진단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소리 높여 외쳤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도착한 행진단은 다시 버스를 타고 홍익대학교로 향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는 대학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15일 현재 7일차 농성을 잇고 있다.

지난해 1월 계약해지에 맞서 강고한 농성투쟁 끝에 승리한 홍익대분회 조합원들은 힘찬 투쟁에도 불구하고 경비업무를 하는 용진실업에서 어용노조가 생겨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악법에 따라 교섭권을 빼앗겼다.

‘홍경회노동조합’이라는 홍익대 어용노조는 학교와 용역회사 주장을 대벼나며 2012년 최저임금보다 삭감된 임금에 합의해 이를 홍익대분회에 강요했다. 용역회사는 헌법과 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서울지노위 결정만을 근거로 노동조합 단체교섭권을 부정하고 있다.

“손해배상 철회하고 노동탄압 중단하라!”
“악질업체 용진실업 노동탄압 중단하라!”
“어용노조 교섭거부 용진실업 박살내자!”
“진짜사장 홍익대가 우리문제 해결하라!”

홍대 정문 앞에 모인 차별철폐대행진단은 홍익대학교 본관 앞까지 행진하며 홍익대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오후 3시 30분이 되자 학내에서 일을 마친 홍익대분회 조합원들도 대오에 합류했다.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대폭인상 생활임금 쟁취!”라고 적힌 붉은 몸자보를 한 홍익대분회 조합원들과 하늘색 셔츠를 입은 차별철폐대행진단이 홍익대 본관 앞에 집결했다. ‘악질자본 홍익대-용진실업 규탄! 민주노조 사수! 홍익대투쟁 승리 집중 결의대회’를 가졌다.

홍익대투쟁을 마친 행진단은 연신내역으로 이동, 인근 노동자와 시민을 대상으로 조직화 캠페인을 진행하고 문화제를 열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제9회 차별철폐대행진은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간 이어진다. 16일 민중생존권 쟁취, 정리해고 철폐의 날!(동/남동부), 17일 투쟁하는 노동자 승리의 날!(중/북부), 18일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 서울이 들썩들썩하는 날!+쌍용자동차 49재 참가(서울 도심 곳곳).

▲ 이번 19대 총선에서 진보신당 청소노동자로 비례대표 후보 1번에 출마했던 울산과학대 김순자 지부장이 16일 오후 서울 홍익대학교를 열린'제9회 차별철폐대행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16일 민중생존권 쟁취, 정리해고 철폐의 날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앞 연대집회로 시작, 포이동에서 마을을 소개하고 현안을 공유한다. 건대역 주변 선전전, 성수동 인근 공단 선전전에 이어 K2코리아 연대집회 및 마무리 문화제가 마련된다.

이날은 수년을 터잡고 포이동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게 재개발을 이유로 이전을 강요하는 강남구청에 대한 규탄한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지부는 2010년 11월 4일 공단 앞 노숙농성에 돌입, 2011년 2월 10일 100일투쟁과 단식농성 등을 진행했으며 회사는 아직까지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쟁취를 위해 지부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K2코리아는 인도네시아 공장 이전을 이유로 지난 3월 신발생산부 93명 전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공장, 개성공장, 매장 판매직으로 전환배치하려 하고 있다. 노조는 신발생산부 유지를 목표로 실질적 고용보장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차별철폐대행진 셋째날인 17일 투쟁하는 노동자 승리의 날에는 수유역 교보빌딩 앞에서 발대식과 선전전을 펼치고, 서경지부 덕성여대분회 연대집회 및 선전전, 혜화동 문화관광부 앞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연대집회, 서대문 골든브릿지 앞 골든브릿지증권지부 파업투쟁 승리 연대집회, 광화문 KT 앞 방송통신위원회로 이동해 케이블방송공공성 선포집회와 마무리 문화제로 이어진다.

서울본부 차별철폐대행진 마지막 날인 18일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서울이 들썩들썩하는 날. 재능본사 앞 재능지부 집중집회, 광화문과 시청, 종로 일대 거점 캠페인과 액션, 대한문 앞 총회집회에 이어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49재 추모문화제에 결합한다.

서울지역본부를 비롯해 10개의 민주노총 산하조직들이 4월부터 6월에 걸쳐 전국 지역 곳곳에서 차별철폐대행진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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